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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리리 Jun 13. 2024

오래된 여관을 사다.

괜찮은거지?


육아맘으로 지내는 동안 경제서를 많이도 읽었다.

그런데 많이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

그 속에서 희망만 찾으려 한다면 뜬구름을 잡게 될지도 모른다.

틈틈이 현실과 마주해 좌절감이 스물스물 올라오려 하면, 내 페이스에 맞춰 생각해 보는 연습을 하면 된다.

 

리모컨만 누르면 물이 콸콸 나오는 자동화 파이프라인, 나도 좋아한다.

하지만 우선 손으로 힘주어 수도꼭지를 돌리고, 동파에 얼면 녹여야 하는 파이프라인이라도 갖고 싶었다.


그러던 중 관심을 갖게 된 숙박업?

아이를 키우며 할 수 있는 일? 합격!

차 욕심, 명품 욕심은 없지만 부동산 욕심은 있는 나에게 아주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그즈음 나는 빨간 벽돌집에 꽂혀 있었다.

기왕이면 빨간 벽돌건물로 찾아 봐?


위치, 주차, 매매가, 거기에 빨간 벽돌..

쉽지 않은 장기전이 될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나타나 주었다.

부동산 소장님도 말리신 건물이 내 원픽이었고, 그 건물이 지금의 여인숙이 되었다.


3층 내부는 오랜 누수로 천장이 거의 내려 앉아 있었다.오래 묵은 침구들과 커튼, 내부에 공기는 미세먼지 가득한 날은 저리가라 할 정도로 나쁜 공기만 압축해 둔 느낌, 아이들 데리고 가기가 꺼려지는 공기 상태였다.


처음에 이 건물을 여쭤 봤을 때, 둘째가 너무 어려

당장 보러 가기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었다.

소장님께서 우선 찍어서 보내 주시겠다고 하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받았는데 영상을 찍으시다 포기하시고 되돌아 나오시는 포기 영상을 받게 된다.


많은 세월이 지나 멀쩡한 건 거의 없어 보였다.

게다가 중앙 난방식.

방 하나 온도 올리려면 15개 방이 다 따뜻해지는 아주 비효율적인 시스템이었다.

옛날 느낌 물씬 나는 꽃무늬 벽지,

옥상에는 물탱크 옹벽이 곰팡이 가득한 채로 우뚝 솟아 있었고,

계단은 갈라지고 벗겨지고 변색되고

뭐..

좀 그랬다..

  

행정적인 것부터 건물 수리, 다듬기, 채우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가족들에게 짠하고 보여 줄 날을 상상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작년 한 해를 보냈다.


마흔인 올해를 맞이하며 우울하면 어쩌나 살짝 신경 썼던 날이 있었다.

그런데 걱정이 무색하게 마흔이라는 나이가 너무 행복하고 감사하게 다가왔다.

왜일까 생각해 보니,

작년 한 해 고생하며 부쩍 성장해 있는 내 모습이

성취감과 행복감을 많이 느끼게 해 준 것 같다.


책에 흔히 나오는

“어제보다 나은 오늘의 나”

크게 와닿지 않던 이 사소한 문장이 진짜로 다가왔다.


잊고 있던 예전 일기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거기에 “40대 건물주” 라는 목표가 씌여 있었다.

삐꺼뻔쩍한 건물은 아니지만, 오랜 세월이 담긴 3층 여관 건물주가 되었다.


목표를 세우고,

공부하고,

노력하니

비슷한 길로 걸어 오게 된 지금:


또 다른 목표도 꼭 이루고자 하는 바램을 담아 기록해 본다.

“50대에 나는 봉사하는 삶을 살게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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