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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유림 ComfyForest Aug 13. 2021

세계유산? 작품들로 만나보자
Part1 내가 가 본 곳

이화원- 영화 '여름궁전'-젊은 날 격정으로의 애수

세계유산? 작품들로 만나보자.(1)

頤和園(이화원)

오늘은 중국. 추억 속 베이징을 소환해 볼까. 중국도 학회로 여기저기 꽤 많이 다닌 나라이다.


2008년 학회로 처음 중국에 갔었다. 당시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있었는데 매연과 안개가 합쳐진 스모그로 중국 정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그 스모그 체험을 고스란히 강제로 당했다.


베이징까지 2시간이면 충분한 비행 시간을 8시간 이상 늘려버린 무시무시한 스모그.


베이징 공항의 스모그 때문에 착륙을 할 수 없었던 우리 비행기는 공중에서 선회하다가 결국은 연료 부족으로 칭따오에 임시 착륙했다. 설상가상 연료를 공급 받은 후에는 비행기를 조종하시던 기장 분의 정해진 비행시간이 다 되어 교대하실 다른 기장 분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임시 착륙을 하고 있는 동안에는 비행기 밖으로 나가면 불법체류가 되는 상황. 게다가 비행기 내부에 있는 커피며 먹거리들까지 동이 나자 몇몇 승객 분들은 폭발해서 고성을 지르기도 했지만


또 어떤 분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먹거리를 다른 승객 분들께 나눠주기도 했다.


마침내 교대하실 기장분이 오셔서 비행기는 다시 베이징을 향해 이륙했고 샌드위치 등이 공급되면서 다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오전 도착 예정이 결국 늦은 저녁이 되었고 다들 서둘러 내려서 짐을 찾는데... 내 짐이 없다...


화물이 나오는 곳에서 아무리 기다려도 내 빨간 트렁크는 나오지 않았다. 당황해서 공항 내부의 공안들에게 물어도 모두 모른다는 이야기 뿐. 다른 비행기에 실려간 거 아니냐고 하고 심지어 퇴근시간이라고 얼른 나가라고 한다.


일행들도 이미 모두 호텔로 가는 버스에서 나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럼 화물이 나오는 안쪽을 살펴볼 수 있게 해 달라고 하자 벌써 다 살펴봤다고 툴툴거리며 데려다 주는데


화물이 나오는 입구 바로 아래에 떨어져 끼어 있었다. 아까 분명 자기들이 살펴봤다고 그랬으면서... 트렁크를 찾아 호텔로 가는 길에 눈에 들어온 베이징의 밤거리는 화려했다. 물론 며칠 머무르는 동안 다른 모습들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다음날 중국 대학에서 예정되어 있던 학회는... 다시 문제에 봉착했다. 그 때 하필이면 일본 순시선과 대만 어선이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영해 내에서 충돌해 대만 어선이 침몰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었다.


중국 내 반일 감정이 극에 달해 있었고 공안당국에서는 일본학 관련 학회를 열어서는 안된다며 귀국을 종용했다.


문제는 단순 학회가 아니라 국제학회라 아시아 뿐만 아니라 유럽에서 온 사람들까지 150여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그대로 강제 귀국 당할 위기에 처한 것이었다.


다들 불안에 떨며 최악의 상황인 귀국에 대비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싱겁게 해결됐다. 학회장과 부학회장께서 담당 공산당 간부 중 제일 윗선을 만나고 오신 후, 학회는 중국 대학이 아닌 호텔에서 열기로 합의되었다. 해결법은... 여기에 쓰지 못 한다... 오프 더 레코드...


가르치던 중국인 학생 중 꿈이 공산당 간부인 학생이 떠올랐다.


그렇게 어렵게 이틀 간에 걸친 학회를 마치고 북경 관광모드가 되었고 첫 일정으로 이화원에 갔다. 유명한 서태후의 여름 별궁이다.


일단 중국의 대부분 유적지들이 그렇듯 규모에 압도당했다. 특별히 좋았던 것은 창랑(长廊) 정도일까. 긴 복도를 따라 천장과 벽에 그려진 그림과 그 앞에 펼쳐져 있던 인공호수가 아름다웠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그림들이나 건축물들에서 섬세함이나 유려함이 느껴지지 않아 살짝 실망했었다... 이후에도 중국 각지의 여러 유적지에 가 보았지만 한국이나 일본의 문화재들에 비해 손끝의 세심함이 부족한 듯 느껴진 것은


아마 내가 한국과 일본의 건축물들에 길들여진 탓이리라.


