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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유림 ComfyForest Aug 06. 2022

피란수도 부산 유산, 세계 속의 유산으로

친구 덕분에 알게 되어 같이 신청하고 보러 갔습니다만 생각보다 재미있고 유익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경성대학교 강동진 교수님께서 먼저 시작해 주셨는데, 한국 전쟁이 발발하고 불과 한 달여 만에 임시 수도가 된 부산은 무려 1023일 동안이나 수도 역할을 이어갔다고 합니다.


참고로 한국전쟁은 1950년 6월 25일 발발되어 1953년 7월 27일 휴전 상태로 들어갔습니다. 피란수도의 시작은 1950년 8월 18일입니다.


비슷하게 세계유산 등재가 된 곳이 15곳이 있는데, 모리셔스의 아프라바시 가트, 보스니아 모스타르의 옛 시가지 다리 등을 예로 들어주셨습니다.


모리셔스의 아프라바시 가트는 1834년, 영국 정부가 모리셔스 섬을 현대 계약 노동의 실험 장소로 시행되었던 곳으로, 2006년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니다. 세계 최초로 노예 노동 계약 실시되었고 가장 큰 집단 이주가 이루어진 곳이라고 합니다.


보스니아의 모스타르 옛 시가지 다리는 2005년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는데 그 기준이 "옛 다리의 ‘르네상스’와 그 주변 지역을 포함한 모스타르 옛 시가지는 다양한 문화적·민족적·종교적 배경을 가진 사회가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뛰어나고 보편적인 상징. 이 도시와 주변은 상당한 재앙에도 불구하고 이에 정면으로 맞서며 강하게 협력하여 인류의 평화와 협력을 위해 무한히 노력한 모습이 보강되고 더욱 강화된 지역" 이기 때문이라네요.


현재 또 다른  9개 장소가  후보로 올라와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곳이 리투아니아의 카우나스라고 합니다. 부산과 비슷하게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19년부터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39년까지 리투아니아의 임시수도였니다.



그런데 올해 6월 19∼30일 러시아 카잔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제45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개최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기약 없이 미루어졌습니다. 세계유산위원회의 연기 결정으로 일본 니가타현 사도시에 있는 조선인 강제 노역 현장인 사도 광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는 일본 정부의 계획이 미루어진 것은 다행입니다만


한국 역시 전북·경북·경남 등 3개 도가 2013년부터 9년간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던 가야고분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역시 미루어지게 되었습니다.


다시 이야기를 돌려서, 약 1023일 간 세계 60여 개국이 서로 도와 인류애를 실천한  피란수도는 아직 세계에 그 유래가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세계 유산으로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듯합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나 혼자 산다'로 다들 잘 아시는 프랑스인 파비앙 씨인데요. 현재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에서 객원 해설사로도 활동 중이시라 이번 강연에 나오신 듯합니다.


전쟁의 역사가 평화의 상징이 된 세계 속 유산(파비앙)


파비앙 씨가 부산을 보고 떠올린 곳이 프랑스의 르 아브르라고 합니다. 인상파 화가 모네가 소년 시절을 보냈으며 이후 르 아브르의 항구를 배경으로 그림 '해돋이'를 그렸다고 합니다.


부산처럼 항구 도시기도 한 르 아브르는 2005년 유네스코에 등재되었는데 사실 프랑스 사람들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도시였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다른 문화 도시들과는 다르게 제2차 세계대전 때 파괴된 도시를 1945년~1964년에 걸쳐 콘크리트로 재건시킨 근대적 계획도시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이해가 가는 것이 파리에만 가도 아무 거리나 걷고 있는 동안에 맞닥뜨리는 역사적인 문화유산들이 산재해 있으니 그럴 만도 하겠지요.


