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구원은 무엇인가요.
1. 음식교
주말마다 몇 시간씩 들여 맛집을 찾는 사람들은 먹방이 성경이고 셰프가 목자이며 맛난 음식이 성물이다. 세상 맛난 음식을 다 먹는 순간 영생에 든다고 믿으며(인증샷을 모아야 한다.) 일생에 한번쯤은 미쉐린 성지순례를 떠나는 게 꿈이다. 맛없는 음식을 먹어야 하는 세상이 곧 지옥이라고 생각한다.
2. 섹스교
룸살롱, 호빠, 클럽, BAR, 나이트 등에서 이성을 찾는 사람들은 섹스를 숭배한다. 666명과 섹스하면 영생을 얻는다고 믿는 듯이 행동한다. 하지만 실제로 얻는 것은 영생이 아니라 성병. 그나마도 대부분이 20명쯤 세다가 그 뒤로는 바빠서 세는 것조차 잊는다고.
3. 골프교
일요일마다 몇 시간씩 운전해 골프장에 가는 사람은 구멍과 작대기와 공을 숭배한다. 18구멍 전부 한번에 넣어버리면 부상으로 영생을 받는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제껏 성공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이들은 어떤 교회 성도보다 더 독실하게 필드를 다닌다.
4. 머니교
구원은 계좌 잔액에 있다고 믿으며 부동산이나 금, 주식을 성물처럼 모심으로써 돈을 숭배한다. 돈을 위해 모든 것을 참고, 돈을 위해 책을 읽고, 돈을 위해 직장에 가고, 돈드는 일이나 돈 안되는 일을 제일 싫어한다. 돈이 없으면 지옥에서 사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5. 다신교(애니미즘)
가게 앞에 며칠씩 줄을 서서 성지순례하듯 매장 오픈을 기다리는 것이 특징이며 휴대폰이나 스타워즈, 의복, 운동화, 피규어, 연예인 등 온갖 것들을 숭배한다. 그것들이 구원을 줄 것처럼 매달린다. 이들은 세상 모든 물건에 각기 다른 신이 살고있다고 믿어서 집에 벽이나 진열장 등 신을 따로 모셔두는 장소가 있다.
6. 과학기술교(사이언스교)
과학의 발전이 언젠가는 인간의 모든 희로애락의 고통을 해결해주고 결국 영생까지 가져다 줄 것이라는 근거 없는 신앙. 이들은 세상에 선악이란 없고 모든 것이 자연의 작용일 뿐이라고 믿으며, 영혼이나 신, 사후세계의 존재도 부정한다. 하지만 신도 없고 선악도 없다는 그들을 조금만 괴롭히면 입에서 '이 악마! 천벌을 받을 거다.'라는 소리가 튀어나오는 것으로 보아 마음속 깊이에서는 사실 신이나 선악의 존재를 믿는 정신분열증적인 특징을 공유하는 것으로 보인다. 과학에서 증명을 포기한 빅뱅이론과 그에 의거한 다윈의 진화론을 믿는 경우가 대다수지만 소수는 외계인이 인간을 만들었다고 믿는다는 점이 특이하다. 그럼 외계인은 누가 만들었냐, 외계인은 외계인의 외계인이 만든 거냐, 순환논리 아니냐고 물어보면 꿀먹은 벙어리가 되거나 화제를 돌린다. 하지만 이들에게 너무 논리적으로 따지고 들면 '그럼 넌 스마트폰 쓰지 말고 인터넷도 하지 말라'며 화를 내는 경우가 많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7. 먹고사니즘교(건강교)
이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숭고한 일은 건강하게 밥을 먹고 똥을 싸는 일이다. 최대한 오랫동안 그 일을 문제없이 할 수만 있다면 인생은 성공이라 믿는다. 혹시라도 성공에 지장이 생길까 우려하여 아침저녁으로 운동도 하고 온갖 몸에 좋다는 것들을 챙겨 먹는다. 그리고 그 모든 노력의 목적은 오로지 최대한 오랫동안 건강하게 밥을 먹고 똥을 싸는 것이다. 가끔씩 영혼이라던가, 영원이라던가, 인생의 의미라던가 하는 것들에 대하여 들을 때면 잠시 혼란에 빠지기도 하지만 곧 다시 굳은 의지로 마음을 다잡고 먹고 싸는 일에만 집중하는 정신상태로 돌아간다. '머니교' 신자들처럼 돈을 사랑하지만 먹고 싸는 데에만 지장이 없으면 돈 문제에 있어서는 더이상 큰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는 면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몸 아픈 곳 없이 최대한 오래오래 잘 먹고 잘 싸는 것이 구원이라고 믿는다.
8. 기타등등
안타깝게도 현대인의 대부분이 이렇게 신천지 안 부러운 종교쟁이이다. 특정 행위를 계속 반복해서 마일리지를 꽉 채우면 마침내 행복을 달성하고 천국에 든다는 듯이 행동하면서도 티비에서 주워들은 건 있어서 입으로는 급히 이렇게 둘러댄다.
“난 무교야. 그저 과학과 나 자신을 믿을뿐이야” 라고.
그 과학이란 걸로 당신이 얻고 싶은 게 뭔데? 결국 먹고 싸는 거, 입는 거, 노는 거,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최대한 오래 사는 거 아닌가? 하지만 과연 당신이 그러면서 오래 사는 게 과학적으로 세상에 이로운 일일까? 거기에 대한 과학적 대답은 아니요다. 과학적으로만 보면 생산성이 떨어지는 나이에 다다른 사람들은 메탄가스가 나오는 배설물만 만들어내므로 인구 최적화의 대상이다. 과학에 의한 최적화를 당하는 것이 과학을 믿는 사람들의 운명인 까닭이다. 우리 모두는 각자가 믿는 대로 각각의 결말을 맞는다. 정말이지 과학을 믿는다는 사람들은 정신이 어딘가 모자란 것 같다. 조용히 생각해보면 본인이 무엇을 숭배하는 종교쟁이인지 깨달을 수 있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