긴 사설 끝에 소개할 세계유산은 頤和園(이화원). 그리고 소개할 작품 역시 같은 이름을 가진 頤和園(이화원). Summer Palace


베이징의 황실 정원, 이허위안


          국가 : 중국(China)      

          위치 : 베이징(北京, Beijing) 북서쪽 10㎞      

          좌표 : N39 54 38 E116 8 28      

          등재연도 : 1998년      

이허위안(이화원, 頤和園)은 중국 베이징(北京)의 하이뎬구(海淀區)에 있는 황실 정원으로, 중국 정원 조경의 최고 걸작이다. 1750년에 처음 만들어졌다가 1860년 제2차 아편전쟁 때 심하게 파손되었고, 1886년에 원래의 기초 위에 다시 복원되었다. 언덕과 광활한 호수의 자연경관이 누각, 전각, 궁전, 사원, 다리와 같은 인공 조형물과 조화를 이루어 빼어난 미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https://www.google.com/maps/place/%EC%9D%B4%ED%99%94%EC%9B%90/@39.9999823,116.2754606,15z/data=!4m5!3m4!1s0x0:0x45d9b1774c04a132!8m2!3d39.9999823!4d116.2754606


북한 접경지인 조선족 마을 투먼. 그래서인지 집에는 김일성 사진이 걸려 있고 한국의 트로트 음악이 흐르기도 하는 아이러니가 엿보인다.


구멍가게를 운영하는 홀아버지와 살던 위홍(레이하오 분)은 애인을 두고 북경으로 대학을 가게 된다.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던 그녀에게 자유분방한 성격의 리티(후링 분)가 다가오고 그녀를 통해 알게된 저우웨이(구오샤오동 분)와 격정적인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그를 사랑하게 되면 될수록 그가 자신을 떠날 것이라는 불안감에 시달리는 위홍. 불안감에 스스로를 광기로 몰아넣는 그녀를 보고 저우웨이는 결국 이별을 선언한다. 


하지만 저우웨이를 잊지 못 하고 그의 주변을 계속 맴돌며 방황하는 위홍. 그러던 어느 날 둘도 없는 친우라 여겼던 리티가 저우웨이와 하룻밤을 보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일어난 천안문 사태.



공산주의를 유지한 채 받아들인 실용주의는 경제 발전을 가져다 주었지만 필연적으로 동반되어야 할 책임의식은 가져오지 못 했다. 사회 곳곳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표만 달성하면 된다는 '중국식 마키아벨리즘'으로 경도되었고 관료들의 도덕적 해이와 부정부패는 심각했다.(위쪽의 사설과도 연결된다.)


이러한 중국 정부와 공산당에 대한 비판이 마침내 천안문 사태로 이어지게 되는데, 다만 이 영화에서 주인공들은 천안문 시위에 참가하지만 그것은 일탈과 분위기에 휩쓸리는 정도로 그려지고 있다. 


감독이 중국 공안의 사전 검열 등을 고려한 이유도 있었으리라 여겨지지만 어쨌든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었다. 


친구의 배신과 천안문 사태를 겪고 자신을 찾지 못 한 채 마음이 갈갈이 찢긴 위홍은 학교를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간다. 리티는 먼저 베를린에 가 있던 오랜 남자친구 뤄구의 도움으로 저우웨이와 함께 독일로 떠난다.


천안문 사태라는 역사적 상처가 강제로 봉합되었듯 그들 역시 상처를 숨긴 채 역사의 물결에 몸을 실어 부초처럼 중국 각지, 세계 여기 저기를 떠돈다. 그들에게 북경은 청춘의 여름날 쉬어가는 별궁과 같은 곳이었다. 


저우웨이를 사랑하고도 그를 붙잡지 못한 리티는 그의 귀국 직전에 베를린에서 자살한다. 왜 베를린인지 요즘 젊은이들은 이해하지 못 할 지도... 그녀의 묘비에 적힌 글이 소개되면서 영화는 끝난다.


"자유와 사랑을 알았든 몰랐든 죽음 앞에서는 모두 평등하다. 죽음이 네게 끝이 아니길. 빛을 사랑한 너였으니 어둠이 아무리 짙어도 결코 두려워하지 말길!"


전체적인 느낌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와 비슷하게 느껴졌다. 격정의 시대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중심이 되지 못한 어둡고 음울한 주변인들의 이야기. 영화의 전개방식이나 구도는 초기 왕가위 감독을 떠올리게 했다. 


썩 마음에 드는 작품은 아니었지만 여주인공 역의 레이하오에게 감탄을. 위홍의 그 복잡한 감정선을 잘도 표현해 냈다는 느낌. 


그리고 59회 칸 영화제에 유일하게 초대된 아시아권 영화였으나 이 영화로 인해 로우예 감독은 5년 간 중국에 입국 금지, 영화촬영도 금지를 당해 가족과 강제로 헤어져 미국에 체류하게 되었다고 한다


격정적 사랑... 전에도 써 먹었는데 여기에도 딱 부합하는  듯 하다... 내 주변에도 있었던 위홍들... 그녀들지금 행복할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후회는 하지 않는 듯 하다. 노희경 작가의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의 그녀처럼. 


어둠이 아무리 짙어도 두려워하지 않고 스스로 빛이 되는 그녀들이 있다. 나도 닮고 싶다.


https://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49386&mid=7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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