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감사를 표현하다
오늘은 딸을 잠자리에 눕혔더니 나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한 마디 한다.
“아빠!”
“왜?~”
“고마워요”
딸의 갑작스러운 말에 당황스럽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다.
그리고 대답하진 못했지만 속으로 되뇌어본다.
‘고맙다는 말 할 필요 없어. 우리 딸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 뭘’
그러면서 과거를 회상해 본다.
딸이 생후 6개월쯤 되었을 때이다.
그동안 조산의 충격에서 벗어난 우리는 딸의 100일 사진도 찍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극동방송에 딸의 이야기를 아내가 써 보냈더니 선정이 되어 여러 가지 선물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신이 우리의 행복을 시기했던 것일까?
평소처럼 우리는 딸의 정기건강검진을 위해 소아과병원으로 갔다. 담당의사는 딸의 팔을 들어보기도 하고 손을 잡아보기도 하더니 고개를 갸우뚱한다.
그리고는 대뜸,
”MRI를 찍어보셔야겠어요. “라고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
”아기가 반응을 잘 안 하네요 “
충격이었다.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우리는 다시 어둠의 깊은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했다.
MRI를 찍고 결과를 기다렸다.
결과는 뇌병변장애.
난생처음 들어보는 병명이다.
뇌병변장애란 외부신체기능 장애의 일종. 뇌의 기질적 손상으로 인한 장애로 보행 또는 일상생활동작 등에 현저한 제약을 받는 중추신경장애를 총칭하며, 뇌성마비, 뇌졸중, 외상성 뇌손상 등이 이에 속한다.
의사가 우리에게 MRI사진을 보여주며 설명을 하는데, 아무 소리도 안 들리고 뇌에 찍힌 두 개의 점만 두 눈에 또렷이 들어왔다.
출산 때 호흡을 하지 못하여 뇌손상이 온 것이다. 생각해 보니 딸은 제왕절개로 급하게 태어났다. 그것도 대부분 수술상처가 남지 않도록 산모의 배를 가로로 자르는데, 아내는 너무나도 위급했기에 세로로 잘랐다. 그래서 영광의 상처가 아직까지 그대로 남아있다. 그래서 아내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다. 의사가 급하게 아이를 안고 수술실에서 나올 때 아기는 울지 못했다. 호흡을 못했던 것이다. 얼마나 답답했을까?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아찔하다.
고난의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고난의 시작이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 미래가 캄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