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브리 애니메이션 영화 <이웃집 토토로>
5월처럼 날씨가 맑은 날이 찾아오면 화창한 영화가 보고 싶어진다. 파란 물감을 탄 듯한 하늘과 울창하게 우거진 초록 잎들을 실컷 보기 위해서 나는 영화 <이웃집 토토로>를 선택했다. 다가오는 초여름 향기가 화면 너머로 풍겨오는 것만 같았다.
<이웃집 토토로>는 청명한 날씨만큼 무해한 영화였다. 새로 이사 온 가족을 반겨주고 스스럼없이 도와주는 동네 사람들, 아이들만이 갖은 밝은 에너지와 순수함은 무해하기 그지없었다. 거기다 다정하고 가정적인 아버지와 깊은 우애를 자랑하는 자매의 끈끈한 가족애는 참으로 따뜻했다. 특히, 순수한 영혼을 가진 자매 사츠키와 메이의 대화를 엿듣고 행동을 관찰하는 건 꽤 흐뭇했다. 말 그래도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었다.
나는 이 영화가 단연 '동심'이라는 단어와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아이들과 귀여운 캐릭터의 만남은 누구나 어릴 적 꿈꾸었던 상상을 실현시켜 주었다. 마치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만화 속 캐릭터를 실제로 만난 기분이랄까? 바로 '토토로'가 그런 존재였다.
토토로는 사츠키와 메이에게 '수호신'이었다. 병원에 입원한 어머니를 대신하여 아버지와 동생을 챙기는 스츠키, 바쁜 언니와 아버지 때문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메이를 외롭지 않게 해 주었다. 비 오는 늦은 밤, 토토로는 버스 정류장에서 메이를 업고 아버지를 기다리는 스츠키 곁에 있어 주었다. 또한 길을 잃은 메이를 찾지 못하고 실의에 빠진 스츠키의 간절한 바람을 토토로는 들어주었다. 보드라운 고양이 버스에 스츠키를 태우고 메이 곁으로 단숨에 데려다주었다. 그리고 어머니의 병세를 걱정했던 스츠키와 메이가 안심할 수 있도록 어머니가 있는 병원으로 달려갔다.
이처럼 토토로는 어린 자매의 꿈과 희망이었다. 외롭지 않게, 슬프지 않게, 힘들지 않게, 희망을 잃지 않게 해 주었다.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감싸안으며 계속 간직할 수 있도록 지켜주었다. 아이들을 포함한 어른들도 모두 힘이 들 때 도망칠 수 있는 안식처를 원한다. 나를 지켜주고 믿을 수 없는 기적을 선물해 주는 그런 토토로가 있길 언제나 꿈꾼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