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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ow김정숙 Apr 18. 2024

그는 지금 바람 앞에 서 있는 촛불입니다.

이 땅의 소풍을 마치고 하늘 문 앞에 선 새별에게

 그는 지체장애를 가지고 세상에 보내졌습니다.

함께 살아갈 너무 좋은 부모님을 선물로 주셨습니다.

그의 부모들은 그의 손과 발이 되어 그의 평생을 함께 삶을 살아 주었습니다. 


그는 마음이 넓고 손이 따뜻하고 겸손한 아이였습니다.

어릴 적, 밝게 웃는 그에게는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내가 알기로는 적어도 인기맨이었습니다.


자라면서 친구들과 다른 자신을 보았습니다.

자신의 모습에 놀라기도 했을 텐데, 슬프기도 했을 텐데, 화가 나기도 했을 텐데, 억울하기도 했을 텐데...

그는 자신을 하나님의 걸작품으로 수용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불편한 몸으로 모두를 이해하고 격려해 주고 사랑하며 웃음 짓는 모습에 

 우리는 사랑에 빠졌습니다.


3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가 서 있는 곳은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그는 촛불이 되어 서 있습니다.

뜨겁게 녹아내리는 고통을 참으며.

바람을 맞으며 흔들거리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삶이 촛불이었습니다.

부모님의 슬픈 마음을 녹여주기도 하고 

장애인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주기도 하고

친구들에게 착함을 선사하기도 하고

욕심으로 가득 찬 어른들의 회개가 되기도 하면서.

  

그에게는 꿈이 있었습니다.

세상을 건강하게 살아내는 소박한 꿈이. 

사람들이 행복하기를 바라며 기도하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다정하게 건강하게 부지런하게 겸손하게 부드럽게 성실하게 진실하게 살아내도록 

빛을 비추는 촛불이 되었습니다.


그는 예수님을 사랑했습니다.

예수님 닮기를 원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최적의 몸을 가진 자신을 사랑했습니다.

이제 예수님처럼 서른세 살에 하늘나라로 향하려고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를 향하여 “너는 내 걸작품이다!!!”라고 했답니다.

 

걸작품의 역할은 나를 위한 삶이 아니라 변화시키는 삶입니다.

그는 자신을 그렇게 믿고 살아왔기에 자신은 멋진 사람이었다고 말을 합니다.

장애인으로 의미 없이 살다 간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걸작품이었다고 힘껏 말합니다.    

  

이제 그가 흔들거리는 촛불의 수고를 마치려고 합니다.

그는 소명을 다하고 있습니다.

자신을 태워 타인을 살리는 소명을.


죽음 앞에서 죽음의 모양이 다르게만 느껴집니다.

죽음을 삶으로 살아낼 그의 존재가 더욱 귀합니다.

그는 이제 희미해지고 닳아갈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일어날 것입니다.

바람을 이기는 꺼지지 않을 찬란한 빛으로 새별이 될 것입니다. 

     

그가 없는 세상에서는 그를 그리워할 것입니다.

그의 가치가 그때 비로소 간절할 것입니다.

지금 사랑하는 부모들은 바람을 막고 있습니다.

안간힘으로 바람을 견디고 있습니다.

그리고 하늘을 향해 흐르는 눈물을 말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아쉽지만 하늘문 앞에서 그를 보내려 합니다.

사랑이 무엇인지 알고 삶으로 살아갈 깨달음 주어서 고맙다고 말을 하면서

온기가 흐르는 그의 손을 만지고 또 만지며 기억하려 합니다.

바람이 슬프고 야속합니다.


그는 지금 바람 앞에 서 있는 가녀린 촛불입니다.


사랑합니다. 우리들의 새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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