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트렌드 '아보하'에 주목하다.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면 이에 맞는 새로운 트렌드도 등장한다. 매년 발행하는 트렌드 서적에는 전문가들이 고심해 뽑은 올 한 해를 정의한 트렌드 키워드가 담겨있다. 이전과 비슷한 트렌드가 있는가 하면 달라진 트렌드도 있다.
달라진 여러 트렌드 중 실제 변화를 체감한 트렌드가 있다. 특히 작년에 주변을 보며 그 변화가 크게 와닿았는데, 역시 올해의 트렌드 키워드로 선정되었다. 과연 어떤 트렌드일까. 오늘은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펼쳐보려고 한다.
'플렉스(FLEX), 욜로(YOLO)'라는 키워드를 들어봤는가? 어디선가 들어봤을 이 키워드는 예전에 한창 유행했던 트렌드로, 타인으로부터 보이는 것에 치중한 과시적인 모습이 특징이다.
먼저, 힙합 문화에서 전해져 온 '플렉스'는 자신의 성공과 부를 자랑하며 보여주는 것을 말한다. 값비싼 제품과 서비스를 소비하는 형태로 나타나면서 명품 하울 영상 등이 인기를 끌곤 했다. 이와 비슷한 맥락을 지닌 '욜로'는 You Only Live Once의 준말로 한 번뿐인 인생을 즐기면서 살자는 것이다. 두 키워드 모두 '현재를 즐기자'는 의미가 내포되었으며, 이에 소비가 따른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 소비는 과한 소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세상은 변하고, 현재는 이와 반대되는 양상을 보인다. 과함을 덜어내는 소박한 트렌드가 주목받으면서 '요노(YONO), 아보하 등' 새로운 키워드가 등장했다. You Only Need One의 준말인 '요노'는 여러 개를 소비하기보단 나에게 꼭 필요한 한 가지를 실속 있게 구매하는 소비문화이다. 자기만족감을 높이는 효율적이고 실용적인 소비를 하는 것이다. 이처럼 자신에게 초점을 맞춘 또 다른 키워드 '아보하'는 '아주 보통의 하루'라는 의미로, 평범한 일상을 소중하게 여기는 라이프스타일을 말한다. 이는 2025년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이며, 내가 가장 주목하는 키워드이기도 하다.
그럼, '아보하'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자. 아보하는 소확행과 비교되는 경우가 많은데, '특별함을 찾는냐 안 찾는냐'에 따라 차이가 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소확행'은 작지만 특별한 행복, 뚜렷한 행복을 원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전문가들은 소확행이 자신의 행복을 누군가에게 보여주려는 방식으로 변질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나의 행복이 나를 위한 것을 넘어서 모두와 공유해야 하는 행복이 된 셈이다.
이와 달리 '아보하'는 특별함을 추구하지 않는다. 지루하다 할 수 있는 그저 평범한 보통날을 중요하게 여긴다. 무난하고 무탈하게 지나간 하루에 감사하다. 그런 안온한 일상 자체를 사랑하고, 또는 그 속에서 발견한 소박한 행복을 좋아한다. 누구를 위한 것이 아닌 오로지 나를 위한 것이기에 과시할 필요도 없다.
그만큼 수많은 외부 자극에 사람들은 피로해졌다. SNS로 보는 세상, 여기서 오는 도파민 중독과 타인을 의식하며 비교하는 것은 오히려 무력감을 줄 뿐이다. 또한 치열한 경쟁과 거기서 이루어야 할 성과에 집중하는 삶은 복잡하고 어렵다. 매년 정신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사람들은 증가하고 이를 해결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은 많다. 이럴수록 주어진 삶의 소중함을 느끼는 게 중요하며, 그래서 아보하 같은 트렌드가 등장했다.
내가 아보하를 눈여겨 본 이유가 있다. 예전부터 아보하 같은 삶을 추구해 왔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나와 마주하는 시간을 자주 가졌다. 잔잔하게 흘러가는 일상에 감사했고,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작은 것들에 행복감을 느꼈다. 그 과정에서 나의 취향도 알게 되며 차곡차곡 취향을 쌓아 나갔다.
