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다양한 것들을 원한다고들 하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그렇게 다양한 것은 아니다. 멋져보이는 직업, 멋진 옷과 액세사리, 멋진 집, 멋진 차, 멋진 학교 졸업장, 매력적인 이성, 맛있는 음식, 뭇 사람들의 칭송과 유명세 정도가 전부라고 할 수 있다. 거기서 거기, 그렇고 그런 것들을 원하고 동경하면서 그런 것들을 갖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평생동안 궁리한다. 나 하나로 그치지도 않고 자식에게까지 자기가 동경하는 것들을 전염시킨다. 그리고 거기에 ‘꿈’이라는 이름표를 붙인다. 하지만 그건 꿈이 아니다. 그냥 욕심을 포장지로 예쁘게 포장했을 뿐이다.
흔히 로망이라 부르는 동경하는 것들은 그렇게 꿈이라는 이름표를 얻게 되고, 포장된 꿈은 ‘간절함’이라는 에너지를 얻는다. 하지만 앞서 열거한 것들 중 막상 이루고 봤을 때 ‘간절함’을 채워줄 수 있는 것은 없다. 사람 혹은 동물 모양의 조각이나 그림을 앞에 놓고 백날 절해봐야 아무것도 이룰 수 없듯이, 간절함이란 그 대상을 잘 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Be careful what you wish for.
치킨을 간절히 원해봐야 막상 그것을 먹게 되었을 때의 즐거움은 ‘간절한 바람’을 채울 수 있는 수준이 되지 못한다. 간절히 바라는 동안 상상하던 그 맛을 혀로 다 느낄 수 없다. 오히려 적당히 배고픈 상태에서 별 기대도 없던 사람이 뜻하지 않은 치킨을 먹었을 때 맛있어서 깜짝 놀랄 수 있다. 같은 원리는 모든 쾌락에 똑같이 적용된다. 섹스, 돈, 음식, 명예, 권력 등으로 대표되는 쾌락은 그것들을 간절히 원하는 사람을 언제나 배신한다. 바라던 만큼의 충족은 주지 않고 더 바라게만 만든다. 머리에 고정시킨 막대기 끝에 매달려있는 생선을 먹으려고 죽을때까지 달리는 고양이와 같은 꼴이다.
진정한 꿈은 일차원적인 쾌락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 진정한 꿈은 고차원적인 즐거움과 아름다움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치킨을 배터지게 먹는 것보다 나는 몇 조각만 먹고 나머지는 남들과 나누는 일이 고차원적이다. 나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고 교묘하게 포장하는 것보다 있는 그대로를 정직하게 드러내는 것이 고차원적이다. 많은 돈을 벌고 사람들의 동경을 받을 수 있는 직장도 양심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때려치우는 게 그냥 다니는 것보다 고차원적이다. 배신자에게 통쾌하게 복수하는 것보다 용서하는 것이 고차원적이다. 증명도 못 하는 빅뱅과 유물론을 믿는 것보다 느낄 수 있는 영혼과 사후세계의 존재를 믿는 것이 고차원적이다. 하버드 나오고 크고 작은 거짓말을 쉽게 하는 사람보다 고졸에 진실만을 말하는 사람이 고차원적이다. (대부분의 고졸은 대부분의 하버드 졸업생과 마찬가지로 거짓말을 일삼는다. 고졸이 일반적으로 더 진실하다고 말할 수 없으며 학력과 정직성은 비례하지도 반비례하지도 않는다.) 고차원적이란 그런 것이다. 따라서 진정한 꿈이란 그런 성질들을 지닌 고차원적인 목표를 갖는 것이다.
고차원적이란 말에 대한 부가설명을 하자면,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생각하면 된다. 한 남자가 어떤 여자와 썸을 타고 있다. 그 이유는 여자의 얼굴이 이쁘고 몸매가 좋고, 집안도 좋아서였다. 그런데 이 남자는 얼마후에 그 이쁜 여자를 놔두고 얼굴도 중간, 몸매도 중간에 집안도 가난한 어떤 ‘보잘 것 없는’ 여자와 결혼했다. 그 이유는 여자가 겉보기에 보잘 것 없음에도 불구하고 더 반듯한 생각과 순수한 영혼을 지녔기 때문이라고 하면, 남자는 고차원적인 사랑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예뻐서, 쭉쭉빵빵해서, 돈이 많아서, 등 ‘그래서’는 저차원적이다. 예쁜 얼굴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가슴이 작지만, 키가 작지만, 가방끈은 짧지만 등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고차원적이다. 우리의 몸은 ‘그래서’를 좋아하고 우리의 영혼은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좋아한다. 그래서 최대한 '그래서'를 추구해 놓고도 '그럼에도 불구하고'였다고 거짓으로 포장하는 경우가 많다.
고차원적인 꿈이 갖는 신비가 있다. 쾌락에 기반한 꿈을 쫓는 자들이 백만 걸음을 가고도 불만과 불안에 사로잡혀 있는 반면, 고차원적인 꿈을 추구하는 사람은 한 걸음만 내딛어도 충만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고차원적인 꿈을 갖고, 한두 걸음만 내딛으면, 나이나 학벌, 통장잔고, 사회적 지위 등에 관계없이 인류 상위 1%에 해당한다. 그 한 걸음을 내딛지 못하고 죽는 인간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그 길은 아무에게나 허락되지 않는다. 자기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뱀을 끊임없이 발견하고 죽여야 한다. 그러자면 우선 거짓말을 한 마디도 하지 않아야 하고, 전 인류에게 공개할 수 없는 일은 하나도 하지 않아야 한다. 그 길이 많은 사람들에게 허락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