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 및 1화 : 막힌 길을 뚫어라! MCP 너는 누구냐?
2025년 서울, 인공지능 개발자 코드씨는 오늘도 모니터 앞에서 씨름 중입니다. 그가 공들여 만든 AI 챗봇 '쥬피터'는 정말 똑똑합니다. 질문에 막힘없이 대답하고, 복잡한 글쓰기도 척척 해내죠. 하지만 코드씨의 마음 한구석에는 늘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쥬피터야, 네가 내 이메일도 좀 확인하고, 오늘 일정에 맞춰서 필요한 자료도 미리 찾아주면 얼마나 좋을까? 최신 뉴스 기사도 바로바로 반영해서 대답해주면 더 완벽할 텐데..."
마치 외딴 섬에 갇힌 천재 같다고 할까요? 쥬피터는 자체 능력은 뛰어나지만, 외부 세계의 실시간 정보나 코드씨가 사용하는 다른 도구들(이메일, 캘린더, 클라우드 저장소 등)과는 연결되지 않아 그 잠재력을 100%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습니다. 각 서비스마다 따로 연결 프로그램을 만들면 되죠. 하지만 이메일 연결 따로, 캘린더 연결 따로, 파일 시스템 연결 따로... 마치 온갖 종류의 충전기를 주렁주렁 들고 다니는 것처럼 번거롭고 비효율적이었습니다.
연결해야 할 서비스가 늘어날수록 개발의 복잡성은 눈덩이처럼 불어났죠.
그러던 어느 날, 코드씨는 한 기술 컨퍼런스에서 '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Model Context Protocol)', 줄여서 MCP라는 이름을 듣게 됩니다.
발표자는 MCP를 'AI 애플리케이션을 위한 USB-C'나 '웹 세상을 연결하는 HTTP'에 비유했습니다. 여러 개의 케이블과 어댑터 대신, 단 하나의 표준 포트로 모든 것을 연결하는 세상. MCP가 바로 AI 세계에서 그런 역할을 한다는 것이었죠. 파편화된 개별 연결 방식을 하나의 표준화된 프로토콜로 대체하여, AI가 외부 데이터와 도구에 훨씬 쉽게 접근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이거다!"
코드씨의 눈이 반짝였습니다. MCP만 있다면, 쥬피터를 답답한 섬에서 구출해 넓은 세상과 연결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더 똑똑하고, 더 유용하며, 진정으로 사용자의 맥락을 이해하는 AI. 코드씨는 MCP가 열어줄 AI 개발의 신세계에 대한 기대로 가슴이 부풀었습니다. 마치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를 단번에 풀어줄 마법의 열쇠를 찾은 기분이었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코드씨는 MCP의 기술 문서를 펼쳐 들었습니다. 마치 새로운 도시의 지도를 보듯, MCP가 어떻게 AI 세상의 소통 방식을 바꾸는지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죠.
MCP의 작동 원리: 간단 명료한 약속
MCP의 기본 구조는 생각보다 간단했습니다. 바로 '클라이언트-서버' 모델이죠. 코드씨의 AI 챗봇 '쥬피터'처럼 외부 정보나 기능이 필요한 AI 애플리케이션(클라이언트)이 있고, 이메일 서버, 데이터베이스, 특정 프로그램처럼 정보나 기능을 제공하는 외부 데이터 소스 및 도구(서버)가 있습니다.
MCP는 이 둘 사이를 연결하는 표준화된 '대화 규칙'인 셈입니다. 마치 식당에서 손님(클라이언트)이 정해진 메뉴판(프로토콜)을 보고 웨이터(MCP 클라이언트)에게 주문하면, 웨이터가 주방(MCP 서버)에 주문을 전달하고 완성된 요리를 가져다주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이 '대화'는 JSON-RPC 2.0이라는 약속된 형식의 메시지를 통해 이루어지며, 마치 끊김 없이 통화하듯 상태를 유지하는 연결(stateful connections) 위에서 작동합니다. 연결 방식도 다양해서, 로컬 컴퓨터 내에서는 표준 입출력(stdio)으로, 원격 서버와는 웹 기술(HTTP/SSE, 웹소켓)로 연결할 수 있었습니다. 마치 상황에 맞게 유선 전화, 무선 전화, 인터넷 전화 등 다양한 통신 수단을 사용하는 것과 같죠.
MCP가 여는 문: 상상 이상의 데이터 접근성
코드씨는 MCP를 통해 쥬피터가 접근할 수 있는 정보의 범위에 다시 한번 놀랐습니다. Gmail의 이메일 내용, 구글 드라이브의 문서, 슬랙(Slack) 메시지, 노션(Notion) 페이지, 회사의 고객 데이터베이스, 심지어 개발자의 코드 저장소(Git)까지! 이론적으로 MCP 서버만 구축된다면 거의 모든 종류의 디지털 정보에 연결될 수 있었습니다.
이메일 제목, 본문, 첨부파일 속 텍스트, 문서 내용, 회의록, 코드 조각, 고객 이름, 연락처, 상담 기록... 이 데이터들 속에는 '개인정보'가 상당히 많이 포함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는 물론이고, 이메일이나 문서 내용에 담긴 민감한 이야기들, 사용자의 활동 패턴까지도요.
표준화의 양면성: 편리함과 집중된 위험
MCP의 가장 큰 장점은 '표준화'입니다. 제각각이던 연결 방식을 하나로 통일하니 개발은 훨씬 쉬워지고 AI의 능력은 극대화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코드씨는 이 표준화된 통로가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음을 직감했습니다. 모든 데이터가 MCP라는 하나의 문을 통해 드나들게 된다면, 만약 이 문(예: MCP 서버)이 잘못 관리되거나 공격당했을 때 그 피해는 과거의 개별 시스템 침해보다 훨씬 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편리함을 위해 여러 열쇠를 하나로 묶어둔 '마스터키'가 도난당하면 모든 문이 위험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죠.
'네 선택' vs 'AI의 판단': 미묘한 차이
MCP 문서를 더 깊이 파고들던 코드씨는 흥미로운 지점을 발견했습니다. MCP는 외부 정보에 접근하는 방식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고 있었습니다. 하나는 '리소스(Resource)' 접근으로, 주로 사용자가 '이 파일을 읽어줘', '저 폴더 내용을 보여줘'처럼 명확하게 대상을 지정하는 경우입니다. 다른 하나는 '도구(Tool)' 사용으로, 사용자가 '내일 회의 준비 좀 해줘' 같은 추상적인 요청을 하면, AI가 스스로 판단해서 '캘린더 확인', '관련 문서 검색', '참석자 이메일 분석' 등의 도구를 알아서 사용하는 경우입니다.
이 차이는 사소해 보이지만 중요했습니다. 사용자가 직접 선택한 파일 접근은 사용자의 명확한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있지만, AI가 스스로 판단해서 이메일을 뒤지고 문서를 분석하는 것은 사용자가 예상하지 못한 정보 접근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AI가 내 허락 없이 어디까지 정보를 보고 판단해도 되는 걸까?" 코드씨의 머릿속에 또 다른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MCP라는 '만능 열쇠'는 분명 혁신적인 가능성을 품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 열쇠가 열어젖힐 수많은 문 뒤에 도사리고 있을지 모를 위험들, 특히 개인정보와 관련된 문제들이 조금씩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코드씨는 기대감과 함께 신중함을 가져야 함을 깨달았습니다.
(다음 화 예고: '만능 열쇠'의 위험한 유혹: 개인정보 침해의 시나리오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