그런데 유네스코에서는 오히려 도시의 전통과 근대 건축을 잘 조화시켰으며, 건축, 기술, 도시 계획에서 근대적인 발전을 이룬 개척자적인 성취로 인정해 등재시켰다고 합니다. 또한 1995년부터 2010년까지 15년간 시장이었던 앙투안 루페나흐트 씨가 강력하게 밀어붙인 덕도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당시 르 아브르와 비슷한 조건과 시기로 2004년에 세계유산이 되었던 영국의 리버풀은 2021년 7월 세계유산에서 제외되는 굴욕을 겪습니다. 이유는 무분별한 개발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현재 한국에서도 비슷하게 우려스러운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바로 김포 장릉입니다. 김포 장릉은 조선 선조의 5번째 아들이자 인조의 아버지인 원종(1580∼1619)과 부인 인헌왕후(1578∼1626)의 무덤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선 왕릉 40기에 포함되어있습니다. 그런데 그 앞에 대규모 신도시의 아파트 건설이 시작되어 경기도 파주에 있는 인조의 묘(파주 장릉)와 김포 장릉, 그 앞쪽으로 자리한 계양산이 남북으로 이어져 하나의 특징적인 조경이 된 그 독특한 경관이 훼손되게 된 것입니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홈페이지에는 "조선왕릉이 유교 문화의 맥락에서 자연 및 우주와의 통일이라는 독특하고 의미 있는 장례 전통에 입각해 있다. 풍수지리의 원리를 적용하고 자연경관을 유지함으로써 제례를 위한 기억에 남을 만한 경건한 장소가 창조되었다. 건축의 조화로운 총체를 보여주는 탁월한 사례로, 한국과 동아시아 무덤 발전의 중요한 단계를 보여 준다"며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이유가 설명되어 있습니다.


앞으로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


마지막으로 파비앙 씨는 파란 지붕들이 쭉 늘어선 마을 사진을 보여줍니다. 유럽 어디인가 했는데 부산 안창 마을의 사진이었습니다. 한국 전쟁 때 피난민 마을로 유명한 곳입니다. 르 아브르처럼 피란수도 부산도 세계유산에 등재될 수 있다고 강조하며 이야기를 끝맺었습니다.



세 번째로는 동아대학교 전성현 교수님께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 주셨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든 강연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남아있는 1023일의 삶과 문화'라는 주제로 강연을 해 주셨는데요. "과거가 현재, 미래까지 생명력을 가지고 가는 것이 유산이며, 그 유산과 더불어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가,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서는 비판과 성찰, 반성을 가지고 보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한국 전쟁 중 대전, 대구 부산, 심지어 일본으로까지 수도 이전이 이야기되던 가운데 최종적으로 부산이 낙점된 결정된 이유는, 결국은 국내에서 정부의 기능이 유지되어야 하고, 철도와 항구가 연결된 병참기능에 최적화된 조건 때문이었습니다.


경부선과 부산항이 가깝게 지어진 이유가 일본이 수탈에 용이하게 하기 위함이었는데 아이러니하기는 합니다.


지금도 남아있는 유산 1. 지방자치의 시작


한국 전쟁 중 부산은 작은 한국이었습니다지방자치의 시작이 부산이었다는 것을 아셨나요1952년 4월 25일에 시읍면의원 선거가 있었고 5월 1일에 도의원 선거가 있었습니다. 상황이 좋지 않았던 서울, 경기, 강원, 전북 등 4개 지역은 선거가 진행되지 못했는데 그 난리통에도 지방 선거를 치뤘던 이유는 바로 1950년 5월 30일 실시된 국회의원 선거의 결과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정부에서 여당, 즉 이승만 측 인사들이 낙마하고 야당 출신 중도 민주주의자들이 믾이 당선되어 이승만 정부는 이를 위기상황으로 보고 전쟁중이었지만 지방의회 선거를 추진했던 것이었습니다.


선거관리는 유엔(UNCACK)도 함께 했으며 자치단체장 선거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또한 문맹률이 50% 이상이었으므로기호 1번은 작대기 1개, 기호 2번은 작대기 2개로 표시하는 방식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표율은 90%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제대로 된 정치에의 열망이 엿보이는 부분입니다.


