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분야에 눈을 뜨다
다른 분야에 눈을 뜨다
어느 날, 우연히 들른 전시회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감동을 받은 적이 있다. 원래 영어책만 파고들던 나는, 캔버스 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붓 터치와 작품 뒤에 깃든 화가의 인생 이야기에 빨려들었다. “그림이라는 게 이렇게까지 삶을 반영할 수 있나?”라는 물음이 머릿속에 떠올랐고, 그 순간부터 나와는 무관해 보였던 예술 분야에 관한 책들을 하나씩 찾아 읽기 시작했다.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새로운 분야로의 발걸음은 낯설지만, 동시에 묘한 두근거림을 준다. 하나를 배우면 다른 하나가 궁금해지고, 그러다 보니 ‘연결’이라는 것이 얼마나 광범위하고 무한한지 새삼 깨닫게 된다. 문학을 좋아하던 사람이 미술 작품으로 시각적 표현에 눈을 뜨고, 자연스레 관련 음악이나 공연 예술에도 관심을 갖게 되는 식이다. 가끔은 이 낯선 분야가 어쩌면 내게 더 잘 맞을 수도 있다는 놀라운 깨달음을 주기도 한다.
사실 우리는 학교나 직장에서 주어진 과제나 전공에만 얽매여 있으면, 익숙한 범위 밖을 벗어나기 어렵다. 그러나 한번 시야를 돌려 보면, 세상에는 수많은 길과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내가 ‘문학 전공자’이면서도 동시에 ‘예술 애호가’일 수 있고, ‘IT 전문가’이자 ‘요리 마니아’가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다양한 관심사가 하나씩 늘어가면서, 기존에 알고 있던 지식과 새로 마주한 분야 사이에 의외의 접점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결국 다른 분야에 눈을 뜨는 일은, 잠깐의 호기심으로 시작되더라도 우리의 사고방식을 한층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새로운 개념과 원리를 익히는 과정에서 머리는 복잡해지지만, 동시에 전에는 떠올리지 못했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솟아난다. 그러면서 “우리는 왜 공부할까?”라는 오래된 질문에 대한 답변도 조금씩 구체적으로 바뀐다. 한 분야를 깊게 파고드는 것이 지식의 뿌리를 튼튼히 하는 일이라면,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시도는 그 뿌리에서 굵직한 가지를 뻗어나가는 일이 될 테니 말이다.
한 번 배운 지식이 끝없이 확장되며 다른 영역까지 이끌고 가는 경험은, 삶에서 누릴 수 있는 소중한 즐거움 중 하나다. 그리고 바로 그 즐거움이 우리가 다시금 책을 펼치고, 기사나 다큐멘터리에 귀 기울이고, 누군가의 강연에 빠져들게 하는 진짜 이유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