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리 급해도, 지정된 곳에서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어느 날이었다. 순찰을 돌며 역사를 둘러보던 중, 여자 화장실로 이어지는 길 위에 간격을 두고 떨어져 있는 갈색 자국들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헨젤과 그레텔이 길을 잃지 않기 위해 과자를 흘려두고 간 것처럼.
자국을 따라가 도착한 화장실 입구. 휴지통에는 남성용 속옷 한 장이 구겨져 들어 있었고, 주변에는 상황을 설명하는 흔적들이 말없이 퍼져 있었다.
그 다급함은 누구라도 짐작할 수 있었지만, 그 뒷수습은 결국 내 몫이었다.
마침 청소 담당자분들이 모두 퇴근한 시간대. 나는 바닥을 닦으며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그런데 며칠 뒤 동기들과 이야기하던 중, 그날의 ‘주인공’은 오히려 양호한 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용변을 보고 가는 어르신도 있다는 이야기에 모두 짠듯이 숙연해졌다.
물론 누구에게나 다급한 순간은 찾아올 수 있다. 하지만 성인이라면, 본인의 배변은 본인이 책임져야 하지 않을까.
우리나라 지하철 화장실은 여느 나라보다도 친절하게 누구나 공짜로(?) 이용 가능하다. 그러니 제발 바란다.
아무리 급해도, 꼭 지정된 장소에서. 그 작은 선택 하나만으로도, 누군가의 하루는 훨씬 덜 고단해진다.
이쯤 되면 그대들이 정상인지, 아니면 내가 비정상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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