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유림 ComfyForest Dec 08. 2021

소시민의 소소한 소회(15)

용의자 X의 헌신

녀석이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다면 죄를 짓지도 않았겠지...

 


영화의 마지막에 유카와가 우츠미에게 말한다. 그러자 우츠미는 답한다.

"야스코 씨가 이시가미 씨를 살게 하신 거예요(삶의 의미를 준 거예요)...." 


내게는 이 대사가 가장 쇼크였다. 일본어를 공부한 덕에 원어로 그 미묘한 뉘앙스를 듣고는 아! 하고 탄성을 질렀다. 왜 많은 리뷰어들이 이 영화를 추리물을 가장한 인간애를 다룬 영화라 했는지 알 것 같았다.


한국에서 리메이크됐을 정도로 수작. 다만 리메이크된 한국 영화는 일본과 사회적 배경이 다르다 보니 내게는 조금 아쉬웠다.


1. 천재 수학자, 역시 천재인 물리학자와 재회하다.


추리물을 전개해 가는 방식으로 작가들은 두 가지 방법을 많이 쓴다. 하나는 사건의 전말을 밝혀가며 범인에 접근해 가는 정통적인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처음부터 범인을 밝혀놓은 후 사건의 전말과 범인의 심리를 밝히는 방식이다. 이 이야기는 후자 쪽 방식을 쓰고 있다. 이 방식을 쓴 대표작으로 나는 김지우 작가님의 '마왕'이라는 드라마를 최고로 꼽는다.


12월 3일 오전, 추위가 한창일 때 얼굴이 뭉개지고 손발 지문이 모두 태워 없어진 알몸의 남자 시체가 한 구 발견된다. 사체의 정체는 의외로 쉽게 밝혀진다. 그리고 용의자도 쉽게 드러난다. 용의자는 남자의 전 부인 야스코. 그러나 12월 2일, 남자가 살해당하던 바로 그날, 그 시간에 있었던 그녀의 완벽한 알리바이에 경찰 측 수사는 미궁에 빠진다.


이에 유카와에게 도움을 구하는 우츠미. 유카와는 거절하려 하나 우연히 야스코의 옆집에 자신을 능가하는 천재라 인정했던 옛 친구 이시가미가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를 찾아간다.


 


이시가미의 야스코에 대한 감정을 눈치챈 유카와. 그리고 이시가미가 야스코를 도와 사체를 은폐했을 것이라 여긴다. 그러나 여기에 맹점이 있었다...


2. 그 문제를 푼다 해도 아무도 행복해지지 않아...



"풀 수 없는 문제를 만드는 것과 그 문제를 푸는 것, 어느 쪽이 더 어려울까? 단 답은 있다고 치자. " 유카와의 질문에 답을 미루던 이시가미. 그리고는 유카와에게 같이 등산 갈 것을 제안한다.


눈보라 속에서 이시가미의 위험한 광기를 느낀 유카와. 결국 광기를 누른 이시가미는 문제를 푼다 해도 아무도 행복해지지 않는다며 유카와에게 답을 구하지 말 것을 부탁한다.


3. 기하문제로 보이지만 알고 보면 함수 문제. 관점을 바꾸면 풀 수 있다...



 

"그냥 사실만 이야기하시면 됩니다."


이 영화를 단순한 추리물이 아닌 심리물로써도 최고로 만든 대사라 여겨진다. 관객들은 리어뷰 미러로 처음부터 모든 사실을 지켜보고 있었으나 사실=진실은 아니었다. 한 치의 거짓도 없었으나 결국 마지막까지 진실을 파악하지 못했다. 모든 실마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그야말로 적나라하게 다 보여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마지막까지 사각지대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모든 진실을 놓치게 된다. 절묘하기 이를 데 없다.


4. 감상 포인트


한 장면 한 장면을 절대로 그냥 흘려서는 안 된다. 놓치면 결말이 재미없어진다. 영화는 너무도 친절하게 모든 실마리를 정말 여과 없이 관객들에게 다 보여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허를 찔렸다 말하게 되므로.


또 하나. 엄지를 번쩍 치켜주고 싶은 츠츠미 신이치 씨의 연기력!!! 항상 자신만만한 호남형 이미지로 있던 사람이 저런 숫기없는 찌질한 인물로 거듭날 수 있다니! 물론 후쿠야마 마사하루 씨는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멋졌지만 그의 멋짐이 눈에 들어오지 않게 되는 츠츠미 씨의 연기는... 가히 압권이었다.


이 영화는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원작 소설을 드라마화한 '갈릴레오'의 연작이다. '갈릴레오'에도 뛰어난 연기력을 자랑하는 연기자들이 대거 출연해 후쿠야마 씨의 매력을 갉아먹긴 했지만 그중 츠츠미 씨는 최고다. 여지껏 여러 드라마에서 그의 쿨하고 멋진 모습에 익숙해 있던 내게 이 영화에서의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면서 동시에 그가 얼마나 뛰어난 배우인지 실감 나게 해 준 작품이었다.


마지막으로 결국 날 극장에서 울게 만든 제목 용의자 X의 헌신이다. 유카와의 말대로 그가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다면 죄는 짓지 않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답일까? 답은 영화를 보시고 여러분들께서 판단해 주셨으면 한다.


리뷰를 쓰면서 찾아보니 중국에서도 리메이크되었다. 한번 찾아서 봐야겠다. '하얀 거탑', '꽃보다 남자' 등을 보면서 각 나라의 사회적 배경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작품의 내용을 비교하는 재미를 알아버렸기 때문.


https://tv.kakao.com/v/13790848

작가의 이전글 메타버스, 쉽게 이해하고 재미있게 이용하자!(6)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