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유림 ComfyForest Aug 11. 2021

세계유산? 작품들로 만나보자
Part1 내가 가 본 곳

파리의 센 강변-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Midnight in Paris)

파리에서 있었던 학회 때문에 유럽에 갔었다. 난생처음 가 보는 유럽에 들떠 다들 한껏 치장을 하고 공항에 나타났다.


그리고 루프트 한자 항공에 탄 후 여성진들은 실수를 깨달았다... 도착지까지 17시간... 루프트 한자는 유럽 비행기면서 왜 그리 좌석이 좁은 것인가... 그리고 내 앞의 유럽인들은 타자마자 좌석을 뒤로 있는 대로 당겨 사람이 움직이지도 못하게 만들었다.


그 상태로 승무원들이 계속해서 날라주는 식사와 간식들을 받아먹으며 나는 흡사 닭장 속에서 사육되고 있는 닭이 된 기분이었다. 그리고 17시간 동안 씻지도 못한다는 사실을 간과했던 여성진들... 다들 콘택트렌즈를 빼지 못해 충혈되고 뻑뻑한 눈에 얼룩덜룩해진 화장, 꾸깃꾸깃해진 옷들...


약 2주간의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여성진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빵 터졌다. 출발하던 날 그 화려한 모습들은 온데간데없고 콘택트 렌즈 대신 안경, 쌩얼, 옷은 최대한 편안한 츄리닝.


일정상 먼저 이탈리아 로마에 도착했다. 로마를 먼저 보고 파리로 간 것이 실수였다고 생각한다. 파리를 먼저 보고 로마를 갔어야 했는데.


거대하고 웅장한 로마의 유적지들을 본 후 르네상스, 로코코 양식이 섞여 화려한 파리의 건물들을 보니 왠지 너무 가벼운 느낌이었다... 로마가 범접하기 어려운 신의 영역이라는 이미지라면 파리는 왠지 영화 마리 앙투와네트에서 커스틴 던스트가 까르르 웃고 있는 그런 이미지로 느껴졌달까. 


파리를 먼저 보고 로마를 봤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파리의 밤은 아름다웠다. 유람선을 타고 센 강을 따라 내려가며 보는 밤의 파리는 환상적이다 못해 몽환적이었다. 에펠탑은 사진으로 너무 많이 보다 보니 왠지 그냥 익숙했다.



그래서일까. 내가 봤던 곳, 걸었던 곳, 쉬어간 곳, 식사를 했던 곳들이 영화 속에서 나오니 반가움과 친밀함이 더해져 영화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Midnight in Paris). 센 강변과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이용한 포스터. 정말 너무나 잘 만들어진 포스터라 생각한다. 물론 내가 고흐에 미쳐있는 이유도 있겠지만.


파리의 센 강변 

          국가 : 프랑스(France)      

          위치 : 일드프랑스 주(Ile de France)      

          좌표 : N48 51 30, E2 17 39      

          등재연도 : 1991년      


파리의 센 강에서 주변을 둘러보면 루브르 미술관에서 에펠 탑까지, 콩코르드 광장에서 그랑팔레와 프티팔레까지 파리의 발전과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노트르담 대성당과 생트샤펠 성당은 세계적인 건축학적 걸작이며, 도시 행정가인 오스만 남작(Georges-Eugene Haussmann, 1809~1891)이 계획한 커다란 광장과 대로는 19세기 말과 20세기에 걸쳐 전 세계적으로 도시 건설 계획에 큰 영향을 주었다.


https://www.google.com/maps/search/%ED%8C%8C%EB%A6%AC%EC%9D%98+%EC%84%BC+%EA%B0%95%EB%B3%80/@48.5759882,0.1442111,7z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중 루브르 박물관


어디서든 루브르 박물관 사진만 보면 피식피식 새어 나오는 웃음을 주체할 수가 없다. 사실 루브르 미술관은 우리들의 일정에 없었다. 파리에서 학회만 이틀을 하다 보니 시간 상의 이유로 뺀 것이었다.


그런데... 첫날 오전 학회가 끝나고 부학회장께서 날 부르시더니 뜬금없이 SD카드를 내밀며 사진들을 현상해 오라고 하셨다. 국제학회라 학회가 끝나면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회원 분들께 기념사진들을 보내주기 어려우니 바로 주겠다는 속셈.


영어도 잘 못 하고 불어는 아예 못하고 여기 대학은 시내와 떨어져 있는데... 그러나 나는 까라면 까야하는 위치의 을...


SD카드를 받고 무작정 학회장을 나왔다. 교내에 혹시 사진관 같은 것이 있나 싶어 보기에 카페테리아 같은 곳이 있는 건물로 무작정 들어갔는데 마침 일본인 유학생으로 보이는 사람이 있어서 무작정 말을 걸었고 사진관이 없냐고 물었다.


그녀는 몹시 놀라며 교내에는 사진관이 없다고 알려주면서 시내로 나가는 교통편을 설명해 주었다. 


그렇게 트램을 타고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시내로 나와서 또다시 무작정 아무나 붙잡고 되지도 않는 영어로 사진관을 찾아다녔다.


