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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공부할까-29

하다 보면 끝나 있다.

by DE

하다 보면 끝나 있다.

때때로 어떤 일들은 너무 막막하고 멀게 느껴져서, 시작조차 망설이게 된다. 높은 산을 바라볼 때의 느낌과 비슷하다. 처음 바라보는 정상은 너무 아득하고 멀어서 도무지 그곳까지 다다를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처음 펼쳐 든 책의 두께와 내용의 난해함은, 차라리 이 모든 것을 시작하지 않는 편이 낫지 않을까 하는 망설임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신기한 점은 일단 한 페이지를 넘기고, 다음 페이지로 조금씩 나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끝에 다다라 있다는 사실이다. 거대한 목표도 결국은 아주 작은 단위의 행동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마치 긴 산책길에서 처음엔 너무 멀어 보였던 목적지가, 발을 움직여 걷다 보면 어느새 가까워지고 도착하는 것과 같다.


공부 역시 매일의 작은 노력들이 쌓이면, 결국 끝이 보이지 않던 책 한 권을 다 읽고, 어렵기만 했던 문제집 한 권을 마무리 짓는 순간이 찾아온다. 처음부터 모든 걸 다 이루겠다고 조급해하지 않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한 걸음에만 집중하다 보면, 어느 순간 뒤돌아봤을 때 그토록 막막했던 길을 이미 걸어왔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끝’에 도달한 순간은 생각보다 놀랍도록 가볍고 담담하다. 시작할 때의 두려움이나 걱정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이고, 대신에 작은 성취감과 더 큰 목표를 향한 자신감이 자리를 대신한다. 결국 끝이란, 처음부터 끝을 바라보는 순간이 아니라 매 순간 내가 걷고 있는 그 발자국들 속에서 자연스레 만들어진다.


어쩌면 삶의 모든 일이 다 이런 식인지 모른다. 너무 어렵고 힘들어 보이는 일들도 결국은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쌓여 완성되듯이, 우리는 하루하루를 묵묵히 보내며 결국 목표 지점에 자연스럽게 닿게 된다. 그러니 처음의 막막함에 주저하지 말고, 일단 아주 작은 하나의 행동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다 보면 언젠가는,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끝이 눈앞에 와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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