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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가서 연주투어

유럽연주를 어떻게 가게 되었나

by 호주 재즈맘

퍼스에서 매년 주최하는 재즈페스티벌에 2년 전 연주기회와 빅밴드 커미션 제의를 받았다. 그때 협연을 하게 된 독일 색소포니스트 겸 플루티스트가 나를 자기가 있는 오스트리아에 초청하고 싶다 했다. 예의상 하는 말이겠거니, 했는데 이메일로 장장 2주에 걸친 투어일정과 연주장소를 보내왔다. 이 사람 시리어스 하군?


퍼스에 가게 될 때, 코비드였고 꿈을 크게 잡긴 했었다. 난 임신도 했지, 아기 나오면 연주기회는 없을 거니 정말 투어는 마지막이다 싶었고, 이분과의 재협연을 하리라는 소망을 품고 맞춤형 곡을 써 내려갔다. 그게 맘에 들었던지, 퍼스에 녹음실을 잡고, 페스티벌 마지막날 하루종일 녹음 후 비행기를 타고 가셨다.


그 앨범이 Intertwined Trees라는 제목으로 그분의 레이블로 출반이 되었고, 투어 하면서 이 자작곡들을 3월 중순에 연주할 예정이다.


실은 브래드 멜다우, 빌에반스 같은 거장들의 곡들과 비슷한 분위기로 예전에 습작으로 써놨거나, 미발표 녹음 했던 곡들을 새 편성한다는 느낌으로 가져왔더랬다. 그래서 그런지 로컬에선 내 곡들을 10년전부터 라이브로 들어왔던 터라 영 반응이 시원찮다. 그래도 유럽 등지에선 여기저기 탑급 매거진의 리뷰도 받았다며 나 자신을 단단히 잡았다. 어디서 들은 건데, 밴드투어하게 될때엔, 음반을 먼저내고 연주투어하면서 밴드의 음악성을 더욱 결집시키거나, 아님 연주먼저 많이 돌고 나서 끝무렵에 음반을 내는 경우로 나뉜다고. 이 프로젝트는 이미 시공간적인 제한으로 인해 첫 번째 방법으로만 활동이 가능했다.

감사할 따름이다. 한주 더 혼자 유럽여행을 하면서 신혼 때도 못했던 구경을 하고 올까 하다가, 두고 온 아이와 남편을 위해 일정 마치고 곧장 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표를 다시 구입했다. 정말 싱글이었다면, 나답지 않다 했겠지만, 뭐 하는 짓이냐고 말해주고 싶지만, 나는 엄마이기에 이 정도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Green Book이라는 영화를 보면 흑인 클래식 피아니스트와 백인 운전기사 및 매니저가 몇 시간이고 한차에서 도로를 달리며 투어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제 몇 주 후면 그게 내 모습이다. 와이파이도 없이, 사람도 없는 초원이 이어지는 바깥풍경을 몇시간씩 바라보면서. INFP라서 어떤 말을 건네면서 또 얼마큼 그 시간들을 쪼개가면서 차에 앉아있게 될지 벌써부터 생각해 보게 된다… 풀타임 엄마로 오전부터 저녁까지 살다 보니, 내 진짜 직업이 뭐였는지 잊고 산다. 막상 하면 자연스럽게 투어 가능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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