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영화 <4월 이야기>
아침부터 따스한 영화를 보고 왔다. 며칠 전, 영화 <4월 이야기>가 재개봉했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예매했다. 이전부터 궁금했던 영화였는데 이렇게 극장에서 만나다니, 이건 운명이야!
평일 아침이라 그런지 관객이 아무도 없었다. 고요히 텅 빈 영화관에서 본 <4월 이야기>는 더욱 좋았다. 영화의 잔잔한 분위기를 고스란히 느낀 시간이었다. 약 1시간 정도의 짧은 러닝 타임 동안 편안한 마음으로 영화를 감상하였다. 최근에 머릿속이 복잡하여 지쳐있던 참에 이 영화를 만난 건 참 행운이었다.
영화 <4월 이야기>는 일본 멜로 영화 '러브레터' 감독 '이와이 슌지'의 또 다른 작품이다. 희뿌연 필름 카메라 같은 영상미가 돋보이는 굉장히 감상적인 작품이다. 어두운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면 눈이 급 피로해지기 마련인데 이 영화를 볼 때는 신기하게도 눈이 편안했다. 뽀얗고 부드러운 영상 색감 덕분인 듯하다.
그만큼 이 영화는 영상미에 상당히 공을 들인 것 같았다. 영화 배경인 봄을 표현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다. 바람에 살랑이는 푸릇한 풀잎들과 흩날리는 분홍빛 벚꽃들이 더 아름다워 보였다.
<4월 이야기>는 4월에 대학을 입학하며 새 학기를 맞이 한 '니레노 우즈키' 이야기이다. 여기서 우즈키라는 이름은 음력 4월을 뜻하기도 한다. 제목처럼 4월 이야기이자 우즈키 이야기인 셈이다. 시작하는 계절인 봄에 새로운 인생의 한 페이지를 써 내려가는 우즈키를 보며 설렘이 무엇인지 다시 알게 되었다.
우즈키는 대학 입학으로 홋카이도에서 도쿄로 상경한다. 혼자서 처음 해본 이사로 갖고 온 짐들이 자취방에 다 들어가지 못하고, 처음 만난 동기들 앞에서는 쭈뼛대며 자기소개를 마친다. 모든 것이 처음이라 어색하고 낯선 우즈키였다. 아직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 중인 우즈키는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낸다. 그런 우즈키 모습이 어딘가 외로워 보이면서도 편안해 보였다. 누군가에 방해를 받지 않고 온전히 혼자서 보내는 시간이 여유롭게 보였다.
<4월 이야기>는 고요하고 평온한 일본 특유의 감성이 제대로 녹아든 작품이다. 감정선이 오르락내리락 하지도 않고, 말투와 행동이 과하지 않은 적당함이 자연스러워서 좋았다. 평범한 일상이 흘러가는 것처럼 그저 이야기가 잔잔히 안온하게 흘러갔다.
이 영화에서 가장 감정이 요동쳤던 장면은 우즈키가 고등학생 때부터 짝사랑했던 선배 '야마자키'를 만났을 때이다. 도쿄에 온 이유도, 무사시노 대학을 선택한 이유도 모두 야마자키 때문이었다.
서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야마자키를 만나기 위해 계속 서점을 찾아갔던 우즈키는 결국 그를 만나게 된다. 우즈키를 알아보는 야마자키, 그리고 둘 사이에 오가는 대화는 별거 없지만 마음을 간지럽히듯 설레고 풋풋했다. 봄에 내리는 장대비가 전혀 처량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꾹꾹 누르고 있던 우즈키의 사랑이 쏟아지는 비처럼 밖으로 터져 나온 것만 같았다. 힘이 실린 목소리, 비를 홀딱 맞아도 끊이질 않는 웃음이 우즈키의 마음을 대변하였다. 우즈키가 품고 있던 사랑은 그 시절 첫사랑을 향한 순수하고 솔직한 사랑이었다.
우즈키 曰 :
성적이 안 좋은 내가 대학에 합격했을 때 담임 선생님께서는 '기적'이라고 하셨다. 하지만 어차피 '기적'이라고 부를 거라면, 난 그걸 '사랑의 기적'이라고 부르고 싶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