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게 하소서
"수술은 한 거니? 벌써 끝난 거야! 웬 수술이 이렇게 쉽게 끝나니"
어머니가 백내장 수술을 하고 난 뒤 하신 말씀이다.
7년 전 어머니는 대전에 놀러 오셔서 눈이 잘 안 보인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그 이야기를 들은 김에 점심식사를 마치고 가까운 안과의원에 들러서 검사를 해 보기로 했다.
그때만 해도 아직 젊으셨기에 여러 가지 검사를 잘 받으셨다. 결과는 백내장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 수술할 정도는 아니라는 소견을 들었다. 아직 시간이 있으니 1~2년 후에 해도 괜찮다 생각하고 어머니를 보내드렸다.
그 후 여러 가지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일어나 수술할 시기를 넘기고 말았다. 요양병원에 계신 어머니는 어느 순간 눈이 잘 안보이신다며 누워계시는 일이 잦아졌다. 어느새 왼쪽 눈은 충혈이 된 모습이 자주 보였다. 급한 마음에 빨리 검사를 받아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7년 전 그 안과를 찾아갔다.
이제는 안과 이름도 잊어버려 기억을 더듬어야 했다. 겨우 찾아낸 그 안과로 어머니를 모시고 아내와 함께 들어갔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떨리는 마음으로 검진을 받았다. 결과는 오른쪽 눈은 수술이 가능하지만 왼쪽눈은 백내장이 너무 진행되어 수술을 해도 소용이 없다는 소견을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그동안 왜 수술을 미뤄 왔는지 후회와 자책이 들었다. 물론 그동안 어머니 병세가 급속히 나빠진 탓도 있었으나 면회 가면서도 어머니 마음을 헤아려드리지 못한 나 자신이 미웠다. 명절에 큰 형님이 다그치며 어머니 검사를 서두르라는 말에 기분이 상한 것만 생각하고 있던 내가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수술 날짜를 잡고 간절히 기도하면서 한쪽 눈이라도 수술이 잘 되기를 기도했다.
수술 당일 긴장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는데 아내에게서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나는 출근한 상태였고, 아내가 어머니를 모시고 간 상황이었다.
"어머니 수술 못하게 됐어요. 가보니 분위기가 심상치 않더라고요. 무슨 일인가 자초지종을 들어 보니 글쎄 막내 시누이가 수술하지 말라고 했다네요. 아주 험한 말까지 하면서요. 그래서 못해준대요. 며느리보다 딸에게 우선권이 있다네요."
이건 또 무슨 일인가? 누님이 그럴 사람이 아닌데...
한 시가 급한 이 상황에 수술하지 말라고 했다니...
그리고 병원 전화번호는 어떻게 알고...
문득, 가족 단톡방에 진료예정일과 전화번호가 담긴 서류를 올린 기억이 났다. 작은 누님은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이전부터 수술을 못마땅해했다. 여러모로 설득해 보려 했지만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렇게 까지 할 줄은 꿈에도 생각을 하지 못했다.
형제들 모두가 놀랐고, 누님이 왜 그랬는지 모두 의아해했다.
아내는 지혜롭게 대학 병원에 검진예약을 했고, 그 안과에서 소견서를 받았다.
누님을 원망하면서도 한쪽으론 하나님 뜻이 다른데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갖게 되었다.
오히려 대학병원에서 정확한 검진을 받아 보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 다른 형제들도 그렇게 생각했다.
드디어 예약한 날짜가 되어 아내가 어머니를 모시고 갔다. 검진 결과는 뜻밖이었다. 의사에게 왜 이렇게 늦게 왔냐고 혼나기는 했지만 두 눈 다 수술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역시 하나님 뜻은 우리 생각과 달랐다.
어머니는 8개 과 교수님 협진을 거쳐 수술 가능하다는 진단을 받고 수술 날짜를 잡고 수술을 진행하게 되었다. 81세 고령이어서 전신마취를 하셔야 했지만 수술을 잘 마칠 수 있었다.
우리가 추진하는 일에 장애물이 있을 수 있고, 뜻밖에 복병을 만날 수도 있지만 우리가 하나님 뜻을 염두에 둔다면 더 좋은 길을 발견하게 되리라 믿는다.