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컨슈머와 고객의 차이
누군가에게 얘기하려면 근거를 말해야 한다. 믿을만한 근거를 대야 하지 감정에 호소해서는 안된다.
아버지께서는 말씀하셨다.
아버지께서 차를 수리하러 제네시스 라운지 고양점에 방문했다. 그가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한편에서 불만의 음성이 들린다. 아이씨, 아씨... 음성의 주인은 현대 자동차 라운지 쪽 직원이었다. 그는 전화를 받더니 연신 굽실댔다. 업무 전화에 스트레스를 상당히 받았던 상태였던 것으로 보였다.
아버지는 화장실에서 나와 라운지에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여성 직원이 다가와 음료를 어떤 걸 드리면 되냐고 물었다. 아버지께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골랐다. 고르고 기다리는데 화장실에서 봤던 그 남성 직원이 다가왔다.
그 남성은 아버지께 대리점으로 가서 수리받으라고 안내하며 질문했다. 여기에 왜 오셨냐고. 아버지는 대리점에서 직영점으로 갈 것을 안내받아서 온 것이라고 대답했다. 아버지께서 방문했던 그곳은 제네시스 하이테크 직영점 라운지였다. 하이테크가 무슨 뜻인가. 그곳은 대리점에 비해 여러 고난도의 기술을 이용해서 차를 수리하는 곳이다. 그래서 아버지는 그곳으로 안내받았던 것이다. 그 말에 직원은 대리점으로 가라고 지시하듯이 대답했다.
아버지께서는 일단 직원의 말대로 대리점으로 향했고 거기서 수리는 금방 되었다.
하지만 남성 직원의 명령하는 듯한 태도와 말투에 기분이 상하셨던 아버지는 고객센터에 전화했다. 상담원 측은 해당 직원의 이름을 물었다. 아버지는 그 직원의 이름을 몰랐다. 아버지는 물었다.
"직원의 이름을 그쪽에서 알아내실 수는 없을까요?"
상담원은 대답했다. "부서가 달라서 이쪽에서 알아낼 수는 없으세요, 고객님. 이쪽에서 그쪽 부서로 해당 내용을 전달드리도록은 하겠습니다."
전화를 마무리하고 아버지께서는 생각하셨다. 민원의 대상이 된 직원의 이름을 모른 채로 상담원 측이 전달 줘봤자 상담원 쪽만 바보 될 수 있겠다고.
아버지는 서둘러 다시 라운지 쪽으로 향했다. 라운지에 들어서자 여성 직원이 무슨 일로 오셨냐고 그에게 물었다. 아버지께서는 대답했다.
"제가 덕분에 차 수리를 너무 잘 받아서 그런데 이름을 알고 싶은 직원 분이 계세요. 감사 인사를 전하려고요."
남성 직원을 만난 아버지께서는 라운지를 나온 다음 상담원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이름을 알아냈다고.
상담원은 말했다. "네, 해당 내용 바로 처리해서 알려드리겠습니다."
블랙 컨슈머였다면 상담 직원에게 이런 일이 있었다, 저런 일이 있었다, 불평불만만 늘어놓았을 것이다. 하지만 직원에게 직원의 역할이 있듯이 고객도 고객으로서의 역할이 있다. 상담 센터로 연결되는 안내음이 말하는 대로다. 제품이나 서비스에 문제나 불만이 있으면 말해서 발전이 있게 하는 것. 만약 아버지께서 직원의 이름을 말하지 않은 채 감정적이고 무례한 화풀이를 지속했으면 그건 블랙 컨슈머였을 것이다.
상담원 입장에서 직원의 이름을 말하지 않은 것은 '근거가 없는 것'이다. 근거가 없으면 서비스에 대한 불만 사항 제기는 감정적인 호소가 된다. 그리고 감정적인 호소는 넋두리에 불과하다.
참고로 직원에게 불만이 있을 때 직원이랑 싸우면 안 된다. 나는 대중교통 버스를 이용할 때 버스 기사의 무례함을 자주 겪거나 목격한다. 한 번은 한 아주머니가 교통카드가 잘 안 찍혀서 버스 기사에게 무례한 어투로 한 소리 들었다. 으름장 놓는 말투로 서두르라고 말했다. 그 아주머니는 버스 기사와 싸웠다. 싸웠다는 것 자체가 아주머니 쪽도 성질이 있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버스 기사가 조금 굽히자 아주머니는 더 적극적으로 화냈다. 그래서 둘은 또 격렬하게 말싸움을 이어갔다. 그들은 싸울 필요 없었다. 아주머니 쪽이 고객이었다. 애초에 현재 우리나라의 버스 회사는 국가에서 50% 이상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받아 운영되고 있다. 아주머니는 버스 뒷부분에 적힌 버스 기사의 이름 등 개인정보를 사진 촬영한 다음에 고객 센터에 자신이 금방 겪었던 일을 이성적으로 말했어야 했다. 싸우는 건 감정소비이자 시간낭비다. 그런데 내가 봤을 때 둘이 싸운 이유에 서로 강약약강의 태도인 것도 있었다고 본다.
애초에 버스 기사가 그에게 큰 소리로 재촉했던 이유는 다른 사람 다 들으라고 한 것이다. 빨리 안 가면 그건 그것대로 민원이 생길까 봐 그런 것이다. 다음 목적지에 얼른 가야 하는 의무가 있어서다. 그리고 버스 기사는 그를 버스를 이용하는 '약자'로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버스 기사의 그 태도는 고객에 대한 올바른 자세가 아니었다.
앞으로 좋은 서비스를 제공한 사람에게는 꼭 보답하도록 하고 상대를 얕보고 기분을 상하게 하는 사람에게는 그에 응당한 대처를 하도록 하자. 바쁜 현대사회에서 좋았던 기분을 상하게 만드는 것은 상당히 큰 죄다. 직원이 무표정에 무심하다는 등 사소한 걸 가지고는 기분 나쁘더라도 넘어가되 무례한 태도는 웬만해서 그냥 넘어가지는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