지금도 남아있는 유산 2. 원조받는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당시 한국민간구호계획은 미육군성의 예산에서 지출되는 원조(SKO)와 유엔 가맹국이나 비가맹국의 민간단체 및 개인이 하는 원조(SUN)로 구분되어 있었는데, SKO에서 약 4억불, SUN에서 약 5천불이 원조되었습니다. 식량 증산의 비료 수입, 전력 지원, 섬유 제조, 어업 및 조선, 광업, 운송 등 여러 분야에서 원조를 받았습니다. 또한 유엔 산하 기구 및 외국 원조 단체들에서 구호 물자도 보급받았습니다.


그러다가 1991년 국내에서는 코이카(KOICA)로 알려진 무상원조 전담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이 설립이 됩니다. 첫 활동으로 네팔,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필리핀 등 4개국에 44명의 봉사단이 파견이 되었으며 1995년 세계은행 지정 원도대상국으로부터 제외가 되면서 원조 공여국클럽, 즉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이 됩니다.


지금도 남아있는 유산 3. 사회생활 기반의 구축


의료, 복지 부분에서 의료센터나 이동식 진료소, 병원 등이 구축되었고 아동 복지를 위한 시설들도 생겨나게 됩니다. 당시 한국에서 유일하게 조산 교육을 실시했던 일신 부인 병원도 생겨나고, 전쟁 중 아동복지를 위해 보육원과 무료 소아과 병원이 많이 지어졌습니다. 그리고 이타적인 공동체주의/이기적인 개인주의가 대비되고 있었는데요. 당시 피란민들을 위해 한방 내주기 운동이 생겨난 반면 높은 임대료를 부과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또한 인류애적 인도주의도 있었지만 냉전 오리엔탈리즘도 생겨난 곳이 피란수도 부산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안지영 해설사께서 '피란수도 부산 유산이 세계 속의 유산이 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하는 일'

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해 주셨는데 예전에 서울에서 한양 도성이라는 주제로 세계유산 등재를 계획했다고 합니다. 10여 년에 걸친 장기 프로젝트였는데 결국 철회됩니다. 이유는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조차 그 가치를 아는 사람들이 적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한 괴리를 줄이기 위해서는 가치를 알리고 공감대를 형성시킬 누군가, 즉, 과거에게 듣고 미래에게 들려주는 존재가 필요하며 그 역할을 할 청년 해설사들의 양성에 대해 이야기하셨습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 조선시대 문장가 유한준 - '

우리는 우리 문화유산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갖고 알고 있을까요?


패널토의

강연자 네 분이 토의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최근 5년 간 문화유산에 대한 인식이 많아지고 한국적인 것을 힙한 콘텐츠로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한국관광공사의 이날치 밴드와 앰비규어스의 콜라보 영상이겠지요.


토의에서 여러 이야기가 있었지만 그중 인상적이었던 것은 다음 두 가지였습니다.

프랑스의 문화유산에 대한 인식은 어떤가라는 질문에 파비앙 씨는 "한국은 박물관에서 공부를 시키는데 프랑스는 놀이 장소로 생각한다. 문화유산의 날도 있고 문화 복권이 발행되는데 훼손된 문화유산 복원을 위한 복권이다."라고 답했습니다. 한국에도 만들어지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동아대학교 전성현 교수님께서 독일에는 구술로 전해지는 문화를 일일이 정리해 그 내용을 박물관의 AI에 입력, 질문이 들어오면 그 질문에 맞는 구술인이 나타나 설명을 해 준다는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이 비슷한 것을 저는 대연동에 있는 '일제강제동원역사관'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홀로그램으로 김구 선생을 재현해 질문을 하면 답을 하는 방식이었는데요. 독일처럼 조금만 더 신경 써서 만들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전시물이었습니다.


결론은 시민들이 의식적인 관심을 가지고 그것이 행정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이것저것 뒤지던 중 8월 19~20일에 피란수도 '부산 문화재 야행'이라는 행사를 알게 되어 바로 신청했습니다.


https://busan-heritage-night.com/html/main/main.php


여러 프로그램이 있는데 그중 만들기 체험 행사가 있길래 얼른 신청했습니다.

사전예약은 이쪽입니다.

https://event-us.kr/busanheritagenight2022/event/46057


그럼 이어서 피란수도 부산의 9곳과 이 체험행사에 대해 기록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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