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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워내 Jul 10. 2022

어설픈 거짓말


초딩 시원이는 자주 거짓말을 해댔다. 그렇지만 걔의 거짓말은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었기에, 스스로 거짓말 자제 권고를 내리는 선에서 마무리 지어졌다.


일 년 중 거짓말을 가장 많이 했던 달은 3월이었는데, 새로 만나게 된 사람들에게 스스로를 설명해야 했기 때문이다. 자고로 자기소개란 자기를 알아야만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에 대해서 아는 게 없던 시원이는 거의 모든 걸 지어냈다. 취미, 특기, 좋아하는 과목 … 그중 공을 많이 들인 거짓말은 단연 장래희망이었다.


‘꿈 없는 애’

시원은 꿈이 없었고, 그 사실이 꽤 창피했다. 꿈이 없다는 사실을 입 밖으로 꺼내면 어린이 다운 푸릇함이 없는 애로 보일까 걱정됐다. “아니 너는 왜 꿈이 없니?”라는 말을 듣는 것도 싫었고, 무엇보다 다른 애들과 달리 바래 보이고 싶지 않았다.


 학기가 되면 상담 카드의 마지막  (장래희망) 비워   오랜 시간 고민했다. 2학년 때에는 아빠의 의견에 따라 파일럿을 적어서 냈고, 고학년이 되고 나서는 즐겨보던 드라마 주인공의 직업을 적어냈다. 그건 정말이지 되고 싶은 꿈이 아니었다.


언제 한 번 장래희망 발표 시간에 당시 인기 직업이었던 의사를 말했는데, 시원의 차례 이후로 여섯 명의 애들이 같은 꿈을 말했다. 아무래도 그중 몇몇은 진짜 의사가 될 수 있을 것 같았고 공부에 일가견이 없던 시원이는 자신은 그러지 못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골머리를 썩여온 장래희망은 이후 진로로, 희망 학과로 이름을 바꿔댔고, 지금은 먹고사는 문제로 시원의 옆에 앉아있는 중이다.


언제쯤 장래의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 그건 정말 그녀의 희망이 될 수 있을까. 계속해서 요구받지만, 계속해서 요구하는 걸 줄 수 없는 모순적인 상황의 초입을 더듬어보며 직업으로 설명되는 미래의 틀이 정말로 지긋지긋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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