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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림 May 21. 2024

내가 만나본 작가 미셸

'H마트에서 울다' 미셸 자우너 북토크


모처럼 화창한 주말 광화문 교보문고로 향했다. "H 마트에서 울다" 작가 미셸 자우너의 북토크가 있어서다. 미국 추천도서 목록에 올라갈 만큼 화제의 베스트셀러로 표지 리커버 기념으로 마련된 자리였다. 남편, 이모와 함께 멀리서 들어오는 그녀는 얼굴이 작고 마른 큰 키에 뮤지션임을 알게 하는 독특한 아우라를 가지고 있다. 좀 더 육덕 하고 푸근한 인상일 거로 생각한 뇌피셜에 완전히 빗나갔지만 앞머리를 내린 약간 일본풍의 원피스 복장과 머리 스타일 때문에 마치 모델처럼 보였다.


현재 한국에 머문 지 5개월째라고 하며 연세어학당에 다니고 있다 했다. 생각보다 한국말이 많이 안 늘어서 걱정이라지만 중간중간 말을 알아듣고 통역 없이도 자기 의사를 짧게 표현한다. 이 책은 성장기로 딸과 엄마의 관계를 빌어 엄마의 사랑이 어떻게 표현되고 내게 이어지고 있는지 세밀하게 그리는 이야기다. '엄마가 없는데 한국인이긴 할까' 하는 물음 속엔 정체성에 대한 깊은 성찰과 자기 스스로 찾아가는 시간이 묻어있다. 엄마가 해주던 음식을 스스로 찾아 만들어 먹고 기억에서 소환되고 불러오는 수많은 이야기 속에 녹아드는 그리움에 대해서 말한다.


그녀는 말한다. 그리움이 없다면 사랑하지 않는 것이라고. 때론 부딪히기도 하지만 결국엔 이민 온 엄마가 겪어야 했을 외로움과 그리움을 이해하지 못했던 그 시절을 떠올리며 결국 자신은 엄마로부터 이어받은 문화며 유산이라고 말이다. '한국인이긴 할까' 하는 물음 속엔 마치 엄마로부터 이어지는 끈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와 더불어 그녀를 잊지 않겠다는 마음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 제작이 멈추어 한국에 갈 마지막 기회라 여겼다는데 망원시장에서 가래떡을 구워 참기름과 소금 뿌려먹는 것을 즐기고 이모가 해주는 집밥을 최고로 여긴다 한다. 소소한 이야기부터 엄마가 돌아가신 지 10년이 되어 한국에서 시간 보낼 수 있어 행복하다며 웃어 보였다. 이미 글로 만나본 그녀는 이질감 대신 자국에서 이방인처럼 대해졌을 모습과 이곳에서 2세로 한국어가 서툴러도 속속들이 안아주는 모습을 통해 스며드는 지금의 모습을 보는 즐거움이 있다.


사람은 어느 곳에 있던 자기의 뿌리를 잊지 않고 찾고 싶어 하며 기억하려 애쓰는 것 같다. 북 콘서트를 앞두고 그녀의 책을 다시 훑으면서 드는 생각은 성장일기를 보는 듯 안아주고 싶었다. 누군들 후회하지 않는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있을까. 살면서 알게 모르게 작게나마 부족했거나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을 떠올리게 된다. 마치 그게 어제의 일처럼 펼쳐지고 파노라마처럼 소환될 때면 그리워하고 미룰 것이 아니라 비 온 뒤 땅처럼 스며 더 굳어지고 단단해지는 대지처럼 받아들이는 용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면에선 미셸은 충분히 엄마가 내려다보시면서 잘했다 뿌듯할 만하다 여겨졌다.


나도 자식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추억될 것인가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된 책이었다. 다시 읽게 된 그녀의 책 곳곳에 스민 그리움은 딸과 엄마와의 끊을 수 없는 끈끈함을 엄마라는 이름으로 다시 보게 했다. 오롯이 작가와 나눌 수 있는 대담 또한 좋았고 이런 시간이 허락되어 감사했다. 에세이 형식으로 쓰인 책은 6년여에 걸쳐 집필했다 한다. 날 좋은 날 엄마라 불리는 나와 내가 부를 엄마는 지금 어느 위치에 놓여있는 것일까 묻게 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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