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사람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광기를 이해한다면 내 인생의 맞춰지지 않는 퍼즐을 맞출 수 있거나, 일상 속에 도사리고 있는 불안을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나는 종종 너무 예민하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래서 소외되거나 비난받을까 봐 전전긍긍했다. 예민하다는 것이 미쳤다는 뜻이 아닌 것을 안다. 하지만 나는 오랜 시간을 미치는 것은 한순간이겠다고 느끼곤 했다. 미쳤다는 말을 들을까 봐, 너는 정말 이상하다는 말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들을까 봐 내가 그렇게 방어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방어적이 될 때 문제는 일어나곤 했다.
캐리 후쿠나가 감독을 좋아한다. 그가 연출한 신 놈브레, 제인 에어를 무척이나 좋아하고. 트루 디텍티브 1 시즌은 정말 최고였다. 그가 넷플릭스 시리즈를 감독한다는 것을 알고 아껴두었다. 넷플릭스는 정주행의 욕구를 통제하기가 너무 어렵다. 10부작이고, 조나 힐과 엠마 스톤 주연이다.
조나 힐과 엠마 스톤을 좋아한다.
조나 힐은 '매니악'에서 체중과 함께 그 특유의 시그니처 유머감각을 내려놓았고, 조현병(이 시리즈에서의 진단명은 그렇다.) 환자를 훌륭하게 연기한다. 엠마 스톤은 또 어떻고! 사실 조나 힐과 엠마 스톤은 병맛 코미디 '슈퍼배드'에서 정말 기가 막힌 한 쌍이었다. 한 쌍으로 나온 분량이 많진 않지만, 케미가 정말 좋았다.
엠마 스톤은 자기 방어적 성향이 강한 우울증 환자 역을 정말 매력적으로 소화했다. 이 둘의 케미는 '매니악'에서도 역시나 근사하다. 이 케미는 그 둘이 훌륭한 배우라는 점을 차치한다면, 죽이 잘 맞는 유머감각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좋은 유머감각을 갖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그런 배우도 드물다. 하지만 일단 그가 유머감각이 있다면 유연해지고 설득력이 더해진다. 어떤 상황도 이 둘이 연기하면 고개가 끄떡여지고, 웃음이 터져 나온다. 이 둘은 어이없게 웃도록 만든 후, 쿵 하고 마음이 철렁 내려앉게 만들거나 웃다 멍하니 쓸쓸하게 만들다, 콧물까지 흘리며 울게 만든다. 당신이 혼자 넷플릭스를 정주행하고 있다면 좀 추하게 펑펑 울어도 좋을 것이다. 그러면 좀 시원하더라.
이 시리즈를 한 번에 달린 후 지쳐 잠이 들었다. 며칠째 자고 싶을 때 자고 될 수 있는 한 눈을 뜨지 않다가 눈을 뜨면 넷플릭스를 보았다. 아침이 무서운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 불안이 사라지도록 기도를 하고 자리에 눕는다. 아침에 눈을 뜨면 같은 기도를 한다. 그래도 기도를 한다는 것은 좋은 징조라고 생각한다. 매니악을 본 다음날 아침, 나는 눈을 뜨자마자 이런 생각을 한다.
미쳤다는 게, 이상하다는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닐지도 몰라.
정상적인 게 뭔데?
나는 슬프고 두렵고 아프고 지쳤을 뿐이다. 그럴 때도 있지.
삶은 이상하다. 이상한 리듬이 있어서 아무리 괴로워도 그것이 조금 나아지는 시점이 있다. 다시 괴로워지긴 하지만.
아무리 과학이 발달하고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연구하더라도, 아무리 훌륭한 심리학자, 상담사라도 마음의 고통을 없앨 수 없다. 감정을 어찌할 수 없다. 견디며 산다. 이 시리즈, '매니악' 에선 심지어 컴퓨터도 우울증을 겪는다.
견디며 산다. 방어하기보다, 끌어안을 수 있기를 바라며. 그렇게 이상한 삶을 산다. 마음의 교감을 나눌 수 있는 누군가를 만나길 기도하며. 그 사람과 함께 어디로든 갈 수 있기를 희망하며. 먼저, 내 안의 나와 잘 지내길 희망하고 노력한다.
그렇다, 나는 늘 조금 이상한 것을 좋아했다. 그러니, 나는 나와 잘 지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