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는 나의 소유가 아니다
1. 자녀는 나의 소유가 아니다
첫째 딸은 임신부터 쉽지 않았다.
이미 한 번의 유산을 경험한 뒤라 우리 부부는 애타게 자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 임신이 되었을 때는 여느 부부들처럼 설레고 기뻤다. 그러나 그 기쁨도 잠시, 나중에 ‘포상기태’라는 듣도 보도 못한 것으로 판명되었을 때 우리 부부는 하늘이 무너져내리는 아픔을 겪었다. 처음 유산의 아픔을 겪으며 아내도 나도 많이 울었다.
1년 동안 아이를 가지는 것은 위험하다고 하여 피임을 하고 드디어 임신해도 괜찮다는 의사의 소견을 듣고 어렵게 임신이 되었다.
아내가 수술실 간호사여서 3교대근무로 힘들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 당시는 복지도 좋지 않아 출산예정일을 2개월 앞둔 아내의 상태는 버스 번호가 안 보이고, 단백뇨 수치가 올라가는 등 임신중독증 증세가 나타나고 있었다.
아내를 담당하던 노의사는 좀 안정을 취하면 된다고 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우리도 그런 줄 알고 그냥 넘어갔다.
그
러
나
….
임신 10개월 차
그날도 아내는 일찍 출근을 하고 나는 오전 업무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평소보다 요란하게 울리는 전화벨 소리.
평상시처럼 전화를 받았다.
“감사합니다! ….. 담당자 …입니다”
다급한 목소리가 속에서 들려온다.
“놀라지 말고 들으세요 “
“현재 … 간호사가 하혈을 하여 급히 수술실로 들어갔어요.
“… 병원 수술실 수간호사입니다. 현재 … 간호사가 수술을 준비하다가 하혈을 해서 급히 수술실에 들어갔어요. 워낙 위급해서 바로 제왕절개수술을 한 상태입니다.
아기도 엄마도 장담할 수 없어요. 모두 위험한 상태이니 빨리 와 보세요”
전화기를 놓는 둥 마는 둥 정신이 없었다. 속으로 ‘이건 꿈이야’를 외치며 회사에 이야기하고 급히 봉고차에 비상등을 켜고 달린다.
눈물이 비 오듯… 도착해 보니 아직 수술 중이다.
간절한 기도가 절로 나온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이왕이면 둘 다 살려주세요”
욕심을 부려보고 생떼도 써본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수술가운을 입은 의사가 새빨간 핏덩이를 들고 뛰어나온다. 그리고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눈 깜짝할 사이다. 직감으로 우리 딸이라는 것을 알았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아기가 숨을 못 쉬어 바로 인큐베이터가 있는 집중치료실로 들어갔단다.
수술 후 회복 중이라는 표시가 떴다.
드디어 살았구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나중에 들어가 보니 아내 얼굴이 퉁퉁 부었다.
눈에는 눈물이 주르르 흐르고 있다.
”고생했어, 미안해. “
이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아내는 며칠 후 퇴원했지만 아기는 인큐베이터에서 처절하게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넘나들며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일련의 사간들이 꿈만 같았다.
“오늘은 10ml밖에 먹지 못했어요. 그래도 아기가 울다가 우리가 가까이 가면 울지 않아요”
집중치료실 간호사가 안타까운 듯 말을 건넨다.
그렇게 사투를 벌이는 동안 우리는 교회 가족들의 기도와 위로로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있었다.
그런 인고의 시간 끝에 마음속 깊은 곳에서 한마디 고백이 나왔다.
“창조주께서 아이를 주셨으니 이 아이를 다시 주께 맡깁니다.”
이 고백을 하는 순간, 놀라운 평안이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것 같았다. 아니 마음속 깊은 곳에서 솟아오르는 평안이었다는 표현이 더 올바를 것이다.
그리고 이런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이제 창조주의 것이니 살려주실 것이다”
하나님의 음성, 하나님과의 만남, 응답 등 여러 가지 표현이 있겠지만 아무튼 신과 교감의 순간이었다.
내 소유라고 그렇게 집착하며 붙잡고 있었을 때는 늘 불안하고 괴로웠다.
하지만 그분께 내려놓으니 평안했다.
다행히 우리 딸 은경이는 40일 만에 인큐베이터에서 나와 그리운 엄마 품에 안겼다. 감격의 순간이었다.
자녀는 내 소유가 아니다 창조주가 주신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선물이다.
다시 우리 품을 떠날 때까지 잘 기르자. 건강하면 됐다.
“사랑한다 우리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