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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유림 ComfyForest Oct 24. 2021

소시민의 소소한 소회(12)

변호인. 놈이 온다.

변호인


영화 감상을 쓰기 앞서 감동이었던 것은 오전 중에 후딱 영화를 보리라 마음먹고 9시 표를 봤더니 장애인 좌석 하나만 남고 전 좌석이 매진이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7시 40분 영화를 봤는데 그때도 좌석이 3분의 2 이상 차 있었다. 부산 시민들 솨라있네~! 혼자 뿌듯해하며 사진까지 찍은...


영화가 실화인 부림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모르는 분들은 없을 듯. 여기에 쓰기는 그 내용이 너무 방대하므로 가장 정리가 잘 된 듯한 블로그 주소를 대신 올려둔다.


http://inizios.blog.me/10180800260  


'변호인'은 고 노무현 대통령을 모티브로 했다 하여 개봉도 하기 전에 일베들에게 별점 테러를 당하는 등 화제가 된 작품이다. 개봉된 지금은 25일 오후 3시를 기점으로 300만이 넘는 관객이 들어서는 등 기염을 토하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게 된 것일까.


사실 영화 내용만 놓고 보면 기성세대는 이미 알고 있던 사실들이기에 새로울 것도 없고, 그 시대를 알지 못하는 세대들에게는 감흥을 줄 만한 별다른 꺼리는 없다. 게다가 솔직히 다른 천 만 영화들이 가지고 있는 영화적 재미나 영상미, 작품성 등도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데는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뭔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극 중 송우석이 변하게 된 계기와도 같다 여겨진다.  



 송우석이라는 인물은 고졸 출신으로 어렵게 고시를 통과해 변호사가 된 자수성가한 인물이다. 때문에 주변의 다른 변호사들처럼 그 흔한 학연으로 이어진 선배도 한 사람 없는 상황이다. 덕분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판사를 그만두고 그 세계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줄 것은 '돈'뿐이라 생각해 돈 벌기에 골몰한다.


자신이 돈이 없어 되어보지 못한 대학생들의 데모를 뉴스에서 보고는 배 부르고 할 일 없는 젊은 놈들의 객기, 빨갱이들이라 열변을 토하다 기자인 친구와 다투게 된다. 싸움이 끝나고 국밥집 아들 진우에게 "너는 고생하시는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데모 같은 것 하지 마라. 그런 거 해봐야 계란으로 바위 치기다."라고 말하는데 진우는

"계란은 산 것이라 언젠간 바위를 뛰어넘고, 바위는 죽은 것이라 언젠간 먼지가 된다."며 일침을 가한다. 그런 진우를 건방지다 꾸짖고 부서진 가게 물품을 변상하기 위해 돈뭉치를 꺼내 들자 진우의 어머니는 그를 호되게 나무라며 쫓아낸다.


그들에게 왠지 모를 부채감을 가지고 지내던 어느 날, 진우의 부당한 체포를 알게 되고 그 어머니를 위해 같이 면회를 간 곳에서 고문으로 심신이 만신창이가 된 진우를 본 그는 처음으로 타인을 위해 분노하게 된다.  


변호인의 공감대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대한민국 소시민들은 송우석과 마찬가지로 다들 튀지 않고, 남에게 피해만 안 주면 된다며 타인의 부당과 불행에도 침묵하며 살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안녕들 하십니까.'열풍에서 보이듯 타인의 불행이 언젠가는 자신의 불행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부당한 것은 부당하다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변호인이 지금 대중들에게 어필이 가능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은 아닐까.  



'변호인' 인기몰이의 또 다른 이유. 배우들의 호연에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변호인에서 가장 원로배우에 속하는 김영애 씨는 어느 인터뷰에서 "내가 나에 대해 반성한 이유는 '변호인'을 보니까 단역 한 사람까지 어쩜 그렇게 연기를 잘하는지 참 많이 놀랐다. 정신이 번쩍 들더라"며 변호인에 나온 배우들 모두를 극찬했는데 영화를 보니 과연 그러했다.


 

먼저 '송강호'씨. 실은 개인적으로 영화 '밀양'을 보고 칸느에서 상을 받아야 했을 사람은 '전도연'씨가 아니라 '송강호'씨였다고 감탄을 했었다. 당시 내가 받은 인상은 전도연 씨가 '역'을 '연기'했다면 송강호 씨는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역' 자체가 되어 있었다. 만약 다른 배우가 '그 역'을 했다면?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타입이다. '변호인'에서 '송우석'이라는 역도 이제 다른 배우 누구도 떠올리지 못할 것이다.