그렇다면, 나의 아보하는 무엇일까?
(1) 자연과 가깝게 지내기 - 풀 한 포기 보지 않고 햇볕을 쐬지 않는 등 자연과 멀어지면 삶의 활력과 생기를 잃어버릴 수 있다. 사계절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변화하는 각 계절로 자연을 체감하는 건 소중한 경험이다. 봄에 흩날리는 벚꽃과 짙은 풀향을 내뿜는 여름의 녹음, 가을의 정취를 담은 알록달록한 낙엽과 겨울에 내리는 눈부신 눈. 이들을 보며 살아있는 자연을 느낀다. 그래서 매일 근처 공원에서 산책을 하며 자연을 보려고 하는데 걷기 운동까지 되니 일석이조이다.
(2) 분위기 좋은 카페에 방문하기 - 어딜 가든 분위기 좋은 카페를 찾는다. 특히, 온기가 풍기는 카페에 되도록 손님이 적을 때 방문하면 가장 좋다. 흘러나오는 음악이 내 취향인 카페라면 더욱 기쁘다. 카페에서 시원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창밖을 바라보거나 갖고 온 책을 읽거나 간단한 작업을 하는 등 소소한 시간을 가진다. 공간이 주는 힘은 크기에 마음에 드는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3) 서점에 들러 책 구경하기 - 마음이 어수선할 땐 서점으로 향한다. 꼭 책을 사지 않아도 괜찮다. 차분한 서점에 있으면 마음의 위안이 된다. 새로 나온 책과 베스트셀러 책은 무엇인지 구경하고, 관심이 가는 책을 찾아보는 과정은 쏠쏠한 재미가 있다. 그렇게 책에 빠진 순간이 지속되면 요동치던 마음도 잠잠해진다.
(4) 감성에 맞는 작품 시청하기 - 요즘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늦은 밤 불 끈 방 안에서 노란 조명 하나를 켜 놓고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시간이다. 나는 보고 싶은 작품을 고를 때 감성을 중요시 여긴다. 보여주고자 하는 감성을 제대로 표현한 작품은 보면 볼수록 빠져들게 된다. 가장 추구하는 감성은 자극적이지 않은 담백함, 그래서 일상과 거리가 멀지 않은 이야기를 다룬 작품을 좋아한다. 마음 편하게 볼 수 있는 작품에 손이 더 가기 마련이다. 이에 해당하는 작품으로는 '리틀 포레스트, 퍼스트 러브 하츠코이, 먼 훗날 우리, 라라랜드 등'이 있다.
(5) 쓰고 싶은 글을 쓰기 - 글을 쓰는 행위는 아보하와 참 잘 어울리는 것 같다. 평범한 일상을 소중하게 기록함으로써 일상을 들여다볼 수 있다. 일상에서 만들어진 여러 복합적인 감정을 글로 정돈할 수도 있다.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구절을 기록할 수 있고, 무언가 보고 느낀 감정과 생각을 써 내려갈 수도 있다. 언제 어디서든 펜과 종이, 휴대폰과 노트북만 있다면 글을 쓸 수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쓰고 싶은 글을 쓴다면 일상에 새로움을 더할 수 있다.
이외에도 집에서 야구 경기 보기, 잔잔한 노래와 함께 책 읽기, 간단한 요리하기 등 일상에서 아보하는 곳곳에 존재했다.
이처럼 달라진 트렌드 속에서 누군가는 열정과 욕심이 사라진 암울한 사회를 보여준다고, 다른 누군가는 진정한 내면의 건강과 행복을 찾아가는 길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이 맞고 틀리다 할 수 없다. 그저 각자 취향과 생각의 차이에서 온다고 본다.
나는 무조건 크고 멋지고 대단한 것에 가중치를 두기보단 작고 소소한 것에도 관심을 가진다면 조금 더 쉽게 행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게 평범하고 조용한 하루를 보내는 게 얼마나 소중하고 특별한지 알아가는 것이다.
※ 본 글은 아트인사이트 에디터로서 직접 작성한 글입이다.
[ 아트인사이트 원문 ]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3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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