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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ow김정숙 May 13. 2024

아들과 인생동반 일곱 번째 이야기

아들의 선생님들

스승의 날이 다가온다. 

나에게는 유일한 스승이 계신다. 

그분은 나를 가난에서, 무지에서, 폭력에서, 열등감에서 낮은 자존감에서 자유함을 주신 분이다.

나의 선생님을 기대하며 새로운 학년을 맞이하곤 했다.   

  

새 학년이 시작되면 담임과의 면담을 요청하여 아들의 상황을 말했다.

청력이 약하여 잘 듣지 못하므로 앞자리에 앉혀주도록 요청했고 말을 안 듣는 아이가 아니고 못 듣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좋지 않은 습관이 있을 수 있다고 말씀드렸다. 

기질이 순한 편이니 설명을 하면 잘 알아들을 수 있다는 것도. 나의 노파심이 컸다.     


아들의 선생님들을 떠올려본다.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아들의 약점을 이해하고 사랑으로 교육해 주셨다. 

그런데 5학년 때 제동이 걸렸다. 아들은 힘이 세지고 맘대로 행동하려는 자기주장이 세지고 있었다. 

그래서 선생님과 부딪치는 일이 생겼고 선생님은 체벌을 했다. 

말을 듣지 않는다고 아들의 멱살을 잡고 다른 공간으로 끌고 가서 밀어붙인 후 체벌을 했다고 말했다.

한 차례가 아닌 여러 차례를. 아들의 친구들로부터, 자모들로부터 전해 들은 나는 마음이 아팠다.


선생님께 편지를 썼다. 말을 듣지 않는 아들의 잘못에 대해 사과를 했다. 

그리고 선생님을 만났다. 대화가 필요했다.

선생님의 태도에 대해 속상함을 전달했다. 체벌은 무기력한 아이들에게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자존심을 구기는 일도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너무 무서운 처사라고, 

선생님의 개인적인 감정이 들어 있는 체벌은 한 아이를 무기력하고 세상을 불신하게 된다고 말했다. 

나이 50에 가까운 늦둥이의 엄마, 자녀 셋째를 기르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것처럼 선생님께 당당하게 요청했다.

선생님을 용서하겠다고, 죄송하다고 말을 마친 나는 모든 힘이 빠져서 집에 돌아온 것 같다.

      

학교폭력 사안들이 심각해지고 선생님들은 교사라는 직업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게 하는 요즘의 상황들을 바라볼 때 나는 그때 일을 돌아본다. 

부모의 마음을 말하고 이해하는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느낀다. 


좋은 선생님을 만난다는 것이 축복이고 좋은 학부모를 만나는 것이 행운이고 좋은 친구가 되는 것이 아름다운 미래의 보증이라는 당연한 것에 의미를 부여해 본다.     


 그리고 아들이 6학년 여름방학이 되었다. 아들은 어느 때보다 전성기를 보내고 있었다. 좋은 선생님을 만났고 좋은 친구들이 옆에 있었다. 8월 중 교장 선생님의 정년 퇴임식이 있었다. 

나의 교장 선생님처럼 존경했고 행복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분은 아이들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바른 길잡이였다. 

아쉽고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편지를 보냈다. 

그때 그 편지를 이곳에 올려본다. 지금은 근황을 모르지만 강건하시길 기도해 본다.   

  

꽃을 피우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모양이 우리 아이들 같아요!


차광열 교장선생님께     

긴 장마와 무더운 날씨그리고 이상 기온 등의 자연의 소리를 온몸으로 듣는 여름입니다

존경하는 교장 선생님!

자랑스러운 학교 부설을 만들어내신 그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여러 가지 다양하고 빛나고 별스러운 교육의 장을 열어주셨던 것을 회상하며 행복했음을 느낍니다.