송강호 씨도 송강호 씨지만 "변호사 니마!"라고 울부짖으며 아들을 찾아달라 호소하던 '김영애'씨의 연기. 사실 최근에야 심지 깊은 어머니 상으로 자주 나오시지만 젊었을 적 그녀는 뛰어난 미모에 독특하고 개성 강한 연기를 한 분으로 기억하고 있다. 특히 어릴 때 봤던 영화 '깊은 밤 갑자기'로 나의 뇌리에 강렬하게 자리 잡고 있던 여배우였다.


1981년 작이었다니... 도대체 내가 몇 살 때 본 것이란 말인가... 사실 저 장면 말고 옆모습을 찍은 장면이 있는데 검색에 나오지 않아서... 한국 영화 호러물 중 대표로 꼽으라면 나는 주저치 않고 이 작품과 '여곡성'을 꼽으리... 이야기가 샜다... 다시 변호인으로 돌아와서...  



송강호 씨의 강렬한 포스에도 불구하고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 아우라를 뿜었던 '곽도원'씨. 사실 곽도원 씨가 맡았던 '차동영'이라는 역이 악역임에도 불구하고  송우석과 다른 의미로 묘하게 공감이 가는 역이다. 왜냐하면 그는 어찌 보면 소시민들의 아집과 욕망을 대변하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느끼는 것이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 보다 '아는 만큼만 보려고 한다.'가 된다. 왜냐하면 나이를 먹음에 따라 더 이상 알기도 싫어지고 알면 알수록 살기가 고달파진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또한 누군가 '당신은 틀렸다'라고 하면 자신의 존재 차체가 부정되는 것처럼 느껴져 자신은 틀리지 않았다고 악다구니를 치게 된다. 소시민의 아집이다.


또한 지금 현재 경쟁체제도 그렇지만 한국 사회는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독재체제를 겪어오며 서로서로에게 WIN WIN 하는 경쟁을 배우지 못했다. 수평 사회를 만들지 못하고 수직으로 수직으로 가는 사회체계만 알다 보니 어쨌든 올라갈 수만 있다면 누구든 밟고 신분상승을 하고 싶다는 소시민의 욕망을 차동영은 대신해 주고 있다. 그래서 묘하게 그에게 공감이 가는 것은 아닐까.


아무튼 악역임에도 묘한 공감까지 불러내야 하는 인물 '차동영'. 곽도원 씨는 그 역을 120% 훌륭히 해 냈다고 여겨진다.


개인적으로 안타까웠던 배우들은 기자 역의 '이성민'씨와 검사 역의 '조민기'씨. 그분들의 기량을 100% 발휘하지 못했다는 느낌에 안습... 혹 편집 때문이었던 걸까? 국밥집에서 송우석과 대립하는 그 모습이 너무나 어색해 내가 알던 이성민 씨가 맞는가 하고 의심했다는...  



그리고 감독의 '신의 한 수' 국밥집 아들 역의 '임시완'군. 정말 감독의 신의 한 수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이 영화관에는 중/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여학생들이 많이 보였었다. 그리고 시완 군이 고문을 당하는 장면에서 분노하는 그들을 볼 수 있었다. ㅋ. 우스갯소리로 적어도 시완 군과 제국의 아이들 팬들은 국정원에 다 등 돌리는 사태가 벌어질 듯.  


나는 사실은 그를 잘 몰랐다.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보고 저 미소년이 누군가? 했을 정도? 그래서 내심 걱정했었다. 송우석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게 하는 인물. 그 중요한 역을 아직 소년티가 가시지 않은 임시완 군이 해 낼 수 있을까 하고. 그러나 영화를 본 후 멋진 배. 우. 가 되어있는 그를 보고 기쁨이 200배. 그의 너무 예쁜 외모와 키가 걱정되기는 하지만... 앞으로가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변호인'을 의식해서인가? 내년 8월 15일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놈이 온다'.  



아놔... 미치겠다... 살아있는 사람의 업적 찬양 영화... 여기가 정말 21세기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이 맞나...?

그리고 하나 더... '신이 된 대통령'  


박정희 dictator의 제부가 연출한 영화로 12월 23일쯤 세계 107개국에 수출되었고 유튜브에도 올라 있다... 왜...? 한국 극장가에도 배포하지...?

아무튼 변호인... 배우들의 연기만으로도 영화값이 안 아까웠다는 결론...


https://tv.kakao.com/v/54406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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