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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ow김정숙 Apr 29. 2024

아들과 인생동반 다섯 번째 이야기

말을 크게 하는 떠벌이

아들은 안경에 보청기를 끼고 학교에 다녔다. 

아들이 다니는 학교는 교대부설초등학교라 집에서 자동차로 15분 정도 소요됐다. 

등굣길에는 우리는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학교에 가면 생길 이야기를 미리 했다.

학교생활 전반적인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아들의 친구들 이야기도 들었다.   

  

1학년 담임선생님은 아들에게 ‘떠벌이’라는 별명을 지어주었다. 

아들과 함께 ‘떠벌이’가 몇 명 더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너무 말을 많이 해서 붙여진 별명이었다.

아들은 친구들에게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말하기를 좋아했다. 

'메이플스토리' 만화책이 발간되는 첫날에 누구보다 먼저 서점에 사러 가야했다.

아빠는 아들의 취미생활을 적극 도왔고 서점을 들락거리는 열성을 보였다.

아들은 책을 구입한 날 속독을 한 후 밤을 새우며 정독에 들어갔다.

책 내용을 친구들에게 말해주는 것이 즐거움이었다.

아들은 학교생활이 즐거운 것 같았다. 

운동을 좋아했고 아들에게는 노는 것은 너무 신나는 일이었다. 

공놀이, 게임,  ‘메이플 스토리’ 만화책 이야기로 목이 쉬어서 돌아오곤 했다.     


아들의 하교를 남동생에게 부탁했었다.

아들은 외삼촌이 데리러 올 때까지 학교 앞 문방구에서 놀곤 했다.

게임기 앞에서 친구들이 하는 것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고

어쩌다 용돈을 받으면 게임을 했다고 나중에 말했다.

본인 말로는 레벨을 잘 올리는 축에 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친구들의 게임을 대신 맡아서 레벨업을 돕는 역할도 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게임을 하고 있는 중에 외삼촌이 데리러 오면 가장 속상했다고 했다.  

   

1학기 방학 날이었다. 

여느 때처럼 우리는 점심 식사 후 아들을 데리러 갈 생각이었다.

오후 1시쯤 되었을까?  담임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왜 귀한 아들을 안 데려가나요?” 

“네????”

“오늘은 방학을 하는 날이라서 일찍 끝났어요. 아들이 학교 공터에서 혼자 놀고 있어서 물어보니 외삼촌이 데리러 올 때까지 기다리는 중이라고 합니다. 한 시간도 넘게 혼자 땅바닥에 그림을 그리며 놀고 있어요. 빨리 데려가세요. 훗훗”

아무도 없는 학교에서 아들은 울지도 않고 걱정도 하지 않고 외삼촌이 데리러 올 때까지 기다렸다고 했다.

너무 황당하고 미안했다. 

한편 아들의 편안한 안정애착을 발견할 수 있어서 좋았다.    

 

3학년 때 일이었다. 

목욕을 시키는데 가슴에 파란 멍이 들어 있었다.

영문을 물으니 친구가 때렸다고 했다.

친구에게 맞고도 말하지 않는 아들의 성품에 다시 놀랬다. 

친구가 혼이 날까 봐 말하지 않았다고 했다.

친구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서 다시는 때리지 않도록 주의를 주도록 조심스럽게 당부했다.  

   

아들은 목이 쉬어서 말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비인후과에 갔더니 성대결절이 생겼다고 했다.

언어와 음성치료를 시작했다. 

잘 듣지 못하니 목소리가 커진다는 말이 가슴을 찢어지게 했다.

아들은 말을 하지 못하게 되자 글로 표현하기에 이르렀다.

초등학교 졸업 때까지 목소리는 쇳소리가 났었다.

답답함을 어찌 참았을까?     


아들의 저학년 시절은 주변의 상황을 개의치 않는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았다.

아무 욕심 없이 밝고 건강하게 자라고 있었다. 

고학년이 되면서는 경쟁도 하고 여자친구에게 고백도 받고 랩에 심취해서 노랫말도 곧잘 쓰는 낭만적인 아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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