저는 불행히도 학교의 그 다양함의 현장에 자주 있지 못했습니다

그것이 항상 가슴 한편을 아프고 부담스럽게 했습니다

선생님의 크리스마스는 정말 뜨거운 감동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 나눔을 실천하시고 사랑을 몸소 보여주신 산타의 출현은 가득 미소를 머금게 했고 정말 멋진 분이시구나! 를 연발하게 했습니다

일회성으로 끝났다면 저는 그 짙은 사랑을 의심했을 것입니다

해마다 다시 오시는 주님처럼 그렇게 오시는 부설의 산타를 추억으로 남기고 그리워해야 한다는 것이 무척 가슴 아리게 합니다


교장 선생님

6,25km 걷기 후에  보여 주신 세족식은 더욱 큰 감동이었습니다.

아이들의 발가락 끝마다 새겨지고 전율 같은 온기로 남아있을 당신의 사랑을 우리 아이들은 잊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 사랑 전하기 위해 누군가의 발가락을 만져주는 사랑의 전도사로 살아갈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선생님!

선생님과 일대일로 마주 서보지 못하는 부끄럼쟁이 엄마였습니다

한마음 부설가족축제 소감을 게시판에 올린 이틀 후  월요일 아침교장선생님의 깜짝 전화는 저에게 새로운 감동과 함께 삶의 활력소로 다가와 몇 날 며칠을 미소 짓는 날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아이를 불러서 격려해 주셨다는 부분에서는 고마움이 저절로 우러나오고 참교육자의 표상으로 다가왔습니다


교장 선생님!

저는 40대 후반인데 20여 년 정도 해오던 학원강사를 뒤로하고 새로운 일을 시작했어요

직업병으로 목소리가 많이 망가진 터라 직업의 전환은 불가피하기도 했지요

몇 년 전부터 사회복지사 1급 자격을 획득하는 등 나름 새 출발을 준비하고 기대했었지요하나님은 저의 필요를 아시고 정말 저를 사용하시려고 준비한 자리로 인도하셨어요


새 직장으로 부름을 받고 들뜨고 신나는 출발을 했습니다

그러나 한 달은 우울하고 슬프고 많이 아팠어요

학원수업시간이 시작되던 오후 1시 이후에는 아파 오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금단 현상을  경험했어요

집에 돌아와서는 멍한 상태로 앉아 있기도 하고 엉엉 울기도 했습니다

오늘로 정확하게 2개월을 채웠네요


지금은 이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나이가 많아 새로운 일을 하기란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어요

각오는 했었지만제가 힘들었던 일은 사람과의 관계형성나의 가치관의 유리가장 높은 곳(학원장)에서 가장 낮은 곳(말단직원)으로의 방향전환에서 오는 표현할 수 없는 열등감의 일종 등등이었습니다.

 이제는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며 창의적인 활동을 강조했던 교장선생님의 가르침에 힘입어 잘 지내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꿈을 가지면 언젠가는 이루어진다라는 가르침을 몸소 보여주고 있습니다.

 완벽하진 않지만 작은 일에 더욱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소중하고 값지다는 것을 알게 하고 싶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꿈은 유명한 사람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현실과의 괴리를 이겨내지 못할 것만 같아 걱정이 되곤 합니다


제가 두서없이 교장선생님의 찬란한 미래에 잡담을 늘어놓은 듯합니다. 

선생님의 8월의 소망하는 글을 읽다 보니 눈물이 왈칵~~ 이제는 교장선생님의 훌륭한 교육적 가치가 들어있는 글을 접하기 힘들겠다는 아쉬움에 막바지 장맛비도 함께 내립니다.


교장선생님

몸과 마음과 영혼의 강건함을 빕니다. 

그리고 마라톤과 같은 우리의 인생을 마라톤으로 즐기시겠다는 말씀처럼 끊임없이 교육자로의 행보를 멈추시는 일이 없으시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좋은 영향력으로 먼 훗날까지 선생님의 이름을 기억하기를 원합니다.     

 많은 훌륭하신 선생님들도 계시지만 교장선생님 한 분만으로도 충분히 멋지고 훌륭한 학교였습니다. 

각자의 꿈을 이루어 자신의 삶의 주인공으로 우뚝 설 우리 아이들을 위한 끊임없는 기도 부탁드립니다.


 존경합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09.  8  7

                                         박재웅의 엄마 김정숙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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