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처음으로 환승하기로 했다.

연애 말고 직장이요.

by 세와

난 23살에 대학교를 졸업한 후, 반년 만에 첫 직장에 취직했다.

대학교를 다니면서도 옷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옷을 살 돈을 모으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했던 것을 포함하면 쉬지 않고 일한 것 같다.


내 인생은 한국에서 남들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노선을 그대로 밟았다.

가고 싶은 학과도 아니었지만, 어머니가 4년제 대학만큼은 꼭 나와달라고 하셔서

어쩔 수 없이 4년 동안 타지에 홀로 지내며

우울증 비슷하게 왔었지만, 참고 버텨내어 졸업했다.


졸업 한지 벌써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두 번 다시 대학교가 있는 지역에는 가본 적이 없을 정도로

졸업까지의 과정은 너무 힘들었다.


졸업을 한 이후로는 그저 전공을 살리자는 목적으로

친구를 따라 여행사에 취직했다.

하지만, 24살의 나는 낯선 여행지에 관광객 몇십 명을 인솔할만한 자신감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통근 시간이 3시간 걸리는 이유를 빌미로 첫 직장을 퇴사했다.

24살이 된 나는 이제 무슨 일을 해서 벌어먹고 살아야 할지 막막했다.

20대에 다들 불안한 미래로 인해 밤잠을 설쳐본 경험이 있지 않을까?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어떤 일이 내 적성과 맞는지

알아볼 시간도 없었다고 느껴졌다.

그렇다고 한국인이 그러한 탐구를 해나가는 시간을 갖기에는

나중에 면접관에게 공백기 동안 뭐 했나요?라는 질문을 들을 게 뻔하다고 느껴졌다.


우선,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을 때까지

이런저런 직장도 다녀보며, 월급이 밀려보기도 하고

별 경험을 다 겪어본 것 같다.

동물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동물병원도 취직했을 정도였다.


그러던 어느 날, MBTI가 유행했고

심심풀이로 해본 결과에서 내 MBTI와 어울린다는 직업에

한 번 도전해 볼까? 하고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다.


자격증을 3~4개 정도 취득한 후, 이력서를 100개 넘게 넣어서

괜찮은 중소기업에 취업할 수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직종 또한 잠시 번아웃이 왔었지만 나와 잘 맞는 듯했다.


전공자도 아닌 신입인 나를 채용해 주시고,

내가 이해할 때까지 업무를 잘 설명해 주는 장점이 있는 상사들을 만나서

3년 동안 안정적으로 잘 다닐 수 있었지만,

난 편안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현재에 안주하고 싶지 않았다.


업무적으로 인정받고 싶고, 성장하고 싶은 욕구가 아직 넘쳐나는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환승 이직을 해보기로 했다.


마음만 같아서는 일단 사직서를 제출한 후, 인수인계를 마치고

버킷리스트였던 미국 여행도 다녀오고 재정비를 하는 시간을 갖고 싶었지만

경기가 어려워 취업 시장 또한 얼어붙은 요즘

선뜻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기엔 겁이 났다.


퇴근 후, 주말에도 여유가 있을 때

신입 때 작성했던 이력서를 경력직 이력서로 수정하고,

이력서를 괜찮아 보이는 회사 몇 군데에 넣으면서도 계속 고민이 들었다.


이게 맞는 거야? 진짜 하는 건가?

면접 보라고 연락이 오면 어떡하지? 반차를 써야 하나?

막상 갔는데 지금 회사보다 더 별로면 어떡하지?


온갖 불안한 마음이 들면서도, 동시에 더 좋은 회사에 가서 성장하는 내 모습을 상상하기도 했다.


인간은 누구나 현재의 편안함에 안주하려는 습성이 있어서

현재 안정적이고 익숙해진 직장을 떠나

새로운 모험을 하려고 마음먹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한 자리에 머물러만 있으면 발전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나는 올해 안으로 환승 이직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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