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라는 영화를 봤다. 영어 제목은 "The Worst Person In the World"로 직역하면 "세상에서 최악인 사람"이 될 텐데, 제목 번역이 아쉽다는 평이 좀 있다. 아무튼 뻔하다면 끝도 없이 뻔한 이 제목으로, 이 주제로 영화 감독이라는 사람은 두 시간 동안 도파민 중독자인 나를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했다. 심지어 길게 남은 여운이 내 현재와 과거를 한솥에 모두 버무려버린 꿈을 꾸게했으니.
흔히 '국어 과목을 잘한다'고 하면 이야기를 풀어나가기보다는 이야기를 요약하기가 더 중시된다. 즉 이리저리 펼쳐나가기보다는 딱 맞게 접는 것이 중요하게 여겨진다. 그런데 이 영화로 인해 '적절하게 펼쳐나가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이 영화를 보지 않았으면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는 뻔하고 유치한 문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고 나니 사랑에 깊게 빠진다면 그렇지 않을 때보다 본능도 쉬이 내보일 수 있는 것이고 그러다보면 보이고 싶지 않은 모습도 서로 보이게 된다는 생각이 들어, 제목이 좀 더 설득력이 있는 말처럼 보인다. 이 글에서 설명할 수 없는 시각적인 효과, 여러 서사적인 효과, 영화적 장치의 효과도 더해진다. 이것이 영화 감독의 능력일 것이다.
한동안 돈을 버는 일 외의 일은 모두 불필요하다는 생각에 빠져 지냈다. 나에게 가장 급한 것은 돈이고 이외의 것은 성취감을 가져다주지 않으니 말이다. 그러면 정말 내게 필요한 것이 돈일 수도 있지만.. 인생이 또 그렇게만 채워질 수는 없지 않은가. 짧지 않은 글 또는 이외의 매체로써 사람들을 몰입하게 하는 능력 또 그 능력을 얻기까지의 노력이 부럽다. 어제 영화를 보고 충격을 좀 받은 김에 나도 오랜만에 글을 좀 다시 써봐야겠다. 어떤 이야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