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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림 Jun 25. 2022

여름 밥상

계절이 주는 선물



 여름 김장을 하는 것처럼 김치 가짓수가 많다. 오이소박이, 깍두기, 오이 고추 소박이, 부추김치 그리고 밑반찬인 마늘종 새우 조림, 오이 고추무침을 한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부추를 다듬고 오이와 고추를 칼집 내서 소금물에 절인다. 여름이라 밀가루 풀을 쑤고 식혀 새우젓, 고춧가루, 마늘, 멸치 액젓, 매실 액, 생강을 넣고 양념을 만들어 놓는다. 다듬은 부추를 씻고서 물기를 빼서 채반에 놓아두고 절인 오이와 고추를 살짝 씻어 물기를 뺀다. 부추에 멸치 액젓을 넣어 숨이 죽게 놓는다.


 여름 무라 단맛은 적지만 아삭한 식감이 그리워 깍두기를 담근다. 무 한 개가 아들의 장딴지처럼 두껍고 길다. 너무 커서 깍두기를 담그면 좋겠다 낙점이 되었다. 일부는 비늘처럼 어슷 썰고 나머지는 사각사각하게 썰어 굵은소금을 뿌려 뒤적여 놓는다. 절인 무는 씻지 않고 물기만 제거해서 양념을 넣어 버무린다. 마무리로 부추 한 줌을 썰어서 첨가하면 된다. 매번 맛있는 깍두기를 맛볼 수 있는 이유는 양념에 작은 요구르트 반개 정도를 첨가하는 것이다. 그러면 단맛은 물론 먹을 때마다 비슷하게 잘 익고 맛있는 깍두기가 되도록 발효를 돕는다. 매번 비슷한 맛을 내는 이유기도 하다.


 비늘 모양으로 썰어 절인 무는 건져서 양념을 무치고 통 바닥에 깔아준다. 부추김치를 담글 때 같이 넣어봤더니 시원한 맛이 배어 나와서 무가 맛도 있고 건져먹는 재미가 있어서 좋기도 하다. 액젓을 뿌려두었던 부추를 양념장에 슬쩍슬쩍 바르 듯이 무쳐서 통에 담는다. 그렇게 마무리가 된다.


 무 한 토막 정도 가늘게 채 썰어 소박이 소로 쓸 무와 부추를 비슷하게 썰어 놓는다. 양념을 뒤적여 놓고 고춧가루를 조금 더 첨가한다. 양념이 겉도는 듯하지만 조금 지나면 수분이 생기면서 서로 잘 어우러진다. 소박이 양념이 잘 어우러지면 물 뺀 절인 오이 고추에 양념을 쓱 발라서 소를 우면 된다. 오이도 같은 방법으로 해서 통에 담는다. 마무리로 통깨를 조금 뿌려준다.



 오이 고추 조금 남긴 것을 일 센티 정도 썰어서 쌈장, 고추장, 마늘, 깨, 매실액을 넣고 참기름을 넣어 양념한다. 된장을 넣어도 되나 쌈장이 맛이 더 부드럽다. 조물조물 무쳐서 담으면 맛있는 밥반찬 오이 고추 무침이 된다.


 마늘종은 사 센티 정도 길이로 썰어서 뜨거운 물에 데친다. 건새우는 팬에 기름을 두르고 약불에 잘 볶아지면 덜어내고 마늘종을 볶는다. 볶아진 마늘종에 간장, 물엿(꿀 가능), 매실액과 미림 양념장을 넣어 끓으면 섞는다. 미림은 혹시나 비린내 제거를 돕는다. 슬쩍슬쩍 섞어주며 양념이 버무려지면 건새우를 넣고 같이 볶아서 참기름과 깨를 넣고 마무리를 한다. 이렇게 밥반찬이 된다.


 깍두기, 부추김치, 오이소박이, 고추 소박이, 마늘종 새우 조림, 오이 고추무침 반찬이 되었다. 김치 네 가지는 반나절이나 하루 정도 있다가 김치냉장고로 들어가면 된다. 부추를 보더니 부침개 해달라고 옆에서 성화다. 나 참. 일하느라 반나절 무리한 내게 너무한 것 아닌가. 그래도 부침개 거리를 남겼더니 저녁 약속이 있으시다며 내일 해 먹자고 한다. 다행이지 않은가. 풍성한 여름 반찬이 되었다. 한동안 반찬 걱정은 덜었다. 집에 아이들이 매끼를 먹지 않기에 할 일이 줄었다기보다 일을 안 한다는 게 맞다.


 매해 봄부터 여름이면 각종 장아찌며 밑반찬을 만들기 바빴다. 머위, 취나물, 통마늘, 명이나물, 방풍나물, 마늘종 등 많은 종류의 나물들을 시기에 맞게 담갔다. 이제는 그럴 일이 없기도 하고 먹어줄 사람이 없으니 힘내서 일하지 않게 된다. 벌써 시장엔 햇마늘이 나왔다. 각종 나물과 신선한 먹거리로 식탁을 차려야 하는 입장에선 계절이 주는 선물에 절로 고개 숙여 일하게 된다. 오이지도 담그고 마늘, 고추 장아찌도 담가야지. 얼마 전 먹던 피클이 끝나 아쉬웠는데 다시 오이를 사러 가야겠다. 그렇게 여름은 내 밥상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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