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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정 Jan 07. 2025

연말에는 노을이다

좋은 노래와 유쾌한 입담에 빠진 노을 콘서트


 두 달 전, 보통의 날처럼 지나가는 연말을 올해는 조금 달리 보내기 위해 콘서트를 예매했다. 한 해를 함께 마무리하기 위해 개최된 콘서트는 많았다. 그중 내가 택한 건 [노을 콘서트]이다. 이전에 노을의 라이브를 실제로 들어본 적이 있었기에 주저 없이 선택했다. 


 운 좋게 티켓이 생겨 갔던 한 콘서트장에서 노을의 노래를 생생하게 들었다. 큰 콘서트장을 메우는 풍부한 성량과 각기 다른 목소리 톤으로 만들어진 화음은 환상적이었다. 고음이 많은 노래임에도 음원과 거의 차이가 없는 라이브 실력에 놀라웠다. 노래를 듣는 내내 귀가 호강한다는 느낌이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온전히 노을이 부르는 노래에 푹 빠진 순간이었다.



 그 순간을 잊지 못하고 몇 년이 흘러, 올해 노을 콘서트를 보러 갔다. 


 노을은 콘서트를 통해 매년 연말을 팬들과 함께 한다. 어김없이 이번 연말도 [노을이 내린 밤]이라는 이름으로 전국투어 콘서트를 개최했다. 어느덧 22주년을 맞이한 노을은 11월 30일 대전을 시작으로 창원, 대구, 청주, 서울, 부산까지 7개의 도시를 순회한다. 나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열리는 서울 콘서트를 즐기고 왔다.


 이번 콘서트 주제는 '인연'이었다. 올 한 해를 돌아보며 나와 함께한 소중한 인연이 누구였는지 떠올려 보고, 그 인연에게 전하고 싶은 말도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이벤트도 진행했다.



 1부와 2부로 나눠진 노을 콘서트는 노래와 대화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었다. 노래를 부르고 중간마다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며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단순히 노래만 부르고 노래만 듣는 콘서트가 아니라는 점이 좋았다. 콘서트에 가는 이유 중 하나도 좋아하는 가수를 실제로 만나고 그 가수와 교감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노을 콘서트는 이를 잘 실현했다. 


 앞서 콘서트 시작 전 진행한 이벤트에서 받은 사연들 중 몇 개를 뽑아 각 멤버들이 하나씩 읽는 시간이 있었다. 뽑힌 사연은 노을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팬들이 노을에게 전하는 말이었다. 개중에 노을이 얼굴을 기억하는 팬도 있었다. 힘들었던 순간을 노을과 함께 버틴 사연부터 노을 덕분에 생긴 유쾌한 에피소드까지, 감동과 재미가 오고 갔다. 사연의 주인공들은 노을과 함께 짧은 대화를 나누며 사진도 찍는 좋은 시간을 가졌다. 이를 바라보는 입장에서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고 뿌듯해졌다.



 노을 콘서트에서 노을의 팀워크는 빛났다. 표면적으로 친한 것이 아닌 서로를 잘 알고 깊은 사이라는 게 느껴졌다. 22년 동안 계속 함께 하고 있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마치 내공이 느껴지는 멤버들의 티키타카, 노련한 입담과 개그는 관객들에게 웃음을 자아냈다. 발라드 가수의 콘서트라서 잔잔한 분위기일 거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노을 콘서트는 개그 요소가 다분한 흥겨운 콘서트이다. 이는 모두 노을의 팀워크가 한몫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흥겨움은 2부 오프닝 무대에서 정점을 찍었다. 올해 많은 사랑을 받은 다른 가수의 노래를 노을만의 색깔로 부르고, 이와 함께 춤도 선보였다. 뉴진스 'How Sweet'부터 이클립스 '소나기', QWER '고민중독', 로제와 윤수일 '아파트'까지, 신나는 분위기 속 노을의 색다른 모습이 펼쳐졌다. 감성 발라드로 채웠던 1부 분위기를 완전히 뒤바꾼 2부 오프닝이었다.



 지루할 틈 없이 이어지는 콘서트에서 단연 으뜸은 노래 실력이었다. 4명의 멤버 모두 자신의 파트를 완벽하게 소화해 내는 모습은 역시 프로라는 것을 증명했다. 가창력을 요하는 노래를 막힘없이 부르는 고음 실력에 감탄했다. 그리고 노래에 감성을 불어 넣어주는 감미로운 목소리는 노래를 한층 더 서정적으로 만들어 주었다. 


 명곡이 많은 노을 노래를 듣는 시간은 참으로 좋았다. '그리워 그리워', '너는 어땠을까', '목소리', '살기 위해서', '어떤가요', '꿈' 'LOVE 911', '하지 못한 말', '붙잡고도', '고마웠어 내게 와 줘서', '늦은 밤 너의 집 앞 골목길에서', '아파도 아파도', '날개', '청혼', '전부 너였다', '인연', '함께' 등 모르는 노래가 거의 없을 정도였다. 


 특히, 가장 좋았던 곡은 [청혼]이었다. 축가하면 빠지지 않는 노을의 '청혼'은 실제로 들었을 때 그 감정과 감성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왠지 모르게 뭉클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역시 노래의 진가는 라이브로 들었을 때 제대로 알 수 있는 것 같다.



 콘서트는 막바지에 다다르며 앙코르 무대로 이어졌다. 멤버들은 관객석으로 내려와 팬들과 인사를 하며 크리스마스에 걸맞은 'It’s Beginning to Look a Lot like Christmas'를 불렀다. 평소 가장 좋아하는 크리스마스 노래를 불러줘서 더 의미 있었다. 끝으로, 콘서트 주제인 인연을 다시 한번 언급하며 '함께'를 불렀다. 그리고 콘서트장을 나가는 팬들에게 오랫동안 손을 흔들어 주었다. 


 노을 콘서트는 크리스마스 이브를 책임지기에 손색없는 콘서트였다. 재치 있는 이야기꽃이 피어나는 공간에서 마음을 따뜻하게 데우는 노래를 들었다. 한편으로는 발라드 가수로서 성공한 노을을 보며 한 분야에 정상을 찍은 사람들의 빛나는 모습이 멋져 보였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덕분에 2024년 연말에 좋은 추억을 새겼고, 2025년에 멋지게 성장할 나를 함께 그려보았다.







※ 본 글은 아트인사이트 에디터로서 직접 작성한 글입니다.


[ 아트인사이트 원문 ]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3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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