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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나무 Jul 02. 2021

연애의 목적: 섹스와 결혼사이

전직 오컬티스트(무당)였던 한 미국인 목사에 따르면 남녀가 성관계를 하는 순간 체액뿐만이 아니라 각자가 달고 다니던 귀신들도 교환하게 된다고 한다. 그 결과 우울증, 성도착등, 분노조절장애, 공황장애 등 여러가지 정신적인 증상들을 공유하게 된다고. 사실 이 부분에 관해서는 굳이 귀신까지 언급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우울증 걸린 연인을 만나면 우울해지는 건 당연하고, 야동 매니아인 연인을 만나면 변태 되는 건 시간문제일 테니까.




그래서 남녀는 이성을 볼 때 무의식적으로 ‘과거’를 살피게 된다. 말로는 쿨하게 ‘난 과거같은 거 안 본다’고 말하는 사람도 막상 파트너의 과거를 모두 알게 되면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돈 많고 젊고 예쁜, 세상 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연예인들이 결혼 후 얼마 못 가서 이혼하는 이유는 뭘까. 부족함이란 없는 꽃길만이 펼쳐져 있을 것 같은데. 혹시 연애시절엔 감출 수 있었지만 함께 살면 오래지않아 발견하게 되는 과거의 흔적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과거’가 중요한 이유는 (임사체험이나 종교체험 같은 초현실적인 계기가 없는 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과거에서 현재로, 그리고 미래로 이어지는 ‘관성’대로 살아가기 때문이지 과거의 어떤 한 이벤트가 엄청나게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은 아니다. 과거에 마약을 했던 사람이 아무래도 다시 약에 손을 대기 쉽듯이,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는 말이 있듯이,  ‘과거’가 심플할수록 ‘관성 리스크’를 적게 갖는다고 일반적으로 추론할 수 있고, 바꿔 말하면 ‘결혼 전 연애 횟수가 적을수록 위험부담이 낮아진다’라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연애 경험을 자랑하는 사람은 마치 전과기록을 자랑스럽게 떠벌이는 사람과 비슷하다. (성차별 발언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남녀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연애의 목적’이 무조건 ‘결혼’이어야 한다고 주장하고픈 생각은 없다. 그건 어디까지나 자유의지의 영역이니까. 다만 연애의 목적이 연애 그 자체라면 결과적으로 ‘과거’만 잔뜩 만들게 되고, 그에 따라 결혼 상대로서의 리스크도 증가한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둘 필요가 있다. 매년 애인을 갈아치워가며 화려한 싱글 라이프를 즐기던 사람이 결혼을 했다고 해서 갑자기 한 사람과만 섹스하며 죽을 때까지 살 수 있을까? 자유분방한 혼전 프리섹스는 과연 결혼 이후의 긴 인생에 득일까 덫일까. 




혹자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이 여자라면, 혹은 이 남자라면 더이상 한눈 팔지 않을 수 있다고, 맹세한다고. 하지만 그런 건 인간의 정욕이나 관성의 힘을 무시하는 일시적 열정일 뿐이다. 세월이 지나 상대가 나를 외롭게 하고 툭하면 언쟁을 벌이는 시기가 와도 같은 마음일까? 감정은 움직인다. 그것도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간혹 훗날 그런 시기가 올 것을 대비해서라도 더 잘난 배우자를 찾아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실상은 배우자가 ‘잘났을수록’ 리스크는 더 커진다. 여자가 예쁘면 중년의 나이가 되어도 그녀와의 '하룻밤'을 위해 공들일 얼빠진 남자는 지천에 널렸고, 남자가 잘생기거나 돈이 많아도 매한가지다. 




한 번의 혼외정사는 커플의 현재뿐 아니라 지나간 모든 세월을 거짓말로 만든다. 이번이 처음이 맞는지, 언제부터 딴짓을 해왔는지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거짓말 인생’을 사는 사람이 벤틀리를 타고 펜트하우스에 산다고 해서 '진실된 인생'이 되지 않는다. 친구들이 시집 잘 갔다고 모두 부러워하고 SNS 게시물에 좋아요가 수천개씩 달려도 평일 낮 교외에서 골프치고 사우나하고 어떤 여자랑 무얼 하는지 모를 남편을 생각하며 이혼을 할지 맞바람을 피워야 할지 고민하는 인생이 대한민국 부촌에는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연애의 목적과 그 목적에 합당한 상대에 대한 철학을 새로 세워야 한다. 지금까지 상대방의 매력요소라고 생각했던 외모나 재력이 알고보면 감당해야할 어마어마한 위험요소라는 것도 알아야 한다. 살아가는 데 있어 외모나 재력 같은 게 나름 중요성도 있긴 하지만 사람 자체의 정직함과 정결함을 우선순위로 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비밀이 없고 정직한 남자는 존경을 받게 되고 그의 가족들은 강남 안살아도 의미있는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 비밀이 많고 야망과 성욕이 넘치는 남자는 서울 시장을 9년을 해도 아무 것도 아닌 인생이다. 차라리 태어나지 않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지금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가져야 할 정신은 50년전 대한민국 젊은 남녀들의 정신이다. 사람만 괜찮다면 단칸방에서 시작해 같이 미래를 만들어갔던 그 정신을 회복하지 못하면 ‘연애경험만 잔뜩 가진 독거노인’이 되거나 ‘거짓말 인생을 살아가는 부부’가 되기 십상인 시대를 우리는 살고있다. 더이상 대중문화가 당신을 그리고 세상을 더럽히게 허락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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