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 없는 왕은 없다-더현대 백화점 지하 2층에 관하여
더현대 백화점 지하 2층이 왜 ‘힙’해야 하냐고? 그 이유는 위층 명품 매장을 보면 알 수 있다.
전철을 통해서 바로 들어가는 지하 2층. 영패션 콘셉트를 지키는 그곳은 훌륭히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곳은 핫플레이스 그 자체다. 나는 그곳의 패션을 사랑한다. 트렌디하고 힙한 패션의 성지다. 오죽하면 한국은 관광할 데가 별로 없는 나라라고 여기는 와중에도 이곳은 들르기를 외국인에게 추천하고 싶을 정도다. 그곳의 옷 가격대는 싸지 않다. 기본 7만원은 하고 10만원대, 20만원대는 우습게 넘는다. 신발은 60만원대까지 간다. 공통점이 있다. 명품 하이엔드 브랜드 정도의 가격은 아니라는 것.
내가 그곳의 패션을 좋아하지만 파는 옷들의 가격이 비싸다고 말하자 아버지는 코웃음 쳤다. 7만원짜리 상의, 23만원짜리 바지. 어떤 부모님 세대에게 그것은 비싼 옷이 아닌 모양이다.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나이 든 사람들은이 많은 곳에는 사람이 몰리지 않는다. 젊은 사람들이 많아야 한다. 그래야 사람이 몰린다.
그래서 전철역과 인접해있는 더현대 백화점 지하 2층 입구를 영하게 꾸며놓은 것이다. 꾸며놓고 팝업스토어 등 공간에 잔뜩 힘 준다. 이는 매출만을 생각해서 비치해놓은 게 아니다.
그리고 예쁜 옷에 어울리는 건 잘난 몸매다.-애초에 옷이 그렇게 디자인돼있다.- 옷을 고르고 있는 날씬한 남녀가 서 있는 것을 보면 헐렁하게 입고 온 누군가는 그들을 부러워할 것이다 이들은 몸매를 관리해서든 옷차림을 바로 해서든 어떻게든 외적으로 자기관리해서 다시 매장으로 오게 돼있다.
백화점은 자릿세를 받는 게 아니라 매출액에서 수수료 30% 정도 떼어간다. 판매자들 입장에서도 부담을 덜 수 있는 조건이면서 백화점은 '젊은 고객들'을 끌어모으게 된다. 백화점은 그 판매업자들을 통해 '핫플'을 일구어나갈 훌륭한 젊은이들을 끌어모으는 것이다.
젊은 사람들이 많은 곳에는 자연히 나이 든 사람 소수가 모인다. 어떤 사람들? 명품을 살 정도로 여유 있는 중년 계층. 더현대 백화점 1층으로 올라가면 그곳에 구찌 등 명품 브랜드가 즐비해있다. 그곳이 본 게임장이다. 나이 든 고객층 소수가 그 1층에서 명품을 사고 그 쇼핑백을 들고 다닌다. 그들에게는 이를 부러워해줄 백성이 필요하다! 그 백성이 누구인가. 바로 우리들. 지하 2층에 방문한 젊은이들이다.
백성 없는 왕은 없다. 왕에게는 백성이 필요하며 백성 없는 왕은 왕이 아니다.
그렇다. 당신이 몸매 관리하지 않은 채 프리하게 입고 백화점에 방문했을 때 부러워할 건 젊고 날씬한 자들 뿐만이 아니다. 바로 명품을 살 정도로 여유 있는 중년 계층이다. 돈 많은 중년들이 명품을 샀는데 그걸 볼 사람들이 없이 공간이 텅 비어있으면 명품 살 맛 나겠는가? 기껏 그 유명한 더현대 백화점이라는 '핫플'에 왔는데? 그들에게는 백성들이 필요했다.
정리하자면 더현대 백화점과 같은 핫플에서 젊은 사람이 많도록 유도한 이유는 그들이 명품을 사는 중년 고객들에게 중요한 '관람객' 역할을 해서라는 것이다. 이 상호작용은 명품 소비를 더욱 자극하면서 더 많은, 젊으면서 자기관리한 고객들을 끌어들이고, 결과적으로 매출을 올린다는 것이다. 이 점을 알고 나니 어떤가? 여전히 백화점에 가 그곳의 트렌디한 옷을 구매하고 싶어지나, 아니면 소비 자체를 지양하고 싶어지나? 그 공간에 걸맞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구는 현재도 남아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