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유림 ComfyForest Aug 14. 2021

세계유산? 작품들로 가 보자
Part1 내가 가 본 곳

경주 역사 유적지구 - 영화 '경주'

경주는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해 지금도 자주 가는 곳이다. 20대 초반, 경주에 한번도 가 본 적이 없었는데 당시에 큰 인기를 끌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라는 책을 읽다가 석굴암 본존불 사진을 보고 문득 석굴암에 가고 싶어져 수업 도중 교수님께 "경주에 다녀 오겠습니다."하고 당시 제일 친했던 친구 한 명과 훌쩍 경주로 떠났다.


오후에 도착해 허위허위 토함산에 올라 석굴암에 도착했을 때 내가 상상하던 석굴의 모습은 없고 일반 사찰보다도 볼품없는 겉모습에 실망했었는데, 안으로 들어가서는 본존불 앞에서 넋을 놓고 한 시간여 동안 서 있었다. 그때까지 내가 봐 왔던 불상들과는 전혀 다른, 편안하면서도 위엄있는 모습에 압도당했기 때문이었다.


평일이라 관광객도 없었던데다 드물게 여학생이 혼자 석불 앞을 떠나지 못 하고 있으니 예배 드리러 오신 스님께서 잠시 유리벽 안에 넣어주셔서 석불을 직접 볼 수 있었다. (물론 정말 예외였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그 여운에 다시 한 시간 정도 주변을 떠나지 못 해 서성였다. 덕분에 같이 갔던 친구는 이를 갈며 이후로 나와 같이 경주에 가지 않았다... ㅋㅋㅋ


당시 나를 경주로 이끌었던 고 한석홍 선생님의 석굴암 사진



경주역사유적지구

          국가 : 대한민국(Korea, Republic of)      

          위치 : 경상북도(慶尙北道), 경주시(慶州市)      

          좌표 : N35 47 20.004, E129 13 36.012      

          등재연도 : 2000년      


경주역사유적지구에는 조각, 탑, 사지, 궁궐지, 왕릉, 산성을 비롯해 신라 시대의 여러 뛰어난 불교 유적과 생활 유적이 집중적으로 분포되어 있다. 특히 7세기부터 10세기 사이의 유적이 많으며 이들 유적을 통해 신라 고유의 탁월한 예술성을 확인할 수 있다. 경주는 신라의 수도로 신라의 1,000년 역사를 간직하고 있으며, 신라인의 생활 문화와 예술 감각을 잘 보여 주는 곳이다. 경주역사유적지구는 총 5개 지구로 이루어져 있다. 다양한 불교 유적을 포함하고 있는 남산지구, 옛 왕궁 터였던 월성지구, 많은 고분이 모여 있는 대릉원지구, 불교 사찰 유적지인 황룡사지구, 방어용 산성이 위치한 산성지구가 이에 해당한다.


https://www.google.com/maps/search/%EA%B2%BD%EC%A3%BC+%EC%97%AD%EC%82%AC+%EC%9C%A0%EC%A0%81%EC%A7%80%EA%B5%AC/@36.1476724,128.3732197,9z/data=!3m1!4b1

사실 이 영화는 내가 좋아하는 장소가 배경이 됐고 내가 좋아하는 두 배우가 나온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본 영화였다. 박해일 씨는 영화 '인어공주'에서 그 순박함에 반했었는데 이후 '극락도 살인사건'에서 뿜어나오는 광기에 깜놀했다. 선악의 대비가 한 얼굴에서 저렇게 나올 수도 있구나 하고. 영화 시사회장에서 실물을 본 적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키도 크고 얼굴도 작고 잘생겨서 또한번 놀랐었다.


신민아 씨는 드라마 '마왕'으로 알게 되고 좋아하게 된 배우이다. 사실 김지우 작가님의 전작 '부활'을 너무 좋아했었기에 드라마 초반에는 서해인 역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는데 생각보다 연기를 너무 잘해 주셔서 종방 쯤에는 신민아 씨 이외에는 그 역을 맡을 사람이 떠오르지 않게 되었다.(드라마 덕질하다가 드라마 감독, 작가, 이외 배우 분들 싸인도 획득.) 


영화 '경주'는 친한 선배의 장례식에 참석한 최현(박해일 분)이 문득 옛 지인들과 놀던 춘화가 있던 찻집을 떠올리며 그 곳을 찾아 경주로 떠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기억을 더듬어 찾아간 찻집에서 춘화 대신 찻집 주인 윤희(신민아 분)에게 끌리게 된다.



사실 최현의 경주행에 춘화는 핑계였으리라. 아내와의 사이도 예전 같지 않고, 학문에 대한 열정도 사그러진데다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속물이 되어가고 있는 자신을 보며 추억의 장소에서 옛 연인과의 조우로 아직 풋풋했던 자신의 모습을 찾고 싶었던 것이 목표였지 않았을까.



그러나 그런 과거의 자신을 찾아줄 것이라 기대했던 옛 연인에게 그는 '무책임한 남자'였다는 사실만을 확인받는다.


인간의 기억이란 그런 것이다. 쿠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라쇼몽(羅生門)' 이라는 영화에서도 이야기하고 있지만 '하나의 사실'에는 연관된 사람의 수만큼의 기억이 존재한다. 각자에게 유리하도록.



하지만 그런 그의 과거를 모르는 윤희는 그래도 최현의 한조각 남은 순수함에 이끌려 그를 자신의 계모임에 초대한다.



윤희는 고분능에 누워 "나 여기 들어가도 돼요?"라고 무덤에게 묻는다. 산 자가 안식처처럼 느끼는 무덤. 삶에 달관한 듯 보이던 윤희의 고통이 드러나는 장면이다.


선배의 장례식, 모녀의 자살, 폭주족들의 사고, 옛 연인 여정의 낙태와 찻집주인 윤희의 전남편의 죽음까지. 영화에서는 '하루'라는 시간 안에 많은 죽음들을 그려넣었다. 



현존하고 있지만 과거로 가득찬 도시 경주. 그리고 그곳에서 과거를 찾으려 한 최현은 결국 다시 현재의 자신을 직시하게 된다.


보문단지, 고분능 등 벌써 10여번 이상 갔기에 익숙한 경주의 유명 관광지가, 익숙한 장소들이 영상 속에서 전혀 다르게 다가온다. 찻집 아리솔 이외에 경주의 분위기를 머금은 골목들의 풍경도 내가 알던 정겨운 풍경이 아닌 세련된 영상으로 찍혀서 역시 전문가의 마사지를 받는 영상은 다르구나 하고 생각했다. 



실은 얼마 전에 또 충동적으로 경주를 다녀왔었다. 청보리가 다 익어버려 황금보리가 되어 버렸지만 그래도 석양 아래 아름다웠다. 그리고 월정교의 야경도.


자꾸 가도가도 질리지 않는 경주. 그 매력은 역시 옛 것과 현대적인 것의 조화일 것이다. 나도 그렇게 나이먹어 가고 싶다. 과거를 잊지 않고 여전히 미래를 꿈꾸며 현재에 충실한 그런 삶의 궤적을 남기고 싶다.



영화 경주의 예고편


https://tv.naver.com/v/155013





작가의 이전글 세계유산? 작품들로 만나보자 Part1 내가 가 본 곳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