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중에 일어난 일
첫 아이를 낳고 육아휴직 중이다.
이제 3월이면 돌끝맘이 되고 5월부터는 워킹맘으로 살아간다.
오늘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중에 전화가 왔다.
40대 여성 팀장님.
그녀는 슬하에 3남매가 있다.
장성한 두 딸은 성인이고, 늦둥이 초등학생 아들을 둔 20년 차 워킹맘.
그녀의 목소리는 언제나 지나칠 정도로 당차다.
간단한 안부를 나누고 바로 본론이다.
"복직할 거야?"
적잖이 당황스럽지만 곧장 대답한다.
"당연히 해야죠"
26분 동안 이어진 통화 해서는 불편한 말들이 오갔다.
적어도 서로를 헐뜯는 말을 주고받지 않았을 뿐 팽팽한 대결구도였다.
분명히.
출산휴가, 육아휴직 몹시 못마땅해했던 팀장님이었다.
더 거슬러, 신혼여행 15일 휴가부터 그랬던 것 같다.
출산휴가 90일, 육아휴직 12개월 합쳐서 15개월.
휴직 중 동료에게 들려온 말에 의하면
'우리 팀 애는 15개월을 꽉꽉 채워서 쉬고 있어.'
믿기 어렵게도 그녀는 삼 남매를 둔 20년 차 워킹맘이다.
출산의 고통, 육아의 설움, 워킹맘의 비애.
모든 것을 나보다 곱절은 더 빡세게 경험했다면 했을 선배님은 아량이라고는 없다.
그저, 복직하게 되면 팀원이 과인원이 되니, 나의 복직의사가 궁금할 뿐.
휴직 중에 늘어난 인원은 없었고 예정된 복직과 인원이었는데 왜 과인원이라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당연히 복직하겠다는 의사와 함께 당당히 지켜졌으면 하는 내 권리도 내비쳤다.
복직 후에는 '육아기단축근로 2시간' 신청도 함께 해서 육아와 워킹을 병행하려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때부터 오랜만에 걸려온 안부를 빙자한 연락은 권고와 권고와 권고로 이어졌다.
"편의를 봐줘서 30분 늦게 출근, 30분 늦게 퇴근은 가능해."
아이의 어린이집 등하원 이슈로 육아기 단축근로를 신청한다고 했더니 돌아온 제안이었다.
단축근무 같은 편의는 봐주고 싶지 않은 의사인 듯하나, 그것 또한 근로자의 권리이다.
그러나 언제나 사측을 대변하는 팀장으로서는 그저 편의로 보일 뿐.
어린이집 등원은 아무리 빨라도 8시고, 하원은 아무리 늦어도 오후 3시이니 단축근로 해야 한다는 말에
이제는 아이의 하원을 맡아줄 조부모, 나의 친정엄마가 소환된다.
"엄마집으로 아이를 하원시키는 것은 어때?"
0세 반 어린아이가 어린이집 차량으로 엄마집으로 가는 것이 불가능하고,
친정엄마는 허리가 아파 현재도 육아 도움은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 집 근처 도보 가능 어린이집은 0세 반 운영이 되지 않으니
아이의 엄마인 내가 등하원을 책임져야 한다고 답변해야 했다.
이제는 얼굴도 뵌 적도, 어떤 계약조건을 걸어 들여야 우리 집으로 들어오실지 모를 이모님이 소환된다.
"등하원 전담해 주는 이모님을 구해보는 것도 방법이야"
굳이? 본인도 안다.
그렇게 이모님까지 구해서 회사 나와 번 돈이
남의 손에 아이를 맡기는 데에 지출되면
남고 쌓이는 것은 고작 퇴직금뿐이라는 것을.
누가 알려줬냐고?
이모님을 구해보라는 권고와 함께
TMI로 전달된 그녀의 정보였다.
여차저차 긴 통화는 마쳤다.
시간 금방이니 돌아와서 보자는 적절히 떫은 인사.
통화를 내내 지켜보고 들었던 남편은 열불을 내고 화가 나 안달이다.
그냥 그만두는 것은 어떻냐고.
차라리 알바나 다른 부업으로 수입을 충당하고
비상식적인 말을 더 이상 듣지 않는 것도 방법이라고 화를 낸다.
내가 제일 간절한 방법이다.
부쩍 눈 맞추고 활짝 웃는 저 아이를, 엄마품에서 떨어뜨리는 일.
엄마가 해주는 음식을 한 끼라도 더 먹이고 싶은 욕심.
내 일을 그만두지 않고 싶은 욕망.
존중받고 지켜줘야 할 내 권리를 침해받은 일에 대한 불쾌함.
당사자인 내가 제일 화가 나고 억울하다.
그런 말을 듣고도 나가야 하나.
언제까지고 그런 환경에서 일해야 하나.
내가 제일 답답하다.
그런데 지금은 딱, ‘나는 엄마다.’ 이 생각만 가져간다.
어떻게든 지금 일 말고 수입을 얻을 방법을 찾고,
내 능력과 가치를 키워 성장할 것이다.
권고복직을 가장한 사직권유인 듯하여 불쾌하지만,
점점 더 좋아지는 것만 같은 요즘 육아정책과 제도에
괜한 상대적 박탈감을 겪고 부러움? 아니꼬움? 감정을 갖게 되는 저 기성세대와 맞서
올해까지만 딱 더 힘내서 버텨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