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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누누 Feb 26. 2023

저 휴직하겠습니다

[저 휴직하겠습니다]

약 9년 차의 직장인 생활을 잠깐 쉬어가기로 했습니다.

매일을 치열하게 살지는 않았지만, 꾸준하게는 살아왔다고 생각합니다.

19살에 시작했던 직장인 생활은 어느덧 9년 차가 되었고,

고등학교를 막 졸업했던 사회초년생은 27살의 직장인 그리고 가장이 되어있었습니다.


돌아보면 나에게 주어진 길을 꾸준하게 잘 운전해 온 것 같습니다.

핸들을 한 번도 꺾은 적이 없었고, 그저 내비게이션에도 보이지 않는 그 목적지를 따라

앞만 보며 운전해 왔습니다.

내가 달리던 도로 옆에는 샛길이 있었고, 그 길이 어떤 길인지는 모르겠지만

달리던 도로 옆 내내 샛길도 또 다른 길을 따라 이어져있었습니다.


저 샛길은 어떤 길인지 궁금했지만, 혹시나 목적지에 더 늦게 도착할까 봐,

새로운 길은 너무 낯설고, 헤맬까 봐 샛길은 쳐다보지도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언제든 핸들만 꺾으면 갈 수 있는 저 샛길이 점점 멀어지는 것이 느껴집니다.

이번이 아니면 다시는 저 샛길을 갈 수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어갑니다.

그래서 저는 잠깐 핸들을 꺾어 샛길로 가보기로 했습니다.

제한속도 80km 이상으로 달려야 하던 지금의 고속도로 옆에 있는 그 샛길은

제한속도 30km 이하로 천천히 달릴 수 있었습니다.


속도를 올려 달리느라 보지 못했던 풍경도 구경하고,

산산한 바람도 느끼고,  지나왔던 길도 돌아보려고 합니다.


헤맬 수도 있습니다.

회사에 속하지 않고 자유로운 생활이 오히려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을 통해 나를 찾고, 나를 되돌아보고, 오로지 나에 대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언젠가 샛길로 핸들을 틀었던 지금 이 순간을, 미래에 떠올릴 것입니다.

핸들을 틀었던 용기를 기억하고, 새로운 삶을 설레하는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할 것입니다.

이 시간이 더 단단해지고, 튼튼해진 나를 만들어갈지 기대가 됩니다.


조금 쉬어가기로 한 또 다른 생활이 시작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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