그러다 정말 친절한 파리 분을 만나 서로 통하지 않는 영어로 사진관의 위치를 알아냈고 친절한 사진관 주인 분이 얼른 현상을 해 줘서(심지어 정말 좋은 가격으로) 학교를 나선 지 1시간 반 만에 임무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그러다 문득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아니 내가 막내 쫄따구도 아니고 다른 사람도 많은데 왜 나한테? 물론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조교 출신이기는 하지만 이건 정말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친김에... 무작정 루브르로 향했다. 교통편을 물으니 지하철을 알려주는데 역시 환승이 있었다. 교내에서 교실을 잃어버린 적이 있을 정도로 선천적 길치인 내가 엄청나게 긴장한 티를 냈는지 역무원 분이 정말 친절하게 상세히 가르쳐 주셨다.


우여곡절 끝에 루브르에 도착했고... 나는 천국을 맛봤다... 그 유명한 '모나리자' 이외의 작품들을 제치고 내가 감전된 듯 가장 오래오래 보고 있었던 작품은 바르톨로메오 몬타냐의 'Ecce Homo(보라! 이 사람이다!)'였다.


화려한 색감과 유려한 구도의 그림들이 넘쳐나는 그곳에서 심플하고 평범했기에 오히려 돋보였달까... 그림 속 예수의 표정이 너무나 인간적이었기 때문이었으리라.


그래서... 당시에는 루브르 박물관 내부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만은 사진으로 찍어오는 만행을 저질렀다... 왜냐하면 당시 한국 인터넷으로도 찾기 어려운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2014년 이후부터 루브르든 어디든 프랑스 전국의 박물관에서 사진 촬영이 허락되고 있다고 한다.



아무튼 그렇게 혼자 루브르를 구경한 후 다시 학회장으로 돌아오자 입구에서 새파랗게 질린 표정의 학회장님께서 나를 맞이해 주셨다. 부학회장님께서는 학회장님께 엄청나게 까이셨다고 한다.


그래서 이후 나는 누구에게도 이 이야기를 하지 못했었는데 이렇게 공개하게 된다.


누가 그랬던가. 과거를 돌아보기 시작하면 나이를 먹은 거라고. 살아보니 부정할 수가 없었다. 


영화 속에서  약혼녀 이네즈의 친구이자 교수인 폴이 거드름을  피우며 길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충고를 한다. 



'과거를 동경하는 사람은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신의 현재를 부정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뜨끔... 난 그럴지도... ㅠㅠ 


영화 요약을 읽어 보니 타임슬립이라는 소재에 너무 동화 같은 내용이라 진부하게 느껴졌지만 그래도 파리를 다시 추억하고 싶어 본 영화였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행복했다.


콩고르드 광장, 알렉상드르 3세 다리와 에펠탑, 개선문, 튈르리 공원, 샹젤리제 거리, 방돔 광장, 몽마르트르 언덕 등... 화면에 나타난 곳들 중 대충만 꼽아도 저 정도는 다닌 듯하다.


수많은 사진과 영상으로도 접해 익숙하게 펼쳐지는 파리의 전경이 가감 없이 편안하고 친근한 색감과 조명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자칫 겉돌 수 있는 유명 인물들까지 친숙함을 가질 수 있도록 내용을 엮어내는 우디 알렌 옹의 능력에 찬사를 보냈다.


전반에 흐르는 메시지를 정리하자면 과거가 있었기에 현재가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 현재 역시 어느 시점부터는 과거가 된다,


현재 누군가가 동경하는 역사 속  황금시대란 결국 미래의 누군가가 동경하는 현재인 것이다. 우디 알렌 옹은 현재에 충실하라고 충고하고 있다.


다만 과거의 어느 순간을 그리워하지 않는 존재란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과거를 부정하는 것이 아닌, 과거의 순간만을 끌어안고 살아서는 안된다는 의미가 아닐까 한다.




어쨌든 내게는 과거를 보여줌으로써 잠시나마 나를 행복하게 해 준 영화였다. 지금은 과거지만 당시에는 현재이다. 그때가 Golden age였는지 지금이 Golden age인지 앞으로 Golden age가 펼쳐질지...


영화 속 주인공 길펜더가 Golden age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는 동안은 줄곧 얼굴에 불안감이 묻어있다. 그 불안감을 벗게 된 것은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과 함께 하고 있는 현재가 Golden age라는 것을 깨닫게 된 순간이다.


지금 나를 억누르고 있는 이 막연한 불안감에서 벗어나려면 나 역시 그런 사실들을 깨달아야 할 것인데 쉽지가 않다. 아직 내려놓아야 할 것들이 많은가 보다.


영화의 배경이 된 1920년대는 재즈의 시대였고 그에 맞게 OST들에도 재즈풍이 많이 섞여 있다. 감상들 해 보시길.


https://www.youtube.com/watch?v=IF3_2P7F46c&list=PL4384C518BE33455C


아무튼 영상도 음악도 내용도 만족했던 영화. 예고편은 이쪽.


https://tv.naver.com/v/1200600


#세계유산 #파리 #센_강변 #미드나잇_인_파리


사용된 캘리그래퍼 이미지는 여기서 https://blog.naver.com/douldesign/222001958554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