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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공부할까-28

가끔은 지치기도 한다

by DE

가끔은 지치기도 한다

어느 순간, 책상 앞에서 한숨이 깊어질 때가 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단어와 숫자를 외우고, 문장을 반복해서 읽는 날들이 이어질수록 가끔은 온몸에서 힘이 빠지는 것 같은 순간이 찾아온다. 초반의 의욕과 열정이 옅어지고, 책장을 넘기는 손끝에선 이상하게 무기력함이 묻어난다. 그럴 때면 스스로에게 묻곤 한다. “지금 이렇게 힘들어 하는 게 정상일까?”


하지만 돌아보면, 지치는 순간이 찾아오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일이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며 무언가를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꾸준히 에너지를 쏟아 붓다 보면 누구나 어느 시점에서는 잠시 멈춰 설 수밖에 없다. 공부라는 과정은 끝이 보이지 않는 마라톤과 같아서, 아무리 성실하고 열심히 달리는 사람이라도 반드시 쉬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지칠 때는 무언가를 배우려는 마음조차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자신이 작아 보이고, 지금까지의 노력들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때로는 모든 걸 놓아버리고 아무 생각 없이 하루를 보내고 싶다는 충동이 밀려온다. 이런 감정이 드는 것은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지침을 느낀다는 것은 내가 그동안 얼마나 진지하게 노력해 왔는지, 얼마나 성실하게 최선을 다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지쳤다는 사실 그 자체가 아니라, 지친 순간을 어떻게 마주하느냐다. 지침을 느낄 때 억지로 힘을 내기보다는 잠시 멈춰서 나 자신을 돌봐줄 시간이 필요하다. 책을 덮고, 천천히 숨을 고르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작은 일상 속의 휴식을 찾아보는 것도 좋다. 지쳤다는 감정을 부정하거나 회피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나를 위로하며 천천히 회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언젠가 충분히 쉰 후 다시 책상 앞에 앉게 되면, 그때의 나는 조금 더 단단해지고 성숙해져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결국 지치는 순간조차 공부하는 여정에서 꼭 필요한 휴식과 충전의 시간이 된다. 지치는 것은 포기가 아니라 잠시 쉬어가라는 신호이며, 앞으로 더 멀리, 더 힘차게 나아가기 위한 필연적인 과정이다. 그러니 가끔 지치는 것에 대해 너무 자책하지 말고, 그 시간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고 다시 일어설 힘을 얻으면 된다. 그렇게 우리는 조금씩, 지혜롭게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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