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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카디건 같은 마음으로

여름을 맞이하는 옷 정리와 함께

by 최림 May 0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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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이 오고 있다. 아침저녁으론 아직도 쌀쌀하지만 낯 기온은 많이 올라 있다. 여름옷을 모두 꺼내놓고 맞지 않을 것 같은 옷들을 덜어낸다. 그리고 두꺼운 옷들을 꺼내 통에 넣어본다. 그러고 보니 3 계절이 다 있구나. 겨울, 봄, 여름이. 어느새 시간이 이렇게 흘러갔을까? 추워서 폴라를 벗지도 못하던 시간이 있었는데 이제는 여름이 다가와 다 입어보지도 못한 긴 팔 옷들을 모두 집어넣어야 한다.



 정리할 때 보면 이런 옷도 있었는데 왜 한 번도 꺼내보지 않았을까 하는 옷도 있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늘 물건에 대한 욕심만 키우고 있었나 보다. 내 마음을 덜어내지도 못한 채 늘 물질로만 채우려 했구나. 그런 시간들이 부끄럽다. 이제부터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해야지. 옷장도 비워야 새로운 것들로 채워 넣을 수 있듯이, 욕망으로 가득 찬 마음을 드디어 비워내고 덜어내야겠다. 마음은 늘 그렇지 않음에도 게으름과 부족한 패션 센스에 늘 부족함을 가진다. 덜어내면 더 잘 보이게 될까? 아니면 가진 것들과의 조합이 더 쉬울까?



 하얀 운동화를 신고 짙은 네이비청바지와 흰 티에 노란 카디건을 꺼내 입고서 길을 나선다. 봄날 입어보지 못했던 노란 카디건. 약 십오 년 전에 뜨개질로 만들었던 카디건 세트였다. 고급스러운 면사로 떠서 그런지, 아니면 약간 올리브 색이 가미된 노랑이라 그런지 내게도 잘 어울린다. 대바늘로 떠서 숭덩숭덩 구멍이 모양 따라 나 있고 반팔 티셔츠에 입어도 춥지 않다. 아마도 기온이 많이 올라서인 듯하다. 짙은 청바지 색이랑 대비돼서 화사하다남편이 어디서 난 거냐고 묻는다. 오래전 뜨개질할 때 만든 거라고 니 잘 어울린다고. 이럴 땐 꼭 남의 남자 같다. 



 남들도 책 읽는 공간에 들어가서 책을 읽는 시간은 내게 주는 휴식 같은 시간이다. 좀처럼 집중이 안 되고 책 한 장 넘기기 어려운 시간이 있다. 그럴 때면 집보다 익숙한 이곳 도서관이 더 잘 읽히기도 한다. 오늘도 그렇게 보던 책을 마저 보고 새로운 책을 하나 집어 들고서 집으로 향한다.



 길을 나서니 사람들이 계절처럼 밝은 색 위주로 입고 있다. 온통 베이지에 흰색이 주를 이룬다. 나는 색 선택이 어렵다. 아직도 내가 원하는 스타일대로 디자인을 고르고 색이며 길이를 고려해서 눈에 담아둔다. 그래서 비슷한 디자인만 고르고 갈수록 편한 옷 위주로 고르는 걸까. 스타일의 변화가 없다. 좀 나도 멋진 변화가 필요할 것 같은데 말이다. 패션도 센스고 응용인데 나는 적용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걸까?



 올해는 좀 더 밝은 칼라로 옷장을 꾸미고 싶다. 그리고 환한 표정으로 나를 밝히고 싶어 진다. 그러면 내 마음이 두둥실 더 부풀어 오를 것만 같다. 남들은 알까? 그런 내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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