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우리들에게
우주는 끝없이 펼쳐진 망망대해 같다. 어느 순간 우주를 보면 멋지고 경이롭다는 생각보다 막막한 존재로 다가왔다. 광활한 우주가 깊은 심연처럼 밀려와 외롭게 느껴졌다. 그런 마음을 안고 본 SF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내 안의 우주를 새롭게 만들어주었다. 멀게만 느껴지던 우주가 마음 한구석을 찡하게 파고들었다.
태양의 빛이 소멸하면서 인류가 멸망할 위기에 놓인 지구. 이에 해결책을 찾으러 우주로 떠날 3명의 대원이 필요하다. 과학자, 엔지니어, 조종사, 그중 주인공 '그레이스'는 과학자이다. 혼수상태에서 깨어나 우주를 마주했을 때 그레이스와 함께 한 두 동료는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 그레이스는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다.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 왜 이곳에 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다행히 서서히 기억을 되찾은 그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혼자서 고군분투하는 그레이스의 모습은 어딘가 외로워 보였다. 똑똑한 두뇌와 과학 지식은 그가 다시 일어설 발판이 되었지만 여전히 그는 혼자였다. 우주의 칠흑 같은 어두움은 대원들을 집어삼켰고, 그곳에 홀로 남겨진 1명의 인간이라는 사실이 우주라는 공간을 더욱 두렵게 만들었다. 가장 큰 문제는 다시 지구로 돌아갈 확률은 희박하고 사실상 생존 확률이 0%라는 것이다. 결국 천천히 죽음과 고독을 견뎌내야 하는 가혹한 운명이 그의 앞에 놓였다.
그때 운명처럼 새로운 생명체와 조우한다. 바로 '로키'이다. 생김새, 언어, 행동 모든 것이 인간과는 다르다. 소리는 내지만 어디가 입인지 알 수 없는, 마치 돌덩이를 이어 붙인 듯한 모습이 투박하다. 전혀 다른 두 생명체가 친해지기란 쉽지 않지만 그레이스와 로키는 노력한다. 그레이스는 로키의 음파를 인간의 언어로 번역해 사전을 만들고, 로키는 직접 만든 모형과 몸짓으로 표현하며 소통해 나갔다. 그들은 각자가 지닌 고유한 특성을 받아들이며 점차 끈끈해졌다.
이토록 그들이 노력한 이유는 모두 혼자였기 때문이다. 로키도 자신이 살고 있는 행성을 살리기 위해 파견된 엔지니어였다. 그레이스처럼 함께 온 대원들이 모두 죽고 홀로 살아남은 상태였다. 우주에서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서로에게 안도감을 안겨주었다. 비록 같은 종이 아니더라도 누군가와 교감하고 함께한다는 것이 그들에게 큰 위로로 다가왔다.
진정한 친구가 되면서 이 영화는 더 이상 차가운 SF 영화가 아니었다. 같은 목적을 가진 채 희망을 찾아 함께 헤쳐나가는 탐험이 되었다. 위기를 없애 줄 타우메바를 채취하러 위험한 시도를 할 수 있었던 것도 함께였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생명이 위태로워지는 순간에도 그들은 서로의 목숨을 지켜주었다. 로키를 만나기 전까지 한 치 앞도 알 수 없던 냉혹한 우주는 어느새 든든한 팀워크의 한 장면으로 변해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임무를 마친 그들은 작별인사 후 각자의 행성으로 향한다. 로키 덕분에 그레이스는 지구에 돌아갈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곧이어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고, 그레이스는 두 가지 갈림길에 선다. 지구로 귀환할 것인지, 아니면 로키와의 관계를 택할 것인지. 인류 생존이 걸린 문제 앞에서 선뜻 나서지 못했던 그레이스였지만 로키와의 우정 앞에서는 주저함이 없었다. 진정한 연대의 가치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지구에서 가족 없이 혼자 지냈던 그는 누군가와 정서적 유대감을 쌓고 이타적인 행동을 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몰랐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 세상에 철저히 혼자 남겨지게 되면서 왜 우리가 홀로 존재할 수 없는지를 알게 된다. 생명을 가진 무엇이든 혼자서 살아갈 수 없음을 이 영화는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한편 우주에서 그레이스와 로키가 외로움을 우정으로 채워나가는 동안 지구에선 혼자만의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는 또 다른 인물이 있다.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지휘하는 '스트라트'이다. 어찌 보면 다수를 위해 소수를 희생하게 만든 이기적이고 잔인한 인물로 비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녀가 굉장히 외로운 위치에 선 인물로 보였다. 인류를 구원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과 그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희생은 그녀를 비정하게 만들었다. 물론 그녀의 선택을 지지할 순 없지만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는 그녀의 고독한 모습은 부정하긴 어렵다. 우주로 떠나기 전 열린 파티에서 홀로 서 있던 모습, 그리고 마이크를 잡고 부른 노래에는 그녀의 복합적인 심경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그녀는 편치 않은 마음과 함께 대원들을 향한 위로를 노래로 대신 전했다. 매정하게 느껴졌던 스트라트에게 조금은 인간적인 모습을 발견한 장면이었다.
이 영화는 외로운 싸움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같다. 감정을 가진 인간이라면, 생명이 있는 존재라면 누구나 외로울 수 있고, 때로는 상황이 우리를 외로움의 끝으로 몰아넣기도 한다. 모든 것을 내 뜻대로 할 수 없는 무력함에 괴로울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이 세상이 계속 움직이는 건 함께이기에 가능하다는 거다.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고 살아간다면 조금은 덜 외롭지 않을까. 타인과의 연결이야말로 우리를 살아있게 만드는 힘이 된다.
※ 본 글은 아트인사이트 에디터로서 직접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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