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누가 더 당황스러울까.
드디어 고대하던 연기학원의 첫 수업 날!
한껏 들뜬 마음으로 예정된 수업 시간보다 30분 일찍 학원에 도착했다.
나는 앞으로 함께하게 될 선생님과 학생들을 소개받았고, 원장과의 상담에서 내가 이야기했던 내용들을 담당 선생님과 한 번 더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나에 대해서는 담당 선생님도 원장에게서 들은 정보 외에는 아무런 데이터가 없었다.
그렇기에 첫 수업이 시작된 오늘, 한껏 긴장한 나에게 담당 선생님은 A4용지를 건네며,
"여기에 적혀있는 글을 쭉 한 번 읽어볼래?" 하고 말했다.
나는 '읽는 거야 뭐, 자신 있지!' 하는 생각과 동시에 글을 읽어 내려갔다.
그렇게 첫 번째 줄을 읽고, 두 번째 줄을 읽어 가던 중. 담당 선생님이 말했다.
"응, 잠깐만 멈춰보자."
"다섯 번째 줄부터 다시 읽어볼래?"
나는 곧바로 다섯 번째 줄부터 읽기 시작했다.
이때 알았어야 했다. 내가 지금 무언가 단단히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다섯 번째 줄을 마저 다 읽기 전, 선생님은 다시 말했다.
"그래, 잠깐만 ㅎㅎ"
난 처음보다 더 빠른 반응 속도로 읽는 걸 멈췄다.
그렇게 짧지만 깊은 정적이 찾아왔다.
정적은 딱 1초였지만, 나에게는 1시간이라는 수업 시간이 이미 지나가 있는 느낌이었다.
1초 동안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는지 모른다. '왜 자꾸 멈추는 거지? 내가 지금 잘못 읽고 있나?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하는 당황스러운 생각들만 떠올랐다.
연기라고는 한 번도 해보지 않았고, 연극 무대를 많이 접해 본 것도 아니었기에, 읽어보라는 제안을 받았을 때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난 전혀 몰랐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국어 시간에 "오늘 12일이니까, 12번이 읽어보자~"라는 말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나 교과서를 읽는 12번의 모습과 같았다.
'오...!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가 왔구나...!' 하는 생각에 휩싸인 선생님의 당황스러운 모습도 눈에 보였다.
정신이 아득해졌던 첫 수업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