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음식, 그리고 공부
맛있는 음식, 그리고 공부
이 둘을 연결 지으려면 조금은 엉뚱한 상상을 해 보는 것도 재미있다. 예컨대, 누군가가 “인생 최대의 목표 중 하나는 전 세계의 맛있는 음식을 모두 먹어 보는 것”이라 말한다고 치자. 그러자면 자연스럽게, “그 나라 언어를 조금이라도 알아야 현지 식당에서 메뉴를 제대로 주문할 테고, 경제력도 있어야 해외를 돌아다닐 수 있을 테고, 세계 각국의 문화나 식습관까지 이해해야 더 깊은 맛을 느낄 수 있겠지?”라는 생각이 뒤따른다. 바로 여기에서 ‘공부’가 등장한다.
사실 “맛있는 음식을 위해 공부한다”는 말은, 얼핏 들으면 단순해 보이지만 그 안에 여러 겹의 의미가 숨어 있다. 일단, 맛있는 식재료를 사 먹으려면 어느 정도 경제적 여유가 필요하고, 그 여유를 만들려면 내게 맞는 일을 찾고 거기서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의 배움은 곧 내가 원하는 미래(맛난 걸 마음껏 즐기는 삶)를 위한 실질적 준비다. 또, 평소엔 모르고 지나쳤던 맛의 조합이나 조리 방식이 궁금해지면 자연스레 음식의 과학과 문화적 배경을 들여다보게 되는데, 이것 또한 새로운 지식을 쌓아 올리는 계기가 된다. ‘고추장이 왜 고추장일까?’, ‘이탈리아 파스타 면의 식감은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할까?’ 같은 질문들이 쌓이면, 어느새 요리에 대한 시야가 더욱 깊고 넓어진다.
더 나아가, 맛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어쩌면 여행도 좋아하게 될지 모른다. 낯선 땅으로 떠나 현지 특유의 향신료나 조리법에 매료되어, 언어를 배워 보고 싶다는 자극을 받기도 한다. 그렇게 얻은 언어 능력은 음식 주문을 넘어, 현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생생한 문화 체험을 하는 원동력이 된다. 이렇듯 단순히 ‘먹고 싶다’는 욕구가 일종의 동기가 되어, 공부의 영역을 확장시키는 셈이다.
결국,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쳐 얻은 지식과 경험은 내 일상의 식탁에도 스며든다. 집에서 혼자 만들더라도, 난생처음 써 보는 외국 식재료로 색다른 요리에 도전할 수 있고, 친구들을 초대해 “내가 배운 레시피 좀 보여 줄게!” 하며 한바탕 즐거운 식사 자리를 마련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 작은 파티 안에는, ‘다양한 문화와 지식을 통해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공부’가 맛있는 양념처럼 흩뿌려져 있다.
이처럼 “맛있는 음식을 마음껏 먹고 누리기 위해 공부한다”는 말은 우스꽝스럽게 들릴 수 있지만, 그 안에는 우리가 삶을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움직이는 동기 중 하나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무엇을 위해 배우는가에 대한 답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그중에 ‘맛있는 음식’이라는 명분만큼 솔직하고 인간적인 것도 흔치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명분이야말로, 때로는 지루하고 힘겹게 느껴지는 학습의 과정을 더욱 흥미롭게 바꿔 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