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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만코 Feb 19. 2022

직장인의 진로고민

고민전문가

정작 학교 다닐때는 진로고민을 해본적이 없었다. 내 목표는  확고했다. 공무원이 되어야지.


사실 고민을 할 여유도 없었다. 변변한 직장이 없는 부모님 밑에서 자라며 번듯한, 안정적인 직장을 갖고싶었다. 나는 가진게 없었고 엄마는 내가 취업준비를 하는 시간동안 힘들게 무거운 그릇을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서빙아르바이트를 하며 홀로 가족을 부양해야했다.  공무원 시험은 가진 것과 상관없이 노력한 만큼 빨리 결과를 낼 수 있는, 당시의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로 느껴졌다.


절박했기 때문인지 감사하게도 꽤 빨리 합격했다. 하지만 인간에겐 반드시 치러내야하는 번뇌의 정량이 정해져 있는 걸까?막상 공무원이 되고보니 나는 평생 안할줄 알았던 진로고민이 이제야 시작된다. 이제는 진정한 내 삶의 행복을 고민해 볼 여유가 생겼다는 뜻인 것 같기도하다. 시험 준비를 하며 배웠던 머슬로우의 욕구 단계(?)가 생각났다. 가장 최상층에 위치한 자아실현의 욕구.  


나는 걱정없이 잠들고 싶은데, 생각보다  직장에서 1인분을 해내기가 녹록치않다. 끝맺지 못한 일들은 퇴근후에도 내 머릿속을 부유하며 나를 괴롭힌다. 실수라도 하면 오래도록 자책하게 된다. 법정사무를 제대로 해내지 못해 누군가에게 피해라도 갈까 싶어 겁난다. 부담스럽다.


겉으로 볼땐 허울 좋다. 무슨일 하세요? 그래도 공무원이라고 하면 어느정도 삶을 열심히 살아왔다는 듯 사람들은 더이상 묻지 않는다. 가족들도 자랑스러워한다. 사실 적지만 매달 나오는 내 월급 덕분에 우리가족의 삶이 많이 나아졌다. 감사한 일이다. 가끔은 일로 보람도 느끼고 면접 보러왔던 시청건물에 내자리가 있다는 사실이 믿기 힘들만큼 벅찬 기분이 들때도 있다. 그런데, 도저히 살아온 날 보다 많이 남은 날을 계속해서 이일을 하며 살수 있을것 같지가 않다.


힘들다고 말하면 인간관계도 일도 이정도 버거움은 어디나 있다고 다들 그런다. 나를 특정해서 괴롭히는 것은 없는데, 나는 괴롭다.

당장 뛰어내리고 싶은 순간도 여러번이었다. 꾸역꾸역 충동의 파도를 넘실대며 버텨왔다. 그런 시간이 지나면 또 조금 괜찮은것 같기도 했다. 언제까지 이렇게 버티며 살 수 있을까. 내가 유달리 이상한걸까? 내가 진짜 원하는 건 뭘까. 고민의 밤이 오늘도 깊어간다. 이렇게 고민을 많이하다니, 사람이. 아무래도 나는 늘그막에는 고민전문가가 되어있을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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