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혼란의 끝에서 느끼는 안도와 다행.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던 첫 번째 연기 수업이 끝난 후, 아득해진 정신을 붙들고 무용 수업까지 마쳤다.
그 당시 연기과 입시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특기를 꼭 하나 할 줄 알아야 했다.
가장 대표적인 특기는 무용 또는 뮤지컬 보컬이었고, 그래서 대부분의 연기학원은 이 두 가지를 연기 수업과 함께 가르쳤다.
다음 날, 뮤지컬 보컬 수업 시간이 찾아왔다.
나는 노래만큼은 '들어줄 정도'는 됐다.
중.고등학교 때 실용음악 보컬을 배웠던 덕분이다.
입시에 사용할 주특기를 정해야 했기에, 담당 선생님도 보컬 수업에 참여해 내 노래를 들어보기로 했다.
난 자신감은 있었지만, 첫 연기 수업에서의 당황했던 기억이 떠올라, 자신감을 가져도 될지 자꾸만 의문이 생겼다.
모든 준비가 끝나고, 나는 노래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나는 뮤지컬 넘버를 불러본 적도 없고, 배워본 적도 없었기에, 가요를 불렀다.
다행히, 정말 다행히도 담당 선생님 얼굴에는 안도와 한줄기 희망의 빛을 본 사람의 눈빛을 하고 있었고, 뮤지컬 보컬 선생님 역시 긍정의 확신이 담긴 눈빛으로 내 노래를 듣고 있었다.
내 노래가 끝나자,
"바로 뮤지컬 넘버 지정해서 불러도 되겠어!"
담당 선생님과 보컬 선생님이 동시에 말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긴장이 풀리며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내 한숨의 의미를 읽은 듯, 담당 선생님은
"뮤지컬 대극장 대표곡으로 지정했으면 좋겠어요."
라고 말하며, 나에게 엄지를 척 들어 보였다.
사실, 나는 고등학교 때까지 실용음악을 배웠음에도 관련 학과를 가지 않았다.
그럼에도 노래를 배웠던 경험은 뜻밖의 상황에서 나에게 도움이 되었던 적이 몇 번 있다.
그리고, 지금 너무나 그 경험의 도움이 절실한 나에게, 또 한번 더 없이 값진 도움이 됐다.
수업이 끝난 후, '어떤 것이든 배워두면 언젠가는 도움이 되는 순간이 오는구나'라는 생각이 내 머릿속에서 하루 종일 떠나질 않았다.
그날 이후로, 어떤 것이든 배우는 모든 것들과 순간들이 소중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