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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림 Jun 10. 2023

자연이 주는 속삭임


하늘은 밝은 햇살을 뿜어내며 깊은 푸르름을 드러냈다. 6월에 들어선 지 며칠 지나지 않아 날이 맑고 쾌청하다. 여름의 한 자락에 들어선 것을 알리는 양 햇살이 뜨겁게 느껴졌다. 이런 날씨에 더구나 주말 아니던가. 아침 일찍 집을 나선 게 아니었지만 낮 시간에 나서기 부담되는 날씨는 아니었다. 구름 한 점 안 보이는 맑은 날씨에 태양은 오롯이 떠있고 그늘에만 들어서도 시원하니 여름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안산엔 간간이 여럿이 무리 지어 산을 오르고 있었다. 가끔 지인이나 친구, 혹은 아들과 같이 오르고 있지만 대부분 시간이 맞지 않아 혼자서 나설 때가 많다. 그러다 보니 감정의 울렁거림이나 스트레스가 차 있을 때는 혼자서 걷곤 한다. 그때야말로 나와 마주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보통 혼자서 가볍게 산을 오르는 내겐 다른 이를 관찰하는 눈이 생겼다. 무리를 지어서 또는 연인이나 가족, 친구들과 찾는 모습을 보면서 산을 찾는 수많은 이유에 대해 묻곤 한다.


누군가는 건강을 위해서 심신의 안정과 피로를 풀 목적으로 들르기도 할 것이다. 자연이라는 것은 쏟아지는 햇살에 푸르른 풀 내음과 바람 냄새로 사람을 끄는 힘이 있다. 가끔은 더운 여름 나절이라도 나무 그림자 아래로 들어간다면 선선함을 맛볼 수 있다. 이런 맛에 사람들은 자꾸만 자연으로 향하는 게 아닐까. 걸으면서 눈에 시원함을 주고 마음에 가졌던 근심과 걱정을 덜어내고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게 하니 혼자서 가는 등산의 맛이라고 할만하다.


아직까진 습기가 많지 않아 천천히 오르던 뛰어가던 즐거운 시간을 선사할 수 있다. 훅 밀려오는 열기에도 아직은 쾌적하게 느껴지니 6월 여름 초입에 가져보는 보물 같은 시간이리라. 아무리 더워도 습기만 많지 않다면 지낼만하다. 땀이 나도 한줄기 바람에 서늘함을 가질 수 있고 흐르는 땀조차 선선한 바람이 식혀주기 때문이다. 온통 푸르고 초록의 싱그러움이 더해가는 시절이 되면 뜨거워 보이는 햇살에도 나무 사이로 들어가기만 하면 피부에 닿는 바람의 살랑임을 기분 좋게 느낄 수 있다. 선물 같은 시간이다.


가끔은 비가 내린 후 가지는 싱그러움과 습기도 있고 촉촉한 대지에 차오르는 생명력을 떠오르게 한다. 어쩌다 야생의 동물을 마주할 시간도 있으니 그것은 정말 보물 같은 시간이다. 전엔 꿩과 이름 모를 아름다운 깃털로 치장한 새들을 보곤 했다.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덩치 큰 들개를 만난 적도 있어 등줄기 식은땀이 흐르게 한 적도 있다. 사대문 안에서 무서운 곰이나 멧돼지를 마주하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 아닌가. 가끔 산에서 내려온다는 야생동물을 만나지 않는 것만 해도 안심이나 그들도 우리를 피해 다니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니 우리의 조우는 그저 기우에 지나지 않을 테지만.


걷기는 자기의 마음을 한곳에 집중시키는 효과가 있다. 피톤치드를 맛보고 자연의 싱그러움과 기를 느끼며 안구를 정화할 시간을 가진다는 것만 해도 커다란 축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산에 오르면서부터 좁은 실내에 갇혀서 각종 기구에 몸을 맡기는 게 답답하게 느껴졌다. 헬스나 다른 운동 또한 욕구를 자극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나 당분간 자연은 그렇게 나를 위로하는 시간으로 함께 할 것 같다. 치유 효과까지 더불어 나와 함께 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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