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에서 I되기
기억을 더듬어보면 중학생 때까지의 나는 분명 외향적이었고, 밖순이었다.
그런데, 고등학생 때부터 갑자기 집순이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나는 20대의 대부분을 밖보다는 집에 있는 걸 선호하며 보냈다.
요즘에야 MBTI가 유행하면서 사람들이 외향적, 내향적을 인지하게 되었지,
이전에는 그런 성향에 선입견을 가지거나 신경을 쓰는 시절은 아니었던 걸로 기억된다.
알바 구하는 사이트에서 E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선호한다는 공고를 본 적이 있는데,
참 세상 말세다 싶었다.
MBTI가 유행함과 동시에 집순이인 나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어머니의 몇 년간의 세뇌(?)로 인해
나는 집에 있는 걸 선호하는 내 성격에 문제가 있는 건가 싶어
외향적인 성격을 동경하게 되었고, 바꾸기 위해 동호회도 가입하는 등 노력을 했다.
동호회 특성상 신규 멤버들이 기존의 멤버들에 녹아들기 위해서는
챙겨주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 외에 내 노력 또한 만만치 않게 필요했다.
나는 이런저런 동호회를 전전하다 결국 한 곳에 정착을 할 수 있었고,
그곳에서 나름 주요 멤버로 몇 년을 즐겁게 보낼 수 있었다.
나 또한 새로 가입했을 때의 어색함과 먼저 다가가기 어려움을 알기 때문에
새로 들어오는 신규 멤버들을 챙겨주기 위해 다가갔고,
동호회에 많은 에너지와 애정을 쏟았다.
결과적으로 동호회에서 보낸 몇 년간은 나에게 정말 의미 있는 시간들이었고,
내향적이었던 내가 누군가에게 먼저 다가갈 정도로 외향적으로 변할 수 있는 동기가 되었다.
하지만, 동호회에서 안 좋은 사건이 터져 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실망을 하고 나오게 됐다.
그 일 이후로 나는 더 이상 새로운 사람들을 알려고 노력한다거나,
주말마다 어떻게든 약속을 만들려고 애쓰지 않게 되었다.
다시 집순이가 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다시 집순이가 되고 얻게 된 것이 있다.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확고하게 알 수 있을 만큼 나 자신과 가까워지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사람들을 알아갈 시간에
이미 내 주변에 자리 잡은 소중한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더 에너지를 쏟을 수 있었다.
인간관계에 한해서 만큼은 내 에너지는 남들에 비해 턱 없이 부족한 듯싶다.
외향적인 성격과 내향적인 성격은 각각의 매력적인 장단점이 분명하게 존재한다.
하지만, 외향적인 성격을 갖고 매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 한들
그 사람들이 내 인생에 가치가 있는 사람들 일지는 모른다.
내 경험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다지 영양가 있는 인연은 되지 못했다.
나는 앞으로 남은 인생은 나와 결이 잘 맞는 것 같은 사람들에 한해서 알아가고 싶고,
그 외의 에너지는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쏟고 싶다.
결국 인생의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할 존재는 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