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림 May 29. 2023

미래를 위한 투자


비가 종일 내리니 눅눅하기가 말할 수 없다. 딸이 집에 오면 왜 이렇게 잠이 쏟아지는지 종일 자고 또 자고를 반복한다. 어쩌면 나는 먹이기 위해 애쓰는데 딸은 집이라는 안정감 하나로 그냥 잠이 밀려오나 보다. 물론 집에서 잠을 못 자는 것도 아니고 밥을 안 먹는 것도 아니지만 어디 엄마 밥상만 할까. 주일이면 조카를 오라 해서 같이 밥 먹고 교회를 간다. 평소보다 늦게 와서 이미 시작한 아침에 수저를 놓았다. 혼자 기숙사 생활을 해서 먹는 것도 시원찮고 돈도 가진 게 많지 않을 테니 보통 하루 2끼 정도는 먹는 거 같다. 그런 내 얘기를 들은 딸이 하는 말, "그 정도면 양호하네"였다. 아이들의 세계에선 하루 한두 끼가 양호한 거였나 보다.


하긴 나도 집에 혼자 있거나 오후 수업일 땐 수업을 가기 위해 식사를 한다. 입맛이 없기도 하고 다른 일을 하니 끼니를 쉽게 건너뛰기 십상이다. 혼자 먹기 위해 끼니를 챙기는 걸 정말이지 못하는데 그런 나를 챙길 줄 아는 것도 또한 능력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조카의 뒷모습을 보니 살이 많이 빠졌다. 한식을 먹어서 인가 싶어 물어보니 잘 안 먹어서 란다. 그런 소릴 들으니 조금 짠 한 마음이 앞섰다. 곁에 있으면서 챙겨줘야 한다는 강박이 없는 것은 아니나 내 자식들도 똑같이 가지는 마음 일 테니 신경이 쓰였다.


최근 12~16시간 동안의 공복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나는 엄마의 당뇨와 내 직업적인 특징 때문이라도 조심해야 할 나이다. 간헐적 단식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나 혈당을 신경 써야 할 시기기 때문이다. 경계성이기에 조심해야 하고 언제든 다른 이들보다 당뇨를 더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남편 가족은 혈압을 나는 혈당을 신경 써야 하니 우리 아이들은 이 두 가지를 모두 신경 써야 될 상황이다. 꾸준히 운동을 하고 현재 과체중도 아니고 보기에도 나쁘지 않으니 다행이지만 역시나 약간의 살이 빠지는 것은 건강을 위해서도 좋은 결과를 준다. 몸이 가벼워지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감도 주고 옷 태도 좋아지고 피부도 나아지기 때문이다. 힘든 노동과 일하는데도 전보다 더 지치지 않으니 그건 어쩌면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받는 것과 같다.


좋은 지방과 좋은 재료의 음식은 사람을 바탕에서부터 좋게 만들어 준다. 가끔 스트레스 있을 땐 초콜릿이나 아이스크림을 찾는 나는 특히 호르몬의 변화가 감지되는 매직이 올 때면 심해진다. 급작스러운 과식이나 단 게 당기기 때문이다. 안 먹던 과자가 입으로 들어가든지 아이스크림을 뒤지고 있다거나 달달한 초콜릿을 사러 가게를 가곤 하니 확실히 입맛의 변화를 감지하게 된다. 전엔 적극적으로 대처를 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아이스크림도 한 개 이상은 먹지 않으려 하고 초콜릿도 카카오가 높은 것으로만 섭취하고 과자는 최대한 적게 먹고 있다. 이런 작은 것들로 나를 바꿀 순 없을지라도 조금의 변화가 감지된다.


몸의 컨디션이 좋고 나쁨은 아주 작은 차이인 것 같다. 잠을 충분히 자고 아침에 일어났을 때 개운한지, 허리의 이상은 없는지, 쑤시거나 결리는 곳이 없는지 정도로도 내 아침은 달라질 수 있다. 내가 먹고사는 것들이 내 몸을 이루고 내가 하는 작은 행동들이 나를 만든다. 그러니 작은 것부터 나를 사랑하고 아낀다는 것은 미래의 나에게 투자하는 것과 같다. 더 건강하고 튼튼한 미래를 위한다는 것이다. 자녀들이야말로 아무거나 닥치는 대로 먹지 말고 자기 몸을 돌보길 바라지만 나 또한 그때는 잘 몰랐던 거 같다. 그러니 아이들도 그런 자기를 더 알 나이가 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현명한 아이들이니 좀 일찍 깨닫기는 하겠지만 언제까지나 내 잔소리가 필요한 것도 아니니 난 그저 그들의 건강을 걱정해야 하는 것이다.


내 체중이 하루에도 1~2킬로를 오르내리는데 늘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몸이 좀 무겁다고 느끼면 영락없이 체중이 늘었고 지나치게 가볍게 느껴지면 좀 빠져 있기 때문이다.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체중이 저절로 조절되니 인체는 오묘하다. 살이 막 찌던 시기엔 조심해도 무섭게 늘어나더니 지금은 아무거나 막 먹는다 하지만 적당히 먹는 것을 조심하니 더 이상 오르지 않는다. 사람은 평생 몸을 관리하면서 지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늙어서 질병에 허덕이면서 퀄리티 떨어지는 삶을 살지 않겠는가. 난 옆에서 그런 것을 평생 봐온 터라 나 자신 하나만은 잘 관리해 죽는 순간까지 건강하게 살다 가고 싶을 뿐이다.


누군들 자기의 건강을 자신할 수 있겠는가. 아프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단지 살기 바빠 본인을 돌볼 새가 없었을 뿐이니 결국엔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치료를 연명해야 한다는 말이니까. 인생 100세 시대 아니던가. 난 정오를 막 지나고 있을 뿐이니 이제야 내 인생 점심때다. 자리보전하고 누워 지낼 생각이 아니라면 지금부터 몸을 돌보고 건강하게 섭식을 해야 할 때다. 잘 먹어야 한다는 것은 어쩌면 요즘 생활로 보자면 덜어내는 것일 테다. 전화 한 통, 앱에서 터치 몇 번이면 집으로 달려오는 음식들 속에 나를 지키는 것 또한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나 또한 젊어서부터 배달음식, 외식을 즐겨하지 않았으니 지금의 내가 되었을 것이다.


가끔은 들인 비용에 비해 과식을 즐기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과식을 안 하려 노력한다. 자기 관리를 잘하는 사람들은 먹는 것부터 절제를 하곤 한다. 이게 시작일 것이다. 나도 덜어내는 것뿐만 아니라 잘 살피고 고쳐 쓰는 노력을 기울일 때다. 미래를 위한 투자는 나를 위하는 것부터 시작이다.

작가의 이전글 길 위에서 피어난 작품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