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안산에 올랐다. 주말 세찬 비가 내려 시야가 확 트이고 공기가 맑아 가벼운 산책 나가기 정말 좋은 날씨다. 가벼운 차림으로 물까지 준비해 나섰다. 살랑바람이 불어와 덥거나 춥지도 않은 햇살이 빛나고 온통 초록으로 싱그러운 대지 위에 내리쬐는 한낮이다. 발걸음 가볍게 걸음을 옮기면서 일 년 중 가장 좋은 날씨라는 생각을 했다.
늦게 음식을 먹고 출발했는데 속이 거북했는지 아님 오랜만의 산책 때문인지 숨이 차올랐다. 그래도 발걸음을 다부지게 해 본다. 내쉬는 호흡에 감추어두었던 몸속 묵은 숨을 몰아쉬면서 쉼 없이 올랐다. 아까시나무가 여기저기 자리를 하고 있지만 한주 늦게 온 탓에 많이 떨어져 산자락 깊은 곳에만 조금 남아있다. 상큼한 향내 풍기면서 온통 대지는 푸르름과 5월의 축복으로 가득하다. 빛나는 볕에 스스로 물들어 가는 듯하니까.
몇 해 전 코로나로 일이 없어져 열심히 산에 다녔을 때가 떠올랐다. 가까운 곳 안산은 손쉽게 오를 수 있고 사람도 마주할 일 없기에 자연에 몸과 마음을 맡기는 시간이었다. 그때 돌아서는 길모퉁이마다 드러나는 자연의 기운을 느끼면서 하루하루 견디고 기다리는 시간을 가지게 됐다. 사람이 질주만 할 수 없으니 가끔은 그렇게 부러 원하지도 않는 강제 쉼을 주기도 한다는 것을 깨달아 가면서 말이다.
얼마 전 일인 듯한데 그새 자연은 더 깊어지고 자라 넉넉한 품으로 나를 안아준다. 마치 푸근한 아들 품에 안기는 듯한 느낌이라 그런지 따스한 햇살마저 포근하게 느껴진다. 어느새 훅 자라 돌아 나오면 그때마다 내게 눈길 주었던 곳이 이제는 다른 환경으로 큰 팔 벌려 맞이해 준다. 날마다 자라나고 성장한다는 것은 제자리에 있더라도 자기의 빛을 발하는 것인가 보다. 더불어 보여주는 상큼한 싱싱함이 마치 보아주기를 기대하듯 빼어난 자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봉수대 높은 곳에서 보는 서울은 날씨 때문인지 더 근사해 보이고 좋아 보인다. 날씨도 사람의 기분을 좌우하는데 어찌 작은 사건사고가 많은 일상에 평화만 존재할 수 있으랴. 늘 고요함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지만 노력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것일 테지. 산에 올라 하늘이 높이 솟아오른 날씨를 맘껏 누리며 바라보았다. 그런 하늘이 일 년 중 얼마나 될까. 난 보기 힘든 파란 하늘을 맘껏 만끽하며 품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머리가 복잡하고 감정이 요동쳐 현실에 발목 잡히는 순간이 올 땐 집을 나서서 가까운 곳 자연에 나를 맡겨보시길 권한다. 당신을 안아주고 위로하며 속삭여 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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