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누이가 여섯이나 됩니다.

멀고도 가까운 사이랍니다.

by 최림


형님이 야채와 김치류를 보냈다. 받기만 하는 올케다. 가을이면 김장도 보내고 때때로 시골에서 자란 야채와 배추 등의 농산물을 보내온다. 오랜만에 대파, 오이, 양파, 마늘 등이 들어있는 박스를 받았다. 무겁고 둔탁한 '쿵' 하고 내려놓는 소리에 택배가 온 줄 알았다. 얼마나 박스에 꽉꽉 눌러 담았는지 싱싱한 상추가 시들지 말라고 신문지에 곱게 쌓여 있고 각종 야채가 비닐에 들어차 있다. 난 겨우 감사하다는 인사만 할 뿐인데, 이제는 아이들도 주말에만 오니 먹거리를 많이 하지도 않고 시장도 잘 가지 않는다. 그런데 이렇게나 많이 종류별로 보내주셨다.


시어머니 계실 땐 가을에 마른 고추를 챙겨주는 게 다였다. 고추를 닦고 빻아서 가루 내는 일도 다 내 몫이라 아무리 좋은 걸 사주어도 귀한 줄 모르긴 매한가지였다. 대신 내게는 살갑게 해주는 시누이가 있다. 사실 남보다 넘치게 시누이가 많다. 총 여섯이나 되니까. 그중 내게 잘해주는 시누이는 둘째 시누이다. 때때로 시어머니 대신 나를 이십여 년 넘게 챙겨주고 있다. 사실 형님의 마음만으로도 충분한데 늘 넘치게 받고 있으니 내가 복 받았다.


한 번은 형님이 부추김치를 많이 보냈다. 혼자 먹기 많아서 엄마도 좀 드리고 가까운 지인에게도 맛보라 조금 나눠준 적이 있다. 그랬더니 지인으로부터 오래도록 맛있게 먹었다는 인사를 받았다. 갈수록 형님의 실력이 좋아진다. 예전 형님 음식은 간이 짜고 입맛에 안 맞은 때도 있었다. 싱겁게 먹는 우리 집과 달리 경상도식이라 젓갈을 많이 사용해서 간이 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김치가 짜면 무를 넣어서 시원하게 염도를 맞춰서 먹고 양이 많을 땐 나눠 먹기도 한다. 내가 다 먹으려 애쓰지 않아도 되니 살면서 터득한 지혜라고나 할까.


얼마 전 부추김치를 담았다는 소리를 들었는지 골금 짠지(무말랭이 무침)를 새로 담아서 보냈다. 시골에 가면 아들이 맛있다고 잘 먹는 반찬이라 매번 보내주신다. 사실 아들의 입맛에 맞는 찬이 없어서 먹었을 뿐인데 형님은 철석같이 좋아하는 줄 안다. 덕분에 우리는 매번 무말랭이 무침을 맛볼 수 있다. 남편이 좋아하지만 형님의 신념과 믿음에 식구들이 혜택을 보고 있다.


비가 많이 안 와서인지 가물어서 양파가 작단다. 그래서인지 조그만 양파로 장아찌를 담아서 보냈다. 형님의 인정은 어디까지 인지, 내가 이런 것도 못하는 줄 아시는 걸까. 아니면 그렇게라도 챙겨주고 싶은 건가. 올케가 뭐가 좋을까. 한 번은 형님이 그랬다.



"내가 니를 얼매나 좋아하는지 아나?"
"......?"

"아 들(아이들) 잘 키우고 잘 살아줘서 고맙데이. 동생보다 니가 쪼매 더 고맙다."


내가 시누들이 좋아할 상은 아닌데 이렇게라도 알아주니 쪼금 으쓱한 맛도 있다. 식구가 많으면 모두 같은 마음 일 수 없거니와 특히나 시누이올케 사이라 말해 뭐할까. 여섯이나 되는 시누들 속에서 늘 사랑스러운 올케는 아니었을 텐데. 젊을 땐 뭘 모르던 서울 사람인 내게 시댁 문화는 이질감이 충분했다. 언어와 마음 씀씀이도 다르고 살아온 날들과 앞으로 살아갈 시공간이 다른 우리는 생각부터가 다르다. 그럼에도 늘 하나 있는 올케라고 챙겨주는 우리 형님. 오늘따라 형님의 정을 듬뿍 받아본다. 나도 고맙게 잘 받았다며 감사 인사 전화를 해본다.


"덕분에 잘 먹겠습니다,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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