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이 여러 번 향한 곳에서는 위안
내게 특별한 겨울방학이 두 번 있었다.
학기를 채우고 나면 당연히 따라오는 방학이 아닌,
내가 선택한 방학.
첫 번째 겨울방학은 대학시절 보낸 일본 벳부에서의 교환학생 한 달.
두 번째 겨울방학은 제주도 한 달 살기를 하며 보냈던 2022년 겨울.
그 겨울방학을 끝으로 나는 한 뼘씩 성장했다.
벳부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은 나의 소울메이트가 되었고,
제주 여행을 마치고 용기 가득, 자신감 충만이었던 시기에 소개받은 남자는 내 남편이다.
도망치듯 떠났던 제주도 여행은
현생에서 도망치고 싶을 때면 제일 먼저 떠오른다.
어떤 낭만이 나를 매혹시켰는지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지만
그때의 색깔, 냄새, 차가운 공기마저 그리울 때가 많다.
육아 휴직 중 나는 몇 번이고 제주 바다를 떠올리고 도망가고 싶었다.
물론 지금도 갈 수만 있다면 제주 바람에 스트레스며 피로며 탈탈 털어 없어지길 기대해 본다.
제주도를 누볐던 나의 첫 자동차, 모닝은 며칠 뒤면 새 주인을 만나러 떠난다.
여행메이트였던, 진한 추억이 가득한 그 차를 보내려니 괜히 서운한 마음이 든다.
제주도 곳곳을 차로 다니면서
시선이 오래 머무는 곳에 내 취향이 있었고, 발걸음이 자주 닿는 곳에서는 마음에 위안을 얻었다.
거창하게 이름 붙여 '나를 찾아 떠난 여행'이라고 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그 여행에서 나는 '나'를 알아갈 수 있었다.
어제부터 읽기 시작한 '유랑하는 자본주의자' 책에서도 나온다.
정체성.
내가 어떤 상황에 약한지, 혹은 강한지,
언제 기쁜지, 어떨 때 행복한지 '나'를 아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가치임을 배웠다.
오늘 나는 지난 두 번의 여행에서 내가 찾은 나를 떠올리며,
지금의 나를 돌아본다.
엄마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나, 멋진 엄마로 성장하고 싶은 나.
서윤에게 부족함은 있어도 부끄러움은 없고 싶은 엄마.
그렇기에 오늘도 읽고 쓰며, 나를 찾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