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그냥 놀자

by DE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쉴 틈 없이 일정을 소화하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훌쩍 지나간다. 처리해야 할 메일, 마감일이 코앞인 보고서, 예기치 않게 터지는 업무들 속에서 정신없이 움직이다 보면 몸은 물론이고 마음까지 지쳐버린다. 책상 위에는 여전히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지만, 집중력은 점점 흐려지고, 일에 쏟는 에너지는 효율을 잃어간다.


얼마 전, 그런 날이 있었다. 오전부터 회의와 업무 보고가 연달아 이어졌고, 점심을 먹을 시간조차 없이 하루가 반쯤 지나 있었다. 결국 오후가 되자 머릿속이 하얗게 비고, 그 어떤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때 나는 과감하게 컴퓨터 화면을 끄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그냥 조금 놀자”는 마음으로 사무실 근처 공원으로 향했다.


벤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하늘을 올려다보니, 오전 내내 잔뜩 올라가 있던 어깨의 긴장이 서서히 풀렸다. 공원길을 산책하다가 들린 작은 빵집에서 갓 구운 빵을 사 먹으며, 평소에는 그냥 스쳐 지나쳤던 풍경들을 찬찬히 바라봤다. 특별히 대단한 무언가를 한 건 아니었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머릿속의 복잡한 생각들이 정리되고, 마음속의 답답함도 한결 가벼워졌다.


이후 사무실로 돌아왔을 때, 놀랍게도 다시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힘이 생겨 있었다. 그동안 미뤄둔 작업들이 술술 풀렸고, 업무 속도도 훨씬 빨라졌다. 잠깐의 ‘쉼’과 ‘놀이’가 단순한 여유가 아니라, 다시 일할 수 있게 해주는 연료였음을 그때 깨달았다.


가끔은 우리는 ‘노는 시간은 낭비’라고 생각하며 쉼 없이 달린다. 하지만 일과 삶을 오래 이어가기 위해서는, 그리고 더 나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오히려 ‘놀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 잠깐의 여유는 일을 미루는 것이 아니라, 더 오래, 더 단단하게 나아가기 위한 준비다.


그래서 이제 나는 마음이 벅차고 몸이 무거운 날이면 이렇게 스스로에게 말한다. “오늘은 잠깐 놀자.” 그리고 그 시간이 지난 후 다시 자리로 돌아와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업무를 이어간다. 결국, 잘 노는 것이야말로 오래 일할 수 있는 비밀이라는 걸 이제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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