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살의 나, 25살의 나와 같이 살기 #9

감기

by 한성규

다시 감기 얘기다.

하루종일 작업에 진전이 많았다.

다 감기 덕분이다.


25살의 나는

이야, 감기 빨 좋은데

그냥 낫지 않게 오늘도 좀 무리해서

운동하고

불규칙적으로 생활하고

한 번 아무것도 안 먹어 보는 건 어때?

라고 하면서 감기 낫기를 거부하라고 했다.


65살의 나는 빨리 건강해지라고

좀 더 탄수화물을 먹고,

안 되면 꿀이라도 그냥 빨아먹고

움직이지 말고

누워있으라고 했다.


감기에 걸리면 작업이 굉장히 잘되고

집중도 잘 된다.


라오스에 해외봉사 갔을 때

한 두달간 심하게 아팠는데

그 때 내가 생각해도 멋진 글을 쓴 적이 있다.

대략 깨달음을 얻은 개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지금 봐도 와 잘썼네.

진짜 뭐 이런 생각을 어떻게 했지

하는 작품이다.


물론 한국 문단의 평가는 정반대이지만...


어쨋든 아프면 작업이 잘 된다는 사살이 참 아이러니하다.


이게 죽기 전에 최고의 행복을 느낀다는 뭐

그런건가?


